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청정국’에서 ‘마약 오염국’ 된 대한민국
‘마약 청정국’에서 ‘마약 오염국’ 된 대한민국
  • 정유진 기자
  • 승인 2019.04.2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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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등 향정신성의약품(출처: 연합뉴스)
▲마약류 등 향정신성의약품(출처: 연합뉴스)

 

최근 연이어 밝혀진 유명인들의 마약 투약으로 ‘마약 청정국’은커녕, ‘마약 오염국’이 된 대한민국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거되는 마약류 사범 수는 매달 1,000명이 넘는다. 마약 청정국은 국민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인 국가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16년 국내 마약류 사범 수가 국민 10만 명당 28명 수준으로 집계돼 마약 청정국 타이틀을 잃은 지 이미 3년이 지났다. 단순한 마약류 사범 수의 증가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평범한 사람들도 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유통 환경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유통망의 발달로 마약 유통이 확대돼 이제 누구나 쉽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다. 대마초를 뜻하는 ‘떨’, 필로폰을 의미하는 ‘아이스’, 북한산 필로폰을 의미하는 ‘빙두’ 등 마약을 칭하는 은어에 ‘안전 거래’를 붙여 인터넷에 검색하면 수백만 개의 판매 게시글이 눈에 들어온다. 의류를 판매하는 듯 꾸며놓은 사이트의 자유게시판에,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와 SNS에 계속해서 마약 판매 글이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 판매상들은 일회용 메일 주소나 텔레그램과 같이 해외에 서버를 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거래하는 방법으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한다. 구매 희망자에게 연락이 오면 계좌번호나 거래 방식을 공유한 뒤, 특정 장소에 구매 물품을 두면 구매자가 이를 찾아가는 일명 ‘던지기’ 거래가 주로 이뤄진다. 
또한, 딥 웹(Deep Web)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딥 웹은 일반 검색엔진에서 검색되지 않는 인터넷 공간이다. 암호화된 네트워크에 존재해 ‘토르 브라우저’와 같은 특정 인터넷 브라우저에서만 접속할 수 있다. 이 브라우저를 통해 마약 거래자들은 컴퓨터 주소인 IP를 여러 번 우회하고, 우회 통로에 암호화된 장벽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추적할 수 없게 한다. 딥 웹을 통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결제하고, 던지기 거래가 이뤄지면 판매자도, 구매자도 서로를 알 수 없다. 따라서 투약자가 검거되더라도 다른 투약자와 거래자를 잡을 수 없는 것이다.
위 방법처럼 마약 거래가 온라인에서 손쉽게 이뤄지면서 마약류 사범의 연령대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경찰청 통계자료 ‘마약사범 검거 현황’에 의하면, 10대 마약류 사범은 2017년에 69명, 2018년에 104명으로 1년 사이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단순한 호기심에 마약 구매를 검색했다가, 마약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투약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의 경우, 마약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마약을 끊을 만큼의 자제력을 갖추지 못해 계속해서 투약하는 일이 많아 마약류 사범 수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마약 유통망의 발달과 함께 유통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해외 마약 판매상들이 국내 투약자를 주요 타깃으로 삼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마약 수요보다 공급이 적어 시세가 다른 국가보다 매우 높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국내 필로폰 1g의 도매가격은 약 285달러이다. 중국의 59달러, 홍콩의 46달러보다 비싼 금액임은 물론, 미국의 209달러, 싱가포르의 117달러보다도 높게 측정된다. 필로폰의 국내 거래 가격은 해외 거래 가격의 약 5~6배인 것이다. 또한,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마약 관련 처벌이 약해 마약 판매상들의 위험 부담이 적다. 마약류 사범 3명 중 1명은 집행유예 판정을 받고, 징역형을 받더라도 대부분이 3년 미만을 선고받는다. 이로 인해, 국제 마약밀매조직 내에서도 우리나라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으로 통한다.
실제로 대검찰청에 따르면, 매년 약 8,000명의 마약 초범이 생겨 국내 마약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검찰이 2017년 압수한 마약은 258.9kg, 2018년 압수한 마약은 517.2kg으로 마약 압수량은 1년 사이 두 배가량으로 증가했다. 그중 필로폰 압수량은 6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은 “마약류 범죄 규모는 유엔 암수범죄 계산에 의해 통계의 20배 정도로 추산한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매년 약 16만 명의 마약 초범이 양산되고 있는 셈이다. 마약은 중독성이 강해, 마약류 사범은 재범률이 36%로 높은 축에 속한다. 이에 전 회장은 “마약 유통 근절과 마약 중독자 치료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없다면 마약 범죄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마약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선 수요와 공급 모두 줄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는 마약 중독증 제거와 재발 방지를 위한 법률안을 재입법하고, 수사와 예방, 재활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구를 구성해 마약 유통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마약 구매자와 판매자 간 거래 동선을 직접 찾는 데 중점을 뒀으나, 최근에는 휴대전화 기록과 같은 통신 수사에 주력하고 있다. 해외 마약 밀매처가 많아진 만큼 국제공조수사 또한 강화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음을 알렸다. 이런 수사기관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 마련 및 처벌 강화를 뒷받침으로, 국민들은 마약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인식을 가져야 한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고 마약 근절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마약 퇴치 교육 기관을 지원해 주고, 국민들이 교육을 접할 기회를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우리 스스로 마약류 퇴치에 적극적으로 임할 때 비로소 마약 청정국으로 향하는 대한민국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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