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의사에게만 책임 묻던 ‘낙태죄’, 66년 만의 헌법불합치
여성과 의사에게만 책임 묻던 ‘낙태죄’, 66년 만의 헌법불합치
  • 김주희 기자
  • 승인 2019.06.13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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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시위(출처: 여성신문)

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269조 제1항(이하 자기 낙태죄 조항)과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이하 의사 낙태죄 조항)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낙태죄는 1953에 제정 및 시행됐으며, 66년 동안 ‘합헌’이었다. 
그동안 국가는 여성의 자기 신체에 대한 선택권은 존중하지 않았고, 임신 중절 수술을 정해진 기준 안에 해당하는 경우만 허용했다. 이를 어긴 사람에 대해서는 임신 중절을 한 여성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그리고 임신 중절 수술을 진행한 의사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을 부과했다. 하지만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지금, 여성들은 더는 임신을 강제로 유지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낙태죄 폐지에 대한 요구가 요즘에 이르러서야 생긴 것은 아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여성은 낙태죄로 인해 대부분의 인공 임신 중절을 불법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불법이기 때문에 많은 의사가 임신 중절 수술을 거부했고, 그에 따라 수술비는 증가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또한,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병원 내 위생이 지켜지지 않는 곳에서라도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는 수술을 받지 않고 민간요법 또는 위험한 방법으로 자가 임신 중절을 시도하는 여성들도 많았다. 대표적인 예로, 옷걸이로 자가 수술을 시도하고, 일부러 배를 세게 부딪치는 등 임신 중절을 사고로 위장하고, 위험한 약물을 복용했다. 임신 중절을 위해 심지어 간장을 세 독이나 마신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무분별한 낙태를 막고 생명의 존엄성과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낙태죄가 도리어 여성의 목을 죄어오는 현실에 많은 여성과 보건의료인, 관련 학자들은 낙태죄 전면 폐지를 요구해왔다.

이에 2019년 4월 11일에 선고된 헌법소원심판 결과로, 재판관 4(헌법불합치) : 3(단순위헌) : 2(합헌)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가 결정됐다. 2020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낙태죄’ 법은 계속 적용된다. 그때까지 개정되지 않는다면, 자기 낙태죄 조항과 의사 낙태죄 조항은 법으로서의 효력을 완전히 잃는다. 그렇다면, 66년간 합헌이었던 낙태죄는 왜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게 됐을까. 이는 다음의 헌재 결정문을 통해 알 수 있다.

“태아는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돼야 한다.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를 그에 대한 낙태 허용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중략) 나아가 자기 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 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해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 (2012년 자기 낙태죄 조항 합헌, 헌재 결정문 일부 발췌)

“자기 낙태죄 조항으로 인해 임신한 여성은 임신 유지로 인한 신체적·심리적 부담, 출산 과정에 수반되는 신체적 고통·위험을 감내하도록 강제당할 뿐 아니라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고통까지도 겪을 것을 강제당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중략) 따라서, 자기 낙태죄 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으며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해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함으로써 법익 균형성의 원칙을 위반한다”(2019년 자기 낙태죄 조항 헌법불합치, 헌재 결정문 일부 발췌)

7년 사이 달라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는, 국가가 임신한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생존권, 그리고 태아의 생명권 모두를 고려한 현대 사회에 알맞은 절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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