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안의 특수한 문화, 게임
우리 학교 안의 특수한 문화, 게임
  • 문이중선 / 전자 3
  • 승인 2000.05.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번화가와 격리되어 적당히 놀만한 곳이 없다는 것. 그리고 매일 매일 부담이 되는 숙제와 퀴즈. 또한 여러 학과 행사나 동아리 일로 부족한 하루 시간. 이렇게 여러 가지 일들에 시달리다 보면 어떤 다른 곳에 자신의 열정을 쏟고 싶을 것이다. 그러다가 많은 우리 학교 학생이 열정을 쏟을 대상으로 게임을 선택하곤 한다. 우리 학교가 공과대학교이므로 컴퓨터를 통한 게임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일련의 게임들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도, 온라인 머그게임인 리니지도, 액션 롤플레잉 게임인 디아블로도, 삼차원 액션게임 퀘이크도,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임은 없다. 대부분 시간을 꽤 투자하고 많이 연구해야 강해질 수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게임들은 옛 일인용 게임과는 달리 다른 사람과의 경쟁 속에서 승리하는 데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아까운 시간을 투자해가면서도 우리 학교의 많은 학생들은 게임에 시간을 들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게임에 빼앗기는 시간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이는 다만 개인이 알아서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시간을 희생해가면서 게임에 매달리는 것을 꼭 부정적으로 보기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하면서 얻어 가는 즐거움이 정말 크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전까지 친하지 못했던 학과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과 게임을 통해서 친해지는 경우도 매우 많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즐길 때 서로 아는 사람들과 게임을 하다보면 게임 온라인 상에서 채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러면서 같이 밤새고 아침을 먹는 일도 있다. 또한 실제로 만나는 경우에도 서로 공통된 관심사가 있으니 우선 할 얘기가 생기게 된다. 게임을 통해서 사람을 사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일이 빈번해지면서 사람들은 길드 또는 클랜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스타크래프트의 13th, 9X24, Drink, H2 등을 비롯해서 여러 길드들이 지금도 활동하고 있으며 디아블로나 퀘이크(Quake 3), 레인보우와 같은 게임에서도 많은 클랜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서 함께 게임을 즐기는 사람끼리 친해지며 더욱더 게임을 즐기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같은 학교 사람들끼리 게임을 하다보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게임은 즐기라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학교 게임 문화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 점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즐기기 위한 게임에서 승리에 집착하는 순간 게임의 재미는 반감되곤 한다. 다행히 우리 학교에서는 스타크래프트 정식 배틀넷에서 너무나 많이 쓰이는 맵핵과 같은 치트행위를 교내 배틀넷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여러 학우들이 게임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게임을 한판 즐기고 나서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즉 승리보다는 게임을 즐기는 것을 더욱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게임을 즐긴다’라는 기본을 잊지 않고 제대로 노는 것이 바로 우리학교 게임문화의 장점일 것이다.

게임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현실에 대한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고 게다가 같이 게임하는 사람끼리 동질감을 느끼며 함께하는 한 우리 학교 학생들의 게임에 대한 열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