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은재학부 선발 이후 우리대학의 교육
무은재학부 선발 이후 우리대학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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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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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에서 신입생을 무은재학부로 선발한 지 2년이 지나고 있고, 최근 첫 번째 전공 선택을 마친 무은재학부생들이 생겨나고 있다. 기존의 학과별 정원과는 다르게 전공별 학생 숫자에 차이가 생겨나고 있는 현실이어서, 조정된 학부생 숫자에 맞춰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일부 학과들은 고민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이런 새로운 학부생 선발 제도가 앞으로 우리대학의 교육 시스템을 얼마나 바꾸게 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확실한 점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본인의 전공으로 배우고자 하는 학문 선택을 최대한 잘할 수 있는 커리큘럼 마련과 발전적 변화가 지속해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바라보면, 각 학과가 가능한 많은 학생에게 선택받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는 듯싶다. 학과 소개 기회를 늘리기 위해 학과 전공 입문 과목들을 최대한 많이 개설한다거나, 특강 형태의 무은재학부생들 대상 강연을 학과 자체적으로 개발해 진행하고 있다. 아직 전공을 선택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학문 분야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 더욱더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들은 중요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학과별로 경쟁적인 학과 소개 프로그램과 강의 콘텐츠를 준비함으로써 우려스러운 부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양적인 측면으로 너무 접근한 나머지, 무은재학부생들에게 전달되는 강의 내용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비슷한 내용의 강의가 여러 강좌에서 반복됨으로써 비효율적인 커리큘럼이 제공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앞으로 학생들의 의견 수렴과 학과 학사위원회에서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수정 보완돼야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한편 현실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학과 졸업 후 취업률이 높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한다거나, 소위 스타 교수들을 앞세워 이 학과에 진학하게 되면 장차 유명한 과학자나 교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노력이 전략적인 측면에서 무은재학부생들을 우리 학과로 선택하도록 하는 효과를 보일 수도 있다. 또한 학생들이 선택한 학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도록 해 이후 학과에 애착을 갖고 더욱 열심히 학업에 매진하도록 하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학과 마케팅이라는 측면으로 치우쳐서 학문 분야의 중요성과 미래 가치에 대한 부분이 간과된 형태의 전략으로 주객 전도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대학은 개교 이래 대한민국의 과학 발전을 이끌 최고 인재 양성을 목표로 교육의 방향을 정해왔다. 모든 학과가 그동안 이런 교육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해왔다. 무은재학부라는 새로운 학생 선발제도를 시행함으로 기인한 교육 제도의 변화가 교육 목표의 변질을 초래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기우에 지나지 않길 희망한다. 지도 학생들과 면담을 해 보면, 학과 선택의 기준으로 졸업 후 안정적인 진로 보장에 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현실적으로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 고민의 반증이라 생각된다. 이런 현실에서 학생들에게 교수들은 어떠한 교육과 이야기들을 해줘야 할까? 우리대학이라면 학생들이 졸업했을 시에 좋은 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자격증을 획득했다는 생각이 아니라, 각자 전공한 학문을 더욱 깊이 있게 연구하고자 하는 열정이 생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모든 학생이 연구자의 길을 걸어야 함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교육의 목표 지점을 학생들이 과학자로서의 꿈을 꾸게 만드는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서 무은재학부생들 본인이 장차 하고자 하는 학문 분야를 많은 고민을 통해 잘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연구는 본인이 가치를 느끼고, 재미가 있어야 지속해서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올바른 학과 선택을 위해 각 학과는 학문 분야의 발전과 지향점, 그리고 미래에는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지고 있을지에 대해 객관적 사실들에 근거해 설명해주고, 이에 매력을 느끼는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은 1~2년간 본인의 전공 진로를 충분히 고민하길 바라고, 그러한 고민 속에 이루어진 결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증명하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포스텍이 대한민국 최고의 과학기술대학으로서 더욱더 많은 과학계의 리더들을 양성할 수 있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