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비리, 이제는 사라질까
유치원 비리, 이제는 사라질까
  • 김성민 기자
  • 승인 2019.03.2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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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출처: 중앙일보)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출처: 중앙일보)

작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전국 시도교육청의 비리 유치원 조사 결과였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유치원 가운데 2,058곳을 감사한 결과, 1,878곳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적발된 유치원 가운데는 단순 실수로 규정을 어긴 곳도 있지만, 회계 부정, 급여 부정 지급과 같은 각종 비리가 적발된 곳도 상당했다.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에 현장 체험학습을 맡기거나 심지어 유치원 돈을 아파트 관리비 납부, 명품가방 구매 등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적발금액을 합치면 269억여 원에 달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유치원의 여러 비리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자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회계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에서 개발해 초·중·고등학교와 국공립유치원에서 사용하는 교육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2020년부터 모든 유치원에 도입하기로 하고, 이와 관련한 유아교육법 시행령과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의 이익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는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이라며 정부의 정책에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 정책과 별도로 국회에서는 박 의원을 대표로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의 ‘유치원 3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유치원이 징계나 시정명령 등을 받고 이름을 바꿔 다시 개업하는 것을 제한함 △유치원만을 설치 및 경영하는 학교법인 이사장은 유치원장을 겸직하지 못하게 함 △유치원도 학교급식법의 적용대상에 포함함 등이 담겼다. 한유총은 이사장의 원장 겸직금지 조항과 유치원 폐원을 까다롭게 한 것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유치원 3법’에도 반발하고 있다. ‘유치원 3법’은 지난해 12월에 국회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지만, 정당 간 견해차가 있어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가운데)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출처: 뉴스1)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가운데)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출처: 뉴스1)

한유총은 에듀파인은 수용했지만 △‘유치원 3법’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 △사립유치원 사유재산 인정 △사립유치원 원아 무상교육과 교사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8일, 한유총 소속 유치원의 무기한 개학 연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전국 사립유치원 3,875곳 가운데 개학일에 실제로 개학을 연기한 곳은 239곳에 불과했고, 그 가운데 어떤 돌봄도 제공하지 않은 곳은 18곳에 그쳤다. 개학 연기 참여율이 저조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유총에 대한 학부모의 여론은 극도로 나빠졌다. 그리고 한유총의 설립을 인가한 서울시교육청이 민법 제38조에 따라 한유총의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하자 한유총은 하루 만에 무기한 개학 연기를 철회했다. 하지만 한유총은 ‘유치원 3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집단 개학 연기 철회와 상관없이 한유총의 사단법인 설립 허가 취소방침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오는 28일 한유총 측 의견을 듣는 청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교육부는 한유총의 집단 개원 연기가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사업자단체의 불법 단체행동이라고 판단해 한유총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일련의 사태 속, 한유총에서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가 갈라져 나오고 지난 14일, 검찰이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의 집과 유치원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이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유치원 운영이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치원은 사유재산이면서 동시에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에 따른 교육기관으로, 유아교육법 제26조 제3항에 의해 정부로부터 △설립비 △교사 인건비 △교재비 및 교구비 등의 각종 비용을 지원받으며, 소득세법 제19조에 의한 교육기관으로서 사업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 또, 지방세특례제한법 제19조와 제177조의2에 의해 취득세와 재산세도 85% 면제된다. 이렇듯 사립유치원은 설립과 운영에서 다른 사유재산과 다르게 각종 재정적 혜택을 누리므로 완전한 사유재산이라 보기 힘들다. 따라서 한유총의 주장은 학부모와 일반 국민을 설득하지 못했다. 
박 의원의 비리 유치원 명단공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11일에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도교육청이 지난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추가 감사를 벌인 결과, 유치원 277곳에서 1,229건의 비리를 적발했으며, 103억여 원을 부정 사용한 것을 밝혔다. 그 가운데는 유치원 비리가 화제가 된 다음에도 비리를 저지른 곳도 있었다. 한편, 에듀파인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의무도입 대상인 원아 200명 이상 사립유치원 전체가 가입했다. 이렇게 국정감사로 촉발된 유치원 비리 사태는 마무리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유치원이 저지른 각종 비리에 대해 끝까지 관심을 가져 유치원이 다시는 비리를 저지를 수 없게 해야 한다. 정부는 유치원 비리를 엄단해 유아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를 높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유치원 경영자는 더는 유치원을 수익원으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교육자라면 아이들 앞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