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의 새로운 명성과 활력을 바라며
우리대학의 새로운 명성과 활력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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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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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의 미래를 이끌 제8대 총장 선임 과정이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27일 법인이사 4인, 대학 교원 5인, 외부 인사 2인 총 11인으로 총장추천위원회가 구성됐고, 3월 20일부터 4월 10일까지의 공모 기간을 통해 차기 총장 후보의 추천을 완료했다. 피추천 교내외 인사들을 대상으로 현재 총장추천위원회가 소관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위원회와 학교법인 이사회, 이사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며, 이와 관련해 대학 구성원 모두가 생각해 볼 문제 두 가지를 제기한다.
한 대학의 수준과 특성이 총장 개인에 의해 단기간에 크게 좌우되지는 않는 법이지만, 개교 33주년을 맞는 우리대학의 새로운 도약을 진두지휘할 차기 총장이 어떤 비전과 실행력을 갖추고 있는가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있어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우리대학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먼저 지적할 점은 ‘우리대학의 장점’이라 할 것이 크게 약화된 사실이다. 개교 당시 우리대학은 대학의 인프라와 교수 및 학생에 대한 처우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한 여건을 갖췄다. 외국의 유수 대학에서 활동하던 중견 학자들을 교수로 초빙해 올 수 있었던 데는, 박태준 이사장의 후원과 김호길 총장의 열정뿐 아니라, 그들에게 제공된 최상의 환경과 경제적, 문화적으로 최고 수준의 보상 또한 큰 역할을 했다. 신생 대학이면서도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었던 데에 학생 복지 면에서의 파격적인 대우가 크게 작용한 것도 명확하다. 2019년 현재 환경과 보상, 복지 면에서 우리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이 느끼는 수준은 어떠한가. 제6대 총장 시절의 긴축 경영 이래로 악화 일로를 걸어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새로운 총장은 이런 흐름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실현 결과를 측정할 수 없는 모호한 구호로 제시하는 대신에, 대학의 기금을 확충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방면에서 대학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이 총장이 돼야 한다. 국가 사회와의 네트워크를 확충하고 그것을 발판으로 외부의 지원을 끌어들여서 대학의 실질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극심한 경쟁 구도 속에 있으면서, 우리대학의 특성에 입각한 사명감만을 내세워 구성원의 헌신적인 노력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대학의 환경과 보상, 복지를 증진함으로써 교수와 학생, 연구 인력 각각의 위축된 자부심을 새로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
둘째로 차기 총장은 ‘우리대학의 특성’을 새롭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개교 이래 상당 기간 우리대학은 ‘국내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이라는 사실로 우리나라 대학 사회에서 나름의 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사회 일반에서 보자면 포스코의 교육보국 이념에 의해 설립됐다는 특성 또한 갖추고 있었다. 이제 2020년대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이 두 가지가 우리대학의 수월성을 나타내는 특성으로는 더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대체하면서 대한민국의 400여 개 대학 중 하나가 아니라 전 세계에 ‘바로 포스텍’이라는 사실을 뚜렷이 부각할 새로운 특성화가 요청된다.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서 우리대학을 우뚝 세우는 21세기 비전이 필요하다.
우리대학의 제8대 총장은 이런 면에서 세계의 흐름을 읽는 폭넓은 안목을 갖춘 리더여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세계의 변화를 읽으면서 그에 맞춰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의 새로운 역할을 정초할 수 있는 식견과 지혜가 새로운 총장에게 기대된다.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총장은, 국가의 과학기술 정책을 추수하거나 지역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과학기술-산업-지식의 연계 차원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직업, 새로운 삶의 스타일을 창출해 내는 대학이 되도록 우리대학을 이끄는 인물이어야 한다. 우리대학이 5대 과기대 중의 하나, 지역에 있는 까닭에 ‘스카이’ 대학에 비해 유인력을 잃어가는 대학이 아니라, 특유의 컬러를 갖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내는 전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대학이 될 수 있게 만드는 인물이어야 한다.
제8대 총장을 맞이하면서 우리대학이, 30여 년 전 개교 당시의 활력을 찾고 새로운 세기에 걸맞은 수준에서 그때보다 더 높은 명성을 수립해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