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퀴어문화축제 둘러싼 학내 갈등, 무엇이 문제시됐나
서울퀴어문화축제 둘러싼 학내 갈등, 무엇이 문제시됐나
  • 박민해 기자
  • 승인 2019.06.1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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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모담과 LINQ의 깃발
▲2019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모담과 LINQ의 깃발

지난 5월 한 달 동안 학내는 총학생회의 서울퀴어문화축제 참여 논의를 앞두고 무은재학생회장단의 의견 수렴 과정에 대한 논란으로 떠들썩했다. 가장 먼저 5월 2일, 제11차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서 ‘총학생회 차원의 서울퀴어문화축제 참여 전학대회 상정’ 안건이 찬성 12표, 반대 2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이때 반대표를 행사한 무은재학생회장은 “안건을 상정하기 전에, 총학생회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모담(이하 모담)에서 학우들을 대상으로 자세하게 소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발언했고, 총학생회장은 “각 대의원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의견 수렴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본인이 판단하면 된다. 개회 공고 전에 의사 결정에 필요한 자료는 제공하겠다”라고 답변했다.

2주 후 5월 16일, 무은재학생회장단은 각 분반의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에 총학생회 차원의 서울퀴어문화축제 참여에 대한 입장 표명문과 참고자료, 그리고 무은재학생회원의 의견을 ‘무은재학생회 페이스북 익명 창구’를 통해 모아 전체학생대의원회의(이하 전학대회)에 전달하겠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이때 무은재학생회장단은 입장 표명문에서 “총학생회의 서울퀴어문화축제 공동행진 참여는 재작년부터 계속 논란이 됐다”라며 전학대회 개회 전까지 총학생회가 이를 공론화하기 위한 별도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전학대회에서도 반대표를 던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다음날인 17일, LINQ와 모담은 △무은재부학생회장이 입장 표명문에서 LINQ의 작년 입장문을 악의적으로 인용했다는 점 △무은재학생회장단이 제시한 참고자료 중 다수가 편향돼있다는 점 △무은재학생회장이 중운위에서 의견 수렴의 부족을 충분히 피력하지 않았다는 점 △무은재부학생회장의 반대 입장문이 학생들의 공정한 판단을 흐렸다는 점 등을 주장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어서 18일에는 무은재학생회장의 반박문이 게시됐다. 무은재학생회장은 “차별과 인권 침해에 관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합할 의무가 있는 모담은 왜 침묵했는가”라고 물으며 “참고자료는 학내에서 논쟁이 일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자료만 존재하며, 한 방향으로 치우친 자료만을 선별한 것이 아니다”, “정식 의결기구에 본 안건에 대해 학부생들이 인지하고 생각해볼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달라고 끝없이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본인은 대의민주주의의 훼손을 바로잡고자 본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었으나 이는 실책임을 인정하고, 기권했어야 정당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무은재학생회장은 전학대회에서 본 안건에 대한 학생 총투표 소집 요구 안건을 상정할 것임을 밝혔다. 같은 날 모담 위원장은 무은재학생회장의 반박문에 대해 모담은 의견 수합의 의무를 갖지 않으며, 무은재학생회장은 의견 수렴을 위해 충분히 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재반박문을 게시했다.

지난 5월 24일, 제3차 전학대회 긴급회의가 열렸고 제1호 ‘POSTECH 총학생회의 2019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참여 논의’ 안건, 그리고 무은재학생회장이 발의한 제2호 ‘총학생회 차원의 서울퀴어문화축제 참여 의결에 대한 학생 총투표 요구’ 안건이 논의됐다. 무은재학생회장은 총학생회가 전문기구와 함께 서울퀴어문화축제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편향되지 않게 모아 공식적인 자료를 제작해 배포하고 총학생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할 것을 요청하면서, 만약 이 대안을 약속받을 수 있다면 제2호 안건을 철회하겠다고 발언했다. 회의 구성원은 당장 학생 총투표를 하더라도 6월 1일에 열리는 서울퀴어문화축제 참여 여부에 반영하기가 시기적으로 어렵다는 점에 동의했고, 무은재학생회장의 제2호 안건에 대한 철회 요청은 찬성 15표, 반대 1표, 기권 2표로 받아들여졌다. 이어서 논의한 제1호 안건은 찬성 8표, 반대 2표, 기권 8표로 부결돼 총학생회는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지 않게 됐다.

5월 30일에 무은재학생회장단이 미숙한 의견 수렴 과정에 대해 사과하는 글을 게시했고, 무은재학생회장은 중운위에서 공개 경고문 게재에 해당하는 처분을 받았다. 지난 1일 진행된 서울퀴어문화축제에는 △총여학생회 △모담 △LINQ △여성주의 연구회 포스텍 페미니즘이 참여하며 일련의 사태는 일단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