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시대의 위태로운 거짓 정보
소셜미디어 시대의 위태로운 거짓 정보
  • 김진희 / 인문 부교수
  • 승인 2019.06.1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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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탈진실(post-truth)’의 시대이다. 2016년 영국 옥스퍼드사전 위원회는 탈진실을 당해의 상징 단어로 선정했다. 탈진실이란 “객관적 사실이 공중의 의견을 형성하는데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보다 영향력을 덜 끼치는 환경”을 뜻한다 (해당 사전의 정의). 탈진실의 시대에 진실이라고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주장하는 것, 즉 루머가 넘쳐나고 있다. 사람들은 객관적 사실이나 진실을 믿는 것이 아니라, 진실처럼 보이는 것 혹은 진실이어야만 하는 것을 믿는다. 이러한 루머는 정치, 경제, 연예, 위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해당 루머들의 작동원리를 올바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이 루머가 정치인을 낙마시키고, 연예인들의 목숨을 빼앗으며, 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 기반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이 더욱더 쉽게 거짓 루머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사실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검증하기보다는 유튜브 등을 통한 단순 소비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인 온라인 카페나 밴드의 메시지를 통한 공유에 집중한다.  
하버드 대학의 캐스 선스타인 교수는 루머가 퍼져나가는 원리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정보의 폭포 현상이다. 사람들이 주로 앞서 제시된 정보나 의견에 휩쓸려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경향을 의미한다. 제시된 정보가 정말 사실인지 직접조사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판단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거짓이라는 확실한 이유가 없는 한 타인의 판단이 옳고 그들이 내린 판단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루머를 받아들인다. 더구나 소셜미디어에 등장하는 좋아요나 공감 버튼, 댓글 숫자 등의 수치가 높을 경우, 사람들은 좀 더 쉽게 정보의 폭포 현상에 휩쓸려 루머를 믿게 된다. 베스트셀러 도서 목록이나 음원 차트 다운로드 숫자가 조작되는 사례와 일맥상통한다. 
둘째, 동조화 현상으로 루머가 퍼지며 자리 잡는다. 정보의 폭포 현상에서는 앞서 제시된 사회적 증거 지표에 영향을 받아 루머가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받아들인다면, 동조화는 집단의 맥락에서 타인을 의식해 해당 루머에 동의하는 것이다. 예컨대, 다른 사람으로부터 좋은 평판을 듣고 싶어서, 미움을 받지 않으려고, 또는 불협화음을 만들지 않으려고 사람들은 의구심이 들더라도 집단의 다수 의견에 쉽게 따른다. 이는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온라인 맘카페에서 사실과 달리 아동학대범으로 몰려 마녀사냥에 시달린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결국 자살하는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소셜미디어의 파생글과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댓글은 커다란 파문을 가져온다.
셋째, 극단화 현상으로 루머가 뿌리내리는 경우이다. 유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계속 대화를 나누게 되면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는 사라지며, 거짓 루머는 사실로 굳어진다. 내부 대화를 계속할수록, 루머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여러 증거가 제시되고 사람들은 본인의 견해에 더욱 확신을 하고 극단으로 흐르게 된다. 내부 토론자들은 어느 순간 반대 생각을 스스로 억제하고, 이어지는 폐쇄적 토론은 결국 같은 정보와 생각만이 메아리처럼 돌고 도는 현상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극단화는 선택적 노출이 가능한 온라인 카페나 밴드 등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주류 의견과 다른 의견을 삭제할 뿐만 아니라 다른 의견을 제시한 사람들을 강제 탈퇴시키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더욱더 극단에 빠지게 된다.  
특정 루머가 사실이 아닌 거짓으로 판명된 후에도 해당 루머를 믿었던 사람들의 믿음과 태도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자신이 믿고 있던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빙성이 없고 동기가 불손하다고 치부해 버리기에 루머의 교정은 난항을 겪게 된다. 가수 타블로씨가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한 것이 사실이라고 확인이 됐지만, 아직도 그의 학력은 위조됐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충격이 큰 파괴적 거짓 루머를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자들은 명예훼손 등의 법적 제재를 가해 적정수준에서 억제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주장과 생각이 자유롭게 유통되다 보면 결국 진실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작은 커뮤니티의 우리대학에서 우리는 모두 어쩌면 루머를 만들어내고 소비하며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폭포효과, 동조화, 그리고 극단화에 빠지지 않도록,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의견에 열려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