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맞게 법 고치고 공감대 형성해야
현실에 맞게 법 고치고 공감대 형성해야
  • 송양희 기자
  • 승인 1970.01.0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게임업계는 반대…관련협회 등은 찬성
현재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은 문화콘텐츠 산업이 중심으로서 국내 시장의 규모는 대략 4조원 정도이며, 그 중 온라인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지난 27일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서 밝힌 작년 한해 국내 아이템 거래 시장은 약 5천 억 원에서 6천 억 원 사이로 추산되었으며 올해는 6천 억 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같은 추정치는 대표적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인 아이템베이의 실적 등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아이템베이는 지난 2002년 이후 2년간 6배 이상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은 아이템베이와 게임업계를 통해 아이템베이가 온라인 아이템 거래 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추정이 거의 불가능한 개인 간 오프라인 직접 거래 규모를 합하면 실제 규모는 추정치보다 더 클 것 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게임시장은 새로운 경제시스템 및 사회적 가치의 창출로서 중요성이 점차 증가해가고 있지만, 온라인 게임 아이템의 현금거래를 포함하여 게임중독 등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법제도의 부재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게임 아이템으로 인한 범죄가 전체 사이버 및 컴퓨터 관련 범죄의 44%(약 18만 건)에 육박하면서 온라인게임 아이템의 법적 성질과 그 거래금지약관 등의 정당성 여부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리니지1·2를 서비스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사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게임사들은 온라인 게임 아이템의 거래를 금지하는 약관을 두고(이하 금지약관)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게임약관 및 게임 운영원칙을 근거로 게임계정 삭제 또는 영구압류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온라인게임사는 현금거래 반대

이에 학계와 관련 정부당국(문화관광부·정보통신부·공정거래위원회)·국회의원·게임산업계 그리고 소비자들 간에는 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의 허용여부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은 “온라인 게임 아이템 시장을 제대로 규제·관리하기 위해서는 현재 음지에 있는 아이템 현금거래를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며 양성화 법 발의 취지를 설명하였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더욱 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사들은 대체로 아이템 현금거래를 금지하는 태도를 견지하며 그와 같은 내용을 약관에 담고 있다. 게임 업계 쪽에 따르면 아이템의 소유가 게임사에 있다는 점 그러므로 그 사용관계는 게임사가 정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내부 정책적인 논거로 아이템 현금거래가 게임사가 설정한 게임 속 경제의 밸런스를 파괴하고, 게이머 간 플레이의 공정성을 해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아이템 현금거래가 게이머, 특히 청소년 게이머에 의한 아이템 관련 사기·해킹·폭력 등 사이버 범죄가 다수 유발되기에 이를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면 온라인 게이머들은 대다수가 자신의 아이템에 대하여 현실 소유권에 가까운 소유욕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게이머들은 찬·반 양론으로 나누어지는데, 반대하는 측은 위의 게임사가 들고 있는 논거들과 대동소이하며, 현금거래를 찬성하는 게이머들 가운데는 △자신의 플레이를 통해 노력하여 얻은 가치를 인정받고자 한다는 입장 △현금거래 없이는 지루한 반복식 게임 플레이를 하여야 하기에, 그러한 게임 설정을 건너 뛰어 진짜로 게임다운 게임을 하고 싶다는 입장 △온라인 게임을 마치면서 그동안 성장시켜 놓은 캐릭터와 보유 아이템을 그냥 사장시키기 아깝고 들인 요금 등에 대한 보상으로 현금거래를 바라보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입장차 보여

