[노벨동산에서] 새 시대를 위한 교육은 이루어지고 있는가?
[노벨동산에서] 새 시대를 위한 교육은 이루어지고 있는가?
  • 최상일 / 대학교육개발센터장, 물리 교수
  • 승인 2001.06.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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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가 제1회 학사과정 졸업생을 배출한지 10년이 되어
지난 5월12일에는 총동창회 10주년 기념 행사가 개최되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담을 상기시키듯 지난 10년 동
안에 인류사회는 또 하나의 혁명을 경험하였다. 이 10년 사이
에 인터넷이 우리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었으며, 정보혁명은
과학, 기술, 기업, 경제, 정치 등 우리사회의 여러 부분에 급
격하고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행복하게 살며 사회에 유익한
공헌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교육하려면 어떤 교육을 어
떤 방법으로 실시하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깊이 고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국의 엘리트 고등교육기관이며 과학기
술관련 지도자를 양성해야할 포항공대에서의 대학교육이 어
떻해 이루어져야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조
사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 결과는 대학 구성원들의 협력
을 얻어서 적절히 실천으로 옮겨져야 할 것이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과학기술의 변화가 빨리 일어나고 관련정보의 양이 폭증하
고 쉽게 얻어지는 사회, 점점 복잡해지고 세계화되는 사회에
서의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우
리 대학교육의 한 중요한 부분이어야 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
을 것 같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지도력이 필요하고, 여러 사
람들 사이의 협력, 여러 분야 사이의 협력이 필요하고, 창의
적인 사고능력이 필요하고, 독자적으로 학습하는 능력이 필
요하고, 새로운 기술을 빨리 습득할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빨리 변화하는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려면 포항공대 졸
업생은 무엇을, 왜 변화해야 하며 무엇을 보존해야 하는지 구
별할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변화를 이끌어나갈 지도력과 지
적능력을 갖도록 교육되어야 할 것이다.

지도력과 협력하는 능력을 갖게 되려면, 다른 사람을 이해하
는 능력을 키워야 하며 우수한 표현능력을 키우고 남의 사정
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창의적인 사고능력을 키우려면,
배운 개념을 응용하고 문제를 분석하고 여러 지식을 합성하
는 연습 뿐 아니라 적절한 기준에 의하여 평가하는 능력도 배
워야 한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부터는 한 직장에서 평생을 일
하기보다는 여러 직장을 가질 가능성이 크고 새 기술을 습득
할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학습하는 능력이 중
요하게 된다. 이러한 능력을 가지려면 각 전공분야의 기초가
되는 지식과 방법의 철저한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1960년대에 독일 물리학자들이 미국 물리학 박사과정을 칭찬
하던 일이 기억난다. 미국에서는 대학원에서 광범위한 기초
과목을 필수로 하였으나 독일이나 일본의 박사과정에서는 좁
은 전문분야의 과목만을 수료하면 되었던 것이 그 이유였다.
이러한 교육의 차이 때문에 미국 박사들은 기업에 입사한 후
여러 종류의 연구 뿐 아니라 때로는 행정에 있어서도 탁월성
을 보였으나 독일 박사들은 그렇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이는
박사과정에서의 예이지만 학사과정에서는 기초지식이 더 중
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학생 생활과 교육



사람의 두뇌에 관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은 태어날 때
에 기본적인 상호연결이 된 세포들을 가지고 있으며, 태어난
후의 경험이 새로운 연결을 이루게 한다. 대학교육은 사람이
얻는 경험 중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뇌세포들 사이의 연결
이 그 사람의 지적 정서적 능력이라 할 수 있는데, 사람 두뇌
속의 세포간 연결은 강의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포항공대 졸업생이 과학기술계에서 지도자가 되어 사회에 유
익한 공헌을 하는데 필요한 인성, 지식, 창의적 사고력, 학습
능력 등을 겸비하도록 교육하려면, 학생 생활의 모든 부분이
효과적인 교육을 이룩하는데 도움이 되어야할 것이므로 강
의, 실습, 실험, 동아리활동, 기숙사생활, 봉사활동, 근로활
동 등 모든 부분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포항공대는 소수정예 교육을 실천하겠다는 결의를 가지고 출
발하였으며,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기 드문 소수의 학생을 선
발하여 학생대 교수 비율이 6:1이라는 호조건을 유지하고 있
다. 한국의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성공한 이 시점에서, 포항공
대의 소수정예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검토하
고 우리의 특색을 살려서 세계의 누구보다도 못하지 않는 우
수한 소수정예교육을 실시토록 여건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소수정예교육의 핵심은 가장 효과적인 교육방법
으로 알려져 있는 교수와 학생의 1대 1 학습경험인 tutorial 및
advising 일 것이다. 실제로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미국
의 하버드, 프린스톤 등에서는 성공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포
항공대에서 이를 실천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조사하고, 필
요한 자원을 획득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가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