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FTA 추진과 과제] ‘FTA 지각생’탈피 … 정부 동시다발 추진
[우리나라의 FTA 추진과 과제] ‘FTA 지각생’탈피 … 정부 동시다발 추진
  • 이경희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투자정책실 F
  • 승인 1970.01.0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FTA 로드맵’ 의거 20여개 유망 대상국과 협상중
▲ 18, 9일 부산에서 열린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경제지도자회의는 ‘부산 선언’을 통해 높은 수준의 지역무역협정 및 자유무역협정(RTAs/FTAs) 추진하기로 했다.
자유무역협정(FTA)은 경제통합(Economic Integration)의 한 형태로 당사국간 상품 교역이나 서비스 교역을 저해하는 관세나 기타 무역장벽들을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하는 협정을 의미한다. 기존의 FTA는 상품에 대한 관세의 인하 및 철폐를 주요 내용으로 하였지만, 최근의 FTA는 투자보장, 서비스 무역 등 적용범위가 상당히 넓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FTA의 체결은 체약 당사국간 무역장벽의 철폐를 통해 수입비용을 감소시킴으로써 교역량을 증가시키고, 상대적으로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에 생산과 수출을 특화시킴으로써 비교우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며 이를 통해 성장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즉, 역내 관세의 철폐로 각국의 비교우위산업에 대한 교역기회가 창출되고 수출이 증대되면(trade creation effect), 해당분야의 생산량이 확대되고 소득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생산요소들이 비교우위산업으로 이동하면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증대되고 이를 통한 생산비의 하락이 제품가격에 반영되면서 전반적으로 물가가 하락하고 소비자 후생도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역외국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교역장벽이 높아지게 되면서 교역량이 오히려 감소하게 되는 무역전환효과(trade diversion effect)가 나타나게 된다.

< 투자보장, 서비스 무역 등 FTA 범위 확대 추세>
FTA는 국가경제 전체에 대해서는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주지만 국내의 개별 산업에 대해서는 비교우위산업 혹은 비교열위산업이냐에 따라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치게 된다. FTA로 특정국가에 대한 무역장벽이 철폐될 경우 비교우위원리에 따라 역내에서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가 이동하여 산업이 재편되며, 그 과정에서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 마찰적 요인으로 인해 경우에 따라서는 실업, 설비투자의 손실 등 막대한 구조조정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높은 보호장벽에 의해 보호를 받아오던 국내의 비교열위산업은 회원국의 저가 수입품에 의해 타격을 받게 되며, 경쟁력이 있는 비교우위산업은 시장이 회원국에까지 확대됨에 따라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특히 회원국간 교역구조가 상호 보완적인 경우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에 특화하는 경향이 심화되면서 역내 경제통합이 가속화되고 FTA 체결에 따른 이익도 커지게 된다.

이와 같은 FTA는 세계화(globalization) 현상과 함께 오늘날 국제경제를 특징짓는 뚜렷한 조류가 되고 있으며, 지난 1995년 다자간 무역기구인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 이후 오히려 급속한 확산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년 말까지 FTA의 수는 전세계적으로 약 300여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같이 FTA가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역의 확대 및 외국인 직접투자의 유입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는 데 대한 인식이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가운데, NAFTA의 경우에서와 같이 FTA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실증적인 사례들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1990년대 후반 이후 FTA가 날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역외국가로서의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대외경제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통상국가로서,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교역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각국의 FTA 네트워크에서 소외되어 역외국으로 남는 경우 무역전환효과에 따른 불이익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주요 교역국이 다른 국가 및 지역과 FTA를 체결한다면 우리나라 상품은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 적용에 따른 가격경쟁력 저하로 그 시장을 상실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난 1998년부터 WTO로 대표되는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보완 수단으로 FTA를 적극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FTA에 한해서는 지각생이다.

지난 2003년 참여정부 출범 당시 이미 거의 모든 WTO 회원국들이 하나 또는 그 이상의 FTA에 가입해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최초로 추진한 칠레와의 FTA 협상이 지지부진하여 몇 안되는 FTA 미가입국 중의 하나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범 이후 FTA 정책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하기 시작하였으며, 2003년 9월에는 ‘FTA 로드맵’을 수립하여 FTA를 적극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였다. 이러한 ‘FTA 로드맵’에 근거하여 정부는 동시다발적 FTA를 추진전략으로 정하였다. 동시다발적 FTA를 추진키로 한 것은 그동안 지체된 FTA 체결진도를 단기간 내에 만회하여 세계적인 FTA 확산추세에 따른 우리 기업들의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한 이유에서이다. 순차적으로 주요 교역국과의 FTA를 추진할 경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며, 이에 따라 우리기업의 기회비용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개의 FTA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여 발효시킴으로써 각 협상별로 부정적인 효과를 상쇄하여 전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한편, 대상국의 선정에 있어서는 FTA의 경제ㆍ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거대ㆍ선진경제권과의 추진이 필요하나, 단기적으로 교두보 국가 등과의 FTA를 추진함으로써 경제적 실리를 도모하도록 하였다. 내용면에서는 FTA 체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상품분야의 관세철폐는 물론 서비스, 투자, 지식재산권, 정부조달 등을 포괄하는 높은 수준의 FTA를 지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FTA 추진의 지향점은 경제의 선진화와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거대ㆍ선진경제권과의 FTA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동남아국가연합(ASEAN) 등 5개 국가군이 우리 전체 교역의 9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이러한 거대ㆍ선진경제권과의 FTA 추진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경제개혁과 구조조정 가속화하는계기 >
이와 같은 ‘FTA 추진 로드맵’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는 20여개 국의 주요 유망대상국과 동시다발적 FTA를 추진하고 있다. 2004년 4월에는 칠레와의 FTA를 발효시켰고 11월에는 협상개시 10개월만에 싱가포르와의 FTA를 타결하였으며, 2005년 7월에는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의 FTA 협상을 타결하였다. 또한 현재 캐나다 및 ASEAN과 각각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과의 협상은 양측간 농산물 양허수준에 대한 이견으로 지난 2005년 2월 이후 중단된 상태이다. 그밖에도 우리나라는 멕시코, 인도, 남미공동시장(MERCOSUR), 미국, 중국 등과의 FTA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

< 국민적 합의 바탕 협상력 강화해 나가야 >
이와 같이 우리나라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FTA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에 상당한 경제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이는 경제 개혁과 구조조정 과정을 가속화시킴으로써 우리 산업의 구조적 비효율을 개선하고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이러한 과정에서 국제경쟁력이 낮은 국내 농업부문과 여타 취약분야의 피해가 우려되며, 이들의 강한 반발은 우리나라의 효율적인 FTA 추진과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 상당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국, 미국 및 ASEAN과의 FTA 체결시 우리의 농업분야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며, 일본과의 FTA에서는 우리의 부품ㆍ소재 산업에 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이에 대하여 정부는 지난 2004년 3월 ‘FTA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우리 농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과, FTA 이행으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한 소득보전 및 희망농가의 폐업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제조업 분야의 지원법령은 현재 부재한 실정으로, 제조업 분야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면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포괄적인 구조조정 지원법’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FTA 추진정책이 성공적으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과 지지확보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인바, 정부는 개별 FTA의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과 비판을 폭넓게 수렴하여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협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며, 향후 협상의 결과가 국내산업에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하여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각 업계 및 소비자들도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며, FTA를 적극 활용하여 시장을 넓히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협상 대상자는 정부이지만, 협상 결과의 최대 수혜자와 피해자는 업계이므로 업계의 주도적인 역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