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정답은 없었다
인생에 정답은 없었다
  • 마준석 / 전자 16
  • 승인 2019.04.2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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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유일한 이유였다.
대학에 입학한 것도 벌써 3년 전 일이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4학년이 됐다. 최근에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대학원 원서까지 결재를 완료했다. 대학원을 가는 것이 맞는 선택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내가 선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은 있다. 나는 2016학년도에 입학한 이후로 단 한 번의 휴학도 없이, 4년 졸업을 택했다. 주변에서는 항상 내게 물어본다. 왜 그렇게 빨리 졸업하려 하느냐고 말이다.
나는 중학교 시절 과학고등학교 입시에 실패했었다. 무엇이 그렇게 긴장됐는지 면접에서 제대로 말도 못 하고 나왔었다. 다른 면접에서는 그렇게까지 떨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면접관님께서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말해보라고 말씀하시며 따뜻한 물도 주셨으니, 얼마나 떨었는지는 아마 더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때 같이 과학고등학교를 준비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성공적으로 입학했고, 많은 친구가 나보다 1년 먼저 대학교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입시는 내 인생 처음으로 겪었던 큰 실패였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너무 비참했다. 세상의 모든 목표를 잃은 기분이었다. 스스로가 정말 싫었었다. 내 소심했던 성격도 싫었고, 단점들 하나하나가 너무 싫었다. 자존감은 급격하게 낮아졌고, 다시는 남들보다 뒤처지기 싫다는 강박관념도 생겼었다. 내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내 친구들은 15학번 선배들이었고, 그래서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로도 나는 휴학을 거의 고려 하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 때의 실패 경험 이후로, 나는 친구들보다 1년 뒤처져 있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낼 수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오히려 미리 실패해본 것이 잘된 일이라고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철없던 청소년기에 커다란 실패를 해보고 본인을 되돌아 볼 기회를 가진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오히려 나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한 것이다. 실패를 미리 해본 덕에, 나는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내가 갖고 있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생각해보고 점차 고쳐나갔다. 또한, 정말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실패를 통해서도 경험을 쌓을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때의 실패는 내가 스스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긍정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돼 주고 있었다.
3년간 꾸준히 대학 생활을 해오면서, 휴학하고 여행을 가거나, 단기유학을 떠나는 동기들을 보면서 졸업을 미루더라도 저런 경험들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기유학을 가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과 교훈들이 있듯이, 학교에 남아있으면서 얻을 수 있는 행복과 경험들도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크게 부러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학교에 남아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더 열심히 임하게 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런 다양한 경험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것 같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서도 내가 선택한 길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과 걱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선택하든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인생에 있어서 어느 길이 맞는지에 대한 정답은 없고, 실패하게 되더라도 실패를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도전을 해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의도하지 않았던 경험들이 더 좋은 결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