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소리
수많은 소리
  • 김성민 기자
  • 승인 2019.06.1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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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관 창문을 열어놓고 지내면 온갖 소리가 들린다. 아침에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공사하는 소리, 저 멀리 중학교의 종소리도 들린다. 점심 먹고 방에 돌아와 창가 책상에 앉으면 중학교 방송부에서 점심시간이라고 음악방송을 하는 소리도 살며시 들린다. 가끔 비행기 소리가 귀청을 때린다. 저녁에는 대학원 아파트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의 소리, 학교 앞 큰길에서 퇴근하는 사람들의 승용차 소리, 버스 소리가 공기를 타고 들려온다. 달이 뜨면 풀벌레 소리, 학교에 눌러앉은 수많은 길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잠들지 못하는 학교의 밤을 채운다. 야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엔진소리와 술 마시고 들려주는 노랫소리는 덤이다. 해 뜰 때까지 깨어 새소리를 들은 사람도 있으리라.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보면 문 닫히는 소리와 잔기침 소리가 들리고, 빈 강의실에서는 에어컨과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기계의 소리만 그 공간을 채운다. 한낮의 식당은 수많은 말소리와 음식이 나왔다는 벨 소리가 가득하고, 한밤의 통나무집은 하루의 스트레스를 술과 안주로 푸는 사람들의 수다로 채워진다. 밤의 학생회관에는 공연을 준비하는 동아리들의 음악 소리가 가득하고, 연구실에는 실험장비의 윙윙대는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길을 걷다 보면 사람 사이의 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온다. 칭찬하는 소리도 들려오고 욕하는 소리도 들린다. 잡담도 들리고 진지한 얘기도 들린다. 힘들다는 푸념과 다 이겨낼 거라는 격려, 온갖 걱정과 괜찮을 거라는 위로도 들린다. 고민을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떤 고민도 걱정도 결국 답은 시간과 나 자신 속에 있다는 사실을. 
온종일 들려오는 수많은 소리 속에 시달려 듣고 싶은 소리만 들으려고 이어폰을 껴보지만, 세상과 단절된 것 같은 고독감, 누군가가 나를 몇 번이고 부르는데 못 듣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이 나를 엄습한다. 그래서 오늘도 한쪽 귀에만 이어폰을 끼운다.
이어폰을 빼고 잠자리에 눕는다. 어떤 하루를 보냈더라도 잠이 들면 모든 소리는 내 귀에서 멀어진다. 세상에서 나를 잠시 꺼놓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금 햇빛이 내 눈을 간지럽히고 새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힌다. 아, 아침이다. 오늘도 소리 속에 둘러싸이는 하루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