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웹은 누구나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 정보
[독자논단] 웹은 누구나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 정보
  • 문이중선 / 전자
  • 승인 2001.06.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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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부터 실시된 2학기 수강 신청에는 새로운 환경
이 도입되었다. 지금까지 써오던 팀스(TIMS) 환경을 버리고
포시스(POSIS)를 수강 신청할 때 쓰기로 한 것이다. 포시스
는 “21세기를 대비한 캠퍼스 정보화 사업”으로서 시작된 것이
다. 이는 우리 학교의 새 통합정보시스템으로 올해부터 본격
적으로 가동되었다. 덧붙여서 ‘포시스’라는 이름이 지난 1999
년 8월 교내 구성원들의 투표를 통해 정해졌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그런데 포시스 첫 화면에 접속하면 다음과 같은 글귀를 볼
수 있다. “POSIS는 Internet Explorer(해상도 1024x768) 4.0 이
상에서만 지원됩니다. (Netscape 등 기타 Browser는 지원되
지 않습니다.)” 포시스를 이용하려면 익스플로러를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넷스케이프를 비롯한 다른 웹 브라우저를 쓰
면 포시스의 로긴 화면밖에 구경할 수 없다.

이에 관해서 시스템개발팀은 지난 4월 7일 팀즈에 익스플로
러를 포시스의 브라우저로 선택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였다.
이 글은 익스플로러 선택 근거로 ⓛ 익스플로러의 시장 점유
율이 90%에 가깝다는 점 ② 넷스케이프를 지원하는 사이트
가 거의 없다는 점 ③ 익스플로러에 비해 넷스케이프가 지원
하는 기술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21세기를 대비한’ 환경이라는 포시스에서 지원하는
브라우저가 익스플로러에 한정된다는 것은 왠지 찜찜하다.
게다가 익스플로러를 쓰려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 계열
운영체제를 써야 하지 않는가? 대표적으로 그누/리눅스
(GNU/Linux) 환경에서는 포시스를 쓸 수 없다. 당장 수강 신
청을 해야 하는 학생이 그누/리눅스 시스템을 쓰고 있다면 어
떻게 해야 하는가?

사실 월드와이드웹(이하 웹, WWW)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
다. 컴퓨터의 역사는 기껏해야 60년 정도이고, 웹은 고작 10년
이 지났을 뿐이다. 그렇지만 컴퓨터와 웹은 현재 세계를 움직
이고 있는 가장 거대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는 매
우 빠른 계산 속도를 바탕으로 사람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었
던 것들을 해내었기 때문에 환영받았다. 일기예보나 달착륙
과 같은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그럼 고작 10년 정도밖에 안
된 웹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컴퓨터를 일상 생활에서 쓰다보면 정보를 주고받아야 할 때
가 많다. 가령 보고서를 쓰고 이를 다른 곳으로 옮겨가서 출
력한다든지 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 수강 신청을 비롯한
각종 학사 업무나 직원들의 일 역시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정
보’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웹이 없었을 때 이러한 일들은 매우 번거로웠다. 매킨토시 컴
퓨터에서 작업한 파일을 저장한 뒤 386 컴퓨터에서 이를 읽어
들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같은 기종의 컴퓨터를 쓰고 있었더
라도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에서 작업한 문서는 한글에서 읽어
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웹은 이러한 문제점을 모두 해결하였다. HTML로 문
서를 만들면 ① 컴퓨터를 갖고 있고 ② 컴퓨터가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으며 ③ 웹브라우저를 실행시킬 수 있다면 누구
나 이 문서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학교의 웹서버가 그누/리
눅스 기반이든 선의 솔라리스(Solaris) 기반이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사용자가 학교의 웹 서비스에서 얻는 정보는 똑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란 과거의 불편을 곧잘 잊곤 하는 것일까? 특
히 우리 나라의 많은 웹페이지들은 “익스플로러에서 가장 잘
보입니다” 또는 “익스플로러만 지원합니다”라는 문구를 달
고 있다. 그렇다면 위 세 가지 조건에 ‘④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를 쓰고 있다면’이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웹 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팀 버너스-리(Tim Berners-
Lee)는 이미 이에 대해서 걱정하였다. 다음은 테크놀로지 리
뷰(Technology Review) 1996년 7월에 실린 인터뷰의 일부이
다.

“웹 이용자는 갑자기 페이지를 들어갈 때 다음을 읽게 될 것
이다. ‘죄송합니다. 당신은 이 사이트에 들어가기 위해서 회
사 X에서 만든 소프트웨어가 필요합니다.’ 예전에 당신은 다
른 컴퓨터, 다른 워드 프로세서, 다른 네트워크에서 쓴 문서
를 거의 읽을 수 없었던 적도 있었다. ‘이 페이지는 브라우저
X에서 가장 잘 보입니다’라고 웹 페이지에 표시한 사람은 웹
이 나타나기 이전의 매우 나빴던 옛날을 그리워하는 것과 같
다. 자, 그렇다면 “21세기를 대비한 캠퍼스 정보화 사업”의 중
심 포시스는 어떠한 브라우저를 선택해야 할까? 또는 선택하
지 말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