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관은 하나인데,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다니요
학생회관은 하나인데,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다니요
  • 이신범 기자
  • 승인 2019.04.2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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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기존 학생회관 공간 배정 방식에 의문을 품다

학생회관은 우리대학 구성원들의 휴식처이자, 다양한 동아리들이 문화 활동을 이어나가는 공간이다. 대학은 1년 이상 꾸준한 활동을 하는 동아리들을 중앙 동아리로 승인하고, 이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동아리방을 배정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회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비해 동아리방이 있어야 하는 동아리와 학생 단체는 매년 증가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우리대학 총학생회는 2014년에 ‘학생회관 공간 배정 일반규칙’을 제정해 신규공간의 배정 및 기존공간의 재배정을 규정했다. 본지에서는 과연 그 이후로 학생회관 공간 배정은 제정된 규칙을 적용받고 있는지, 또 공간 배정에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조사했다.

학생회관 공간 배정 일반규칙과 실질적인 공간 배정 논의

학생회관 공간 배정 일반규칙(이하 일반규칙)은 학생회관의 공간 사용에 대한 결정권과 그에 따른 제반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제정됐다. 일반규칙 제2조에 따라, 일반규칙의 대상이 되는 단체는 우리대학 총학생회의 산하 기구와 동아리연합회에 등록된 동아리이며, 적용 공간은 학교로부터 사용을 허가받은 학생회관 내 공간에 제한된다. 일반규칙이 제정됨에 따라, 중앙집행위원회는 매년 5월 15일과 11월 15일을 기준으로 ‘학생회관 공간 사용현황’을 조사해 사용 단체와 그 용도를 공개해야 한다.
일반규칙은 학생회관 공간 배정을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분류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신규공간의 배정이다. 일반규칙 제4조에 따르면, 매년 5월 15일과 11월 15일을 기준으로 △사용자가 없어진 공간 △새롭게 학교로부터 사용을 허가받은 공간의 배정은 동아리 대표자회의 의사 표명과 총학생회 의결기구의 의결에 따라 배정되도록 규정돼 있다. 두 번째는 기존공간의 재배정인데, 이 경우 역시 총학생회 의결기구의 의결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동아리 대표자회의 합의를 통해 결정한 사항을 총학생회 의결기구에 보고한다는 항목이 추가돼 동아리 대표자회의 의견이 좀 더 존중된다.
이처럼 신규공간의 배정 및 기존공간의 재배정 방식은 일반규칙을 통해 규정돼 있다. 하지만, 동아리 대표자회의 내부에서 기존에 사용되던 공간의 감사 및 재배정 논의 방식이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다면 공간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 새롭게 생겨나는 신규공간도 없을 것이고, 기존공간 간의 재배정 또한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학생회관 공간 배정 일반규칙 역시 실효성 있는 문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과연 우리대학 내부에서는 학생회관 공간 배정을 위한 합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또, 다른 대학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동아리 간의 공간 배정이 진행되고 있을까?

 

서울대 관악 동아리연합회를 살펴보다

서울대 관악 동아리연합회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는 동아리연합회가 중앙 동아리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동아리 활동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아리 운영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동아리 활동심사 방법을 문서로 규정함으로써 객관적인 심사 결과를 마련해 뒀다. 또한 ‘서울대학교 공간조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동아리 운영위원회는 동아리 활동심사에서 경고를 받은 중앙 동아리들을 대상으로 동아리방 재배정을 진행할 수 있다. 단, 공간 조정으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동아리의 경우, 징계 혹은 자발적인 요구에 의하지 않으면 재배정 대상에 올리지 않는다는 조항을 두어 신규 동아리에 대한 최소한의 활동 기간을 보장했다.
이처럼 다른 대학은 동아리연합회 차원에서 중앙 동아리와 가동아리 간 공간 수요를 중재하기 위한 수단들을 규정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고, 학내에서도 이런 절차를 타당하다고 인식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우리대학 동아리방 사용현황을 조사하다

▲‘동아리방의 사용 목적’에 대한 중앙 동아리 회장 설문 조사 결과
▲‘동아리방의 사용 목적’에 대한 중앙 동아리 회장 설문 조사 결과
▲‘동아리방에서 매주 모임을 합니까?’에 대한 중앙 동아리 회장 설문 조사 결과
▲‘동아리방에서 매주 모임을 합니까?’에 대한 중앙 동아리 회장 설문 조사 결과

 