위와 같은 게임사 측의 입장에 대해 정준모(정준모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회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게임사들이 아이템 현금거래를 금지하는 실질적이고 본질적인 이유는 게임아이템의 거래를 인정하게 되면 게임계정의 보안을 더욱 강화할 것을 요하므로 게임사의 책임 및 각종 보안유지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게임의 관리비용도 증가하고, 게임사의 과실로 인한 해킹·사기 등의 경우에 아이템으로든 현금으로든 보상을 해 주어야 하고, 게임아이템거래로 인한 사회적·법적인 부작용들에 대하여 사회적·도의적 비난이 쏟아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현재 게임업계와 정 변호사는 아이템 현금거래의 주요 쟁점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우선 게임 아이템의 현금거래가 게임 자체 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게임업계 측을 말한다. 한국게임협회 서인용 실장은 “게임사의 제작의도가 게이머가 게임을 수행하여 경험을 축적하고 경험치나 게임머니를 축적하여 게임내에서 캐릭터를 키워나가게 게임을 설계하였고, 현금거래를 허용하게 되면 현금으로 고가의 아이템을 가진자가 게임을 좌지우지하고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된다”고 말했다. 반면 정 변호사는 온라인게임 초창기에 현금거래조장·플레이어 킬링제도 운영으로 경쟁심 격화, 아이템의 게임내 비중 강화, 게임의 중독성 강화, 아이템의 양도 가능성 허용 등으로 아이템 거래를 조장하고 만들어 낸 것은 게임사 스스로이며 이제는 아이템베이·아이템매니아·아이템플포, 기타 사적 거래 등을 통하여 온라인게임계에서 아이템 거래는 온라인 게이머 누구나 인정하고 이제 실질적으로 보편화되고 일상화된 일이라고 말한다. 또한 2003년 6월 30일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김택진 씨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아이템이 거래가 되는 것은 게임내의 정당한 거래활동 및 경제활동의 일환으로서 당연하다’라는 말을 빌리고 있다.

또한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제한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게임사 측은 현금거래를 금지해도 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면이 적으며, 아이템 이용권의 양도허용을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게임사의 결정에 달렸고, 아이템은 저작물로서 게임회사의 소유이고, 게임사가 아이템의 가치를 고려하여 이용료를 받은 것도 아니므로 이용자가 이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하여 이용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에 정 변호사는 만약 게임유저들이 게임아이템을 게임회사에게 구입해 달라고 했거나, 게임을 종결하거나 그만 두면서 게임사 측에게 게임아이템을 현금으로 보상해 달라는 주장을 했다면 이 부분 주장은 일응 그 타당성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나, 게임유저들끼리 스스로 아이템을 양도하거나 거래하는 것을 허용하여 주고 또는 그에 관련된 부당한 약관을 시정해 달라는 주장에 대하여는 유효하거나 적절한 논거가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 게임사가 아이템의 가치를 고려하여 게임이용료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게임아이템을 취득하려면 장기간 게임을 하여야 하고 장기간 게임을 하게되면 당연히 게임이용료도 많이 지불될 것이므로 게임아이템과 게임이용료가 전혀 관계가 없다고는 말 할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일상화되고 있는 아이템 거래

현재 온라인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학자 및 실무가·정책담당자들은 온라인 게임상의 법적 문제점은 있지만 게임사의 아이템거래금지 및 계정압류약관이 과도한 조치라며 정 변호사 측에 힘을 실어준다. 위덕대학교 정해상(법대) 교수는 ‘게임산업의 법적 정책과제’라는 발표문에서 “현재 약관은 소비자들의 정당한 게임내 활동과 사적자치를 과도하게 침해하므로 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부산지방법원의 윤웅기 판사는 게임아이템을 일종의 권리금으로 보는 아이템 권리금설을 주장하며 “아이템 거래시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 수수되는 돈은 게임사의 저작물인 아이템 자체 또는 그 사용권을 양도받는 대가가 아니다”라며 “그 아이템을 얻는데 소요되는 ‘게임 플레이’를 양도받는데 지불하는 일종의 권리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은 아이템 거래를 양지로 끌어낼 온라인 게임양성화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임관련 협회의 한 관계자는 “더이상 산업발전 저해 등의 부작용을 두려워하여 도마위로 올라온 게임아이템 현금거래를 무시할 수는 없다”며 “개발사와 유저, 업체와 정부부처의 합리적인 조율을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엔씨소프트의 최석우 마케팅실장은 “최근 게임내 상황이 현실과 혼동되면서 현실 세계의 폭력·아이디 도용·아이템 현금거래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새로운 환경에 맞도록 법체계를 바꾸고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