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가는 학생사회에 ‘안녕들 하십니까’
무너져가는 학생사회에 ‘안녕들 하십니까’
  • 이신범 기자
  • 승인 2019.03.2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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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이 지나간 후에’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 있는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의 모습
▲’해일이 지나간 후에’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 있는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의 모습

 

“학생회를 시험 기간 간식과 귀가 버스를 제공하는 복지사업단체로 인식하는 학우들의 수는 얼마인가? 그 누가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고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이전 학생회들의 사업을 재발견하고 이어 나가려는 시도도 점차 원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는 파편화돼 과거의 기억을 더듬고 있다. 학생사회의 붕괴는 우리의 현실이다.”

2019학년도 1학기 시작을 알리는 개강 첫 주,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는 ‘해일이 지나간 후에’라는 제목으로 학생사회의 종말을 알리는 대자보가 붙었다.
사회적 분위기에 대항해 학생 운동을 일깨운 ‘안녕들 하십니까’, ‘김예슬 선언’ 등의 대자보가 붙었던 고려대 대자보 거리는, 이제 학생들의 무관심과 이로 인한 학생사회의 종말을 말하고 있다.


총학생회는 대학의 존립과 함께 오랜 기간 학생 자치의 실현을 위해 존재해왔지만, 근래에 들어 학생사회에 대한 줄어드는 관심으로 인해 그 존재 의미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한때 학생운동의 상징이었던 연세대는 2016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입후보 부재 △투표율 미달 △선본 자격 박탈 등의 이유로 총학생회장은 공석이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수많은 대자보를 붙이며 학생사회를 이끌었던 고려대 역시 제49대 총학생회장단 선거 이후로 투표율은 30%대를 웃돌고 있다.


학생사회에 대한 무관심은 우리대학도 별 다를 바가 없다. 현재 학생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전 학생회의 사업을 재발견해 더 나은 공약을 제시하며 학생 자치의 발전과 진흥을 도모하는 선거 활동은 없어진 지 오래다. 실제로, 일반적으로 2개 이상의 선본이 출마해 경쟁했던 다른 대학의 선거와 달리 근 10여 년간 우리대학 총학생회장단 선거는 2015학년도를 제외하고는 단독 후보가 출마해 당선되는 경우만 있었다.


실제로 본지에서 이번 달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총학생회장단 당선에 찬성한 인원의 상당수가 우리대학의 투표를 단지 단일후보로 출마한 후보에게 ‘총학생회장단은 필요하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한 표를 행사하는 행위라고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대학(大學) 총학생회는 단순히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존재하는 단체가 아니다. 구성원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이며, 민주적 의사 결정에 따라 학생 자치를 실현하고 과외활동을 활성화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학생사회의 중심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학생사회의 본질은 빛을 잃어가고 있다. 본지에서는 우리대학의 학생 자치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