본지에서는 기존 동아리들이 배정받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총 47개의 중앙 동아리 중, 설문 조사에 응답한 중앙 동아리는 총 21개였다. 동아리방 활용의 주된 목적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동아리 물품 보관’이 38.1%로 가장 많았으며 △정기적인 동아리 활동을 위해서(33.3%) △동아리원들의 휴식(19%) △기타(9.6%)가 그 뒤를 이었다. 학교 측에서도 이런 응답을 참고해 동아리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용 창고를 마련한다면 학생회관 공간 부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다음 항목의 결과에서 알 수 있다. ‘동아리방에서 매주 정기적인 회의 혹은 모임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네’(47.6%) ‘아니오’(52.4%)로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더 많았다. 공연 동아리의 경우 공연 준비 기간에 동아리방을 활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정기적인 모임을 하지 않고 동아리방을 창고나 휴식 공간으로만 사용하는 동아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대학 동아리연합회장(김현욱 기계 17)을 인터뷰하다

동아리방 배정은 초기에 어떻게 이뤄졌나요?
우선, 학생회관 동아리방 배정 규칙은 개교 이후로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개교 때의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초기에 어떻게 공간이 배정됐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개교와 동시에 조직된 동아리들에 학생회관의 공간을 먼저 배정하고, 이후 생겨난 동아리들에 순차적으로 동아리방을 배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배정 일반규칙은 현재 반영되고 있나요?
학생회관 공간 배정 일반규칙은 총학생회 내부 의결 과정을 따라 총학생회에서 작성했습니다. 현재 동아리방을 배정할 때 이 규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신규 단체에 대한 배정은 이뤄지고 있나요?
신규배정은 물리적인 공간 부족으로 인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사실 현재 학생회관 2층에 있는 동아리방도 임시로 벽을 세워 한 공간을 여러 개로 나눠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사용하고 있던 동아리가 없어진다면 이를 새로운 동아리나 학생 단체에 배정할 수 있겠지만, 현재는 신규배정은 어렵습니다. 다만, 기존 단체 간 재배정의 경우 소속 단체장 간의 논의를 통한 일대일 교환이나 승계의 형태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존에 동아리방을 사용하는 동아리에 대한 감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나요?
우리대학은 아직 동아리연합회가동아리방을 배정받은 동아리에 감사를 통해 동아리방을 회수하거나, 재배정할 수 있는 공식적인 절차를 마련하기에는 어려운 분위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동아리방에 대한 감사는 학기마다 두 번 정도 수행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첫 번째는 실질적으로 동아리 구성원들이 동아리방을 사용하는지를 확인하고, 두 번째는 동아리방 물품이 파손 없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감사한 결과 딱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동아리방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아리방 사용이나 관리 자체에 대한 논란이 일어난 적도 없습니다.

학생회관 공간 이용에 대한 태도,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동아리 활동심사 도입’에 대한 중앙 동아리 회장  설문 조사 결과
▲‘동아리 활동심사 도입’에 대한 중앙 동아리 회장 설문 조사 결과
▲우리대학에 2년간 가동아리로 등록된 동아리는   6개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대학에 2년간 가동아리로 등록된 동아리는 6개 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다른 대학에서는 학생회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대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기존 동아리와 신규 동아리 간의 실적 비교와 경고 절차를 통해 공간을 재배정하고 있지만, 우리대학은 아직 이러한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동아리연합회 자치규칙을 살펴봤을 때, 다른 대학과 달리 동아리 활동심사나 공간조정에 대한 항목이 규정돼 있지 않았다. 또한, 동아리뿐만 아니라 예산자치기금을 통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하는 학생 단체들도 생겨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업무를 진행할 공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
본지에서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본교 중앙 동아리 회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동아리의 실적을 보고 동아리방을 재배정해 신규 동아리와 기존 동아리 간 공간 수요를 맞추는 절차가 도입되면 어떻겠나’라는 문항에 기존 동아리는 ‘긍정적이다’(52.4%), ‘부정적이다’(47.6%)라고 답했다. 이에 반해, 신규 동아리와 학생 단체의 경우 대부분이 긍정적이라는 답변과 함께, 이런 절차가 향후 소속 단체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학생회관 공간 배정 심사에 대한 인식의 제고는 부족한 학생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향후 대학 구성원들의 학생활동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공간 배정에 대한 심사가 활성화된 대학의 경우, 신규 동아리는 중앙 동아리로 인정받아 동아리방을 획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이며 보다 다채로운 동아리들이 생겨난다. 기존에 공간을 배정받은 동아리 역시 이후에도 중앙 동아리로서 동아리방을 지켜낼 수 있도록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가며, 동아리연합회의 심사 결과에 따라 활동 방향을 정하기도 한다.
따라서, 정기적인 공간 배정 심사 절차의 마련은 우리대학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학생활동을 포함해 더욱 다채로운 동아리 활동과 신규 단체의 생성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