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버린 암호화폐 열풍, 미래는 어디에
식어버린 암호화폐 열풍, 미래는 어디에
  • 김성민 기자
  • 승인 2019.02.28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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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의 가장 극적인 한 해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역대시세 그래프, M은 100만 원이다(출처: 구글)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역대시세 그래프, M은 100만 원이다(출처: 구글)

재작년 말부터 작년 초까지,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시세가 폭등했다. 대표적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경우 2017년 8월 25일에 약 490만 원이던 시세가 넉 달도 지나지 않은 같은 해 12월 15일에 약 2,130만 원까지 급등했다.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며 ‘가즈아’, ‘떡상’ 같은 암호화폐 투자자 사이의 은어가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졌다.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고 시장이 과열되자 정부는 시중 은행에 암호화폐 거래용 가상계좌 발행을 중단하게 했고, 이후 외국인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과 내국인 신규 투자자 유입이 어려워졌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가 강력해지자 비트코인의 시세는 700만 원대로 떨어졌다. 그 후 700만 원대를 유지하던 비트코인은 작년 11월 이후 400만 원대로 하락해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사용할 곳이 없는 보상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활용한다. 블록체인이란 거래내용을 모든 이용자가 갖고 있어 제3자의 보증 없이 거래 당사자 간 가치를 교환할 수 있는 기술이다. 각 이용자가 이전까지의 모든 거래내용을 갖고 있으므로 함부로 조작하기 힘들다. 중앙에서 모든 거래내용을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이 널리 이용되면 금융거래, 데이터 관리 등 정보 보안이 중요한 분야에서 보안성이 강화될 것이다. 그렇지만 암호화폐가 기존의 화폐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화폐가 탄생한 이유는 사람들 사이의 직접적인 물물교환이 어려워 매개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화폐가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물건과의 교환이란 뜻이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화폐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결제수단으로 쓰기 매우 어렵다.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온·오프라인 상점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어떤 가게에서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받는다는 것이 기삿거리가 될 정도이다.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암호화폐가 블록체인 유지에 대해 각 참여자에게 주어진 보상이기 때문에 둘을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암호화폐라는 보상을 받더라도 그것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보상이 아닐 것이다. 암호화폐 생태계가 활성화되려면 규제 완화도 좋지만, 일상생활에서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취급하는 곳이 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암호화폐는 데이터 더미에 불과하다.

 

암호화폐는 왜 결제수단이 되지 못하는가

 

▲암호화폐는 통상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까(출처: Pexels.com)
▲암호화폐는 통상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까(출처: Pexels.com)

가격변동이 심하다는 점도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취급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앞서 밝혔듯이 넉 달 만에 5배 가까이 가치가 상승하는 재화를 화폐로 삼기는 어렵다.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그것을 물물교환의 매개체가 아니라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투자수단으로 생각하며 거래한다. 암호화폐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암호화폐를 사고팔며 차익을 법정화폐로 얻는 것을 목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이다. 암호화폐는 가격변동이 주식보다 훨씬 심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일확천금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에 새로 상장되는 암호화폐는 투기심리로 인해 일시적으로 가격이 급등하는데, 일부 투자자들은 이 순간을 노려 수익을 올린다.
안정성이 적다는 점도 암호화폐가 널리 쓰이는 것을 막는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해킹을 당해 고객의 암호화폐를 잃거나 거래소가 파산하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거래소가 가지고 있는 암호화폐의 양이 거래량보다 부족해 암호화폐 출금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기도 한다. 군소 암호화폐는 상장폐지 등으로 인해 그 가치를 잃는 경우도 많다. 바로바로 사용하기 어렵고, 사라질 수 있는 것을 일상생활에서 결제수단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지금 우리나라는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한창 일었던 작년 초, 정부는 강력한 규제를 내놓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1년이 지난 지금, 발의된 법안들은 국회에서 계류돼 있고, 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한 뚜렷한 관리방안이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며 사회적 화두가 되자 땜질식 대처를 했다. 정부가 확실한 견해를 내놓지 않자 두 달 전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의 대표가 정책토론회에서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의 운영과 자격 등에 대한 규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강경 방침이 국내 관련 업계의 성장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무지를 이용한 각종 사기 사건도 발생했다. 작년 여름에 한 기업이 울릉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보물이 가득하다고 알려진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인양한다고 발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기업은 군함 속에 있다는 보물을 담보로 자신들이 만든 암호화폐가 거래소에 상장되면 큰돈을 벌 것이라며 사람들을 모아 암호화폐 구매를 유도한 사기꾼들이었다.
작년에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할 때 정부가 강력한 규제방침을 내세우자 이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답변기준인 20만 명을 넘겼다. 하지만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한 지금은 정부의 대처가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암호화폐 광풍이 사그라든 이때가 바로 암호화폐, 그리고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 방향에 대한 차분한 논의가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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