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향초 만들어 선물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수제 향초 만들어 선물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 김주희 기자
  • 승인 2019.04.24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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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향초, 디퓨저 등을 선물하는 사람이 많다(출처: Pixabay)
▲수제 향초, 디퓨저 등을 선물하는 사람이 많다(출처: Pixabay)

개그맨 박나래 씨가 환경부의 행정지도를 받았다는 소식에 지난달 누리꾼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박 씨는 지난 2월 환경부로부터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화학제품안전법) 위반에 따른 행정지도를 받았다. 박 씨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에 출연 중인데, 지난해 11월 수제 향초 100개를 직접 만들어 선물하는 과정이 방송돼 이를 본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 민원이 제기됐다. 박 씨는 판매가 아닌 지인과 팬들에게 선물하기 위한 목적으로 향초를 만들었으나, 안전인증을 받지 않아 법에 저촉된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규정 위반 정도가 경미해 행정지도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박 씨는 자진해서 향초를 수거했고, 앞으로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며 개선 노력을 보여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처음 들었다”라며 놀라워하거나 “안전을 고려한 조치라고 해도 지나치게 엄격하지 않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례로, 마약은 복용·투약하거나 거래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지만, 개인이 향초를 만든 뒤 안전인증을 받지 않고 지인에게 선물하면 징역 7년 이하나 7,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다. 허가받은 공방의 원료로 개인이 향초를 만들어 가족이나 친구 등에게 소량으로 선물해도 이렇게 무거운 처벌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향초의 경우, 향기를 내는 물질이 공기 중에 퍼져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초보다 안전기준이 더 엄격하다. 향초가 타면서 각종 발암물질 등의 유해물질을 내뿜어 심각한 경우 암에 걸리거나 질식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만든 향초를 본인만 사용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거나 무상으로 선물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화학제품안전법은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고를 계기로 화학제품 전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살생물제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대두되자 제정됐다. 법의 목적은 살생물제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생활화학제품의 체계적 안전관리를 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화학제품안전법에서 말하는 ‘생활화학제품’과 ‘살생물제’란 무엇일까. 용어의 정의는 화학제품안전법 제1장 제3조에 명시돼있다.

▲화학제품안전법 제3조 일부 발췌
▲화학제품안전법 제3조 일부 발췌
▲화학제품안전법 제35조, 제58조 일부 발췌
▲화학제품안전법 제35조, 제58조 일부 발췌

 

이처럼 규정된 법에 따라, 지정된 시험검사기관에서 안전기준 적합 확인을 받지 않은 생활화학제품은 화학제품안전법 제35조에 따라 판매와 증여를 할 수 없으며, 그 목적으로 진열, 보관, 또는 저장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만약 이를 어겼다면, 화학제품안전법 제7장(벌칙)에 명시된 것에 따라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제56조와 제57조에 저촉할 경우 징역형과 벌금형이 동시 부과될 수 있다.
합법적인 판매 및 증여를 위한 향초, 디퓨저 등의 인증 절차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먼저 생활화학제품의 안전 확인을 위한 시험 및 검사는 화학제품 안전법 제41조에 따른 지정 기관에서만 받을 수 있다. 인증 기관은 크게 △한국환경공단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그 밖의 환경부 장관이 인정하는 기관이 있으며, 인증 절차의 예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절차를 들겠다. 시험·검사와 신고 신청을 위해서 총 8단계가 필요하며, 시험·검사 시 제출 서류는 최소 4부, 신고 시에는 6부의 서류가 필요하다.  화학제품 시험·검사 수수료는 품목별로 다르며, 예로 액상 제품이 아닌 방향용 초를 들자면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18만 원이다. 그 외에도 △용기 강도 시험 △누수시험 △함유금지물질 시험 △사용물질(분사형) 시험 등 더 많은 시험이 필요하면 더 큰 비용이 필요하다. 이에 수제 향초를 만들어 지인에게 나눠주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인증받은 공방에서 지도를 받아 매뉴얼대로 만든 향초를 왜 인증을 또 받아야 하냐’, ‘수제 향초 만들기를 취미활동으로 고려했는데 인증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도 상당해서 포기했다’ 등 규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또한, ‘인증받지 않은 향초 선물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지만, 소수의 지인에게만 선물하면 들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환경부의 단속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나래 수제 향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취미활동이 범법행위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법이 평범한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뜨리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법이 제정된 계기와 필요성을 알고, 자신과 지인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안전인증을 받은 생활화학제품을 이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