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반성·계발 통해 ‘진정한 CEO像’ 확립해야
자기반성·계발 통해 ‘진정한 CEO像’ 확립해야
  • 송양희 기자
  • 승인 2005.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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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는 전공지식·의사소통기술·이해갈등 조정 능력 갖춰야
최근 사회에서 ‘최고집행책임자’(CEO: chief executive officer)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작년 12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조사한 ‘중고생의 장래희망 직업선호도’에 따르면 남학생 중 10.6%가 기업가를 선호하여 3위를, 전체적으로는 4위(6.7%)를 차지했다. 이러한 관심 속에 국내 많은 대학에서는 경영·MBA 관련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1996년 카이스트에서 테크노경영대학원을 설립한 것을 필두로 서울대·연세대에서도 전문경영과정을 육성하고 있으며 올해 3월 성균관대에서도 미국의 MBA과정을 교내에 도입하기로 했다. 이 밖의 다른 대학에서도 기업에서 필요한 인간상 등 기업 내의 생생한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주고자 대기업 및 벤처회사의 CEO를 연사로 초빙하고 있다.

이러한 CEO에 대한 관심은 이공계 중심의 우리학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지난 17일 문화프로그램 교양강좌 연사로 초빙된 LG화학의 CEO 노기호 대표이사는 손욱 삼성인력개발원 사장, GE의 잭 웰치, 도요타의 오쿠다 히로시 등 이공계 출신의 CEO를 예로 들면서 이공계인에게 있어서 경영마인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학교 김수영(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1900년대에는 분업이 중심이었다면 2000년에는 통합이 중심이 되어 전공 이외의 다른 부분과의 협업을 사회에서 요구하고 있다”면서 “최근 연구개발(R&D: Research and Development)은 ‘연구와 비즈니스개발’(R&BD: Research and Business Development)로 그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이공계에 있어 경영 마인드 함양이 중요시 됨에 따라 우리학교 역시 학생들에게 경영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자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올해부터 산업경영공학과(이전 산업공학과)로의 명칭변경과 내년 설립예정인 전문경영대학원 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창업지원팀에서는 벤처창업포럼을 마련, 젊고 유능한 벤처사장과 학생들간 만남의 시간을 제공해오고 있다. 지난 18일 POSTECH 리더십센터 개소식에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하여 손욱 삼성인력개발원 사장을 초빙하는 등 학생들에게 CEO와의 만남의 시간을 마련하는데 학교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카이스트 테크노 경영대학원의 배보경 교수는 “CEO에 대한 이러한 관심이 반기업 정서를 타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고 말한다. 실제로 작년 삼성경제연구소의 ‘중고생 경제의식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학생들이 대기업에 취직할 의향을 가지고 있으며 기업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인 성향으로 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CEO에 대한 관심과 목표가 너무 막연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김충식(산업경영 과04) 학우는 “인기 드라마 및 유명한 대기업·벤처회사 CEO의 성공담을 따라 청소년들이 막연히 인생의 목표를 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져버릴 수 없다”고 말한다. 실례로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방영된 드라마 ‘허준’의 영향으로 한때 한의학 열풍이 불었다. 이에 서의호(산업경영과) 교수는 “관심을 가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나 충분한 자기계발과 자기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전치혁 산업경영공학과 주임교수는 “올해 신입생 면접 때만 해도 많은 학생들이 CEO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 얼마나 자기반성 및 계발을 통해 준비를 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또한 김수영 교수는 “일부 학생들이 인턴십 등 자기 주도적으로 자기계발을 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절대적으로 문화시설이 부족한 우리학교에서 CEO로서의 자질을 계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치혁 교수는 언론 또한 CEO의 모습을 과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전 교수는 “열심히 생활하고 노력하는 CEO의 모습은 충분히 본받을만 하지만 마치 CEO를 성공의 대명사로 여기는 언론의 모습은 청소년에게 귀감이 아닌 환상만을 줄 뿐이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인터넷상에선 <성공하는 사람들: CEO>, 등을 통해 성공하는 사람이 CEO인양 또는 CEO만이 성공하는 사람들이라는 등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서의호 교수는 “성공보단 실패하는 CEO들이 더 많다”면서 “CEO들의 장점·태도를 본받는 것은 좋지만 언론의 겉모습만을 바라보면 안된다”고 충고했다.

임경순(인문사회학부) 교수는 현재 이공계 학교의 환경이 CEO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능력을 배양시켜 줄 수 있는 구조가 아님에도 많은 대학에서는 경쟁적으로 경영교육과정을 만들고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최근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은 CEO에게 필요한 소질로 역량(전공지식)과 함께 의사소통기술·이해갈등 조절을 꼽았다. 하지만 다수의 학교에서는 습득해야 할 지식이 많다는 이유로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다. 전치혁 교수는 “학교에서는 토론식 수업을 권장하고 있지만 활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아직 학생·교수 모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 역시 CEO를 양성하기에 산학협력면에서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임 교수는 대통령에게 보낸 ‘국가 과학기술연구개발 전략의 새로운 방향’이라는 청원서를 통해 과학기술에 바탕을 둔 혁신주도형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정책이 단순한 연구개발 정책의 차원을 넘어서 미시경제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며 기술개발 성과의 상업화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지식을 창출하는 대학이나 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수요자의 요구와는 상관없이 대체로 공급자 중심으로 추진되었던 기존의 산학협력을 개방형·통합형·혁신 주도형의 신 산학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 교수는 “이러한 산업체와 연구소의 원활한 협력 속에 CEO를 배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EO들이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CEO들에게는 의사결정만큼 힘든 것이 없다고 한다. 최근 소니의 이레 노부유키와 HP의 칼리 피오리나, 월트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즈너의 퇴진은 이러한 현실을 말해준다. 노기호 LG화학 대표이사는 “CEO는 쟁취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할 때 남들이 CEO로서 인정해 주는 것이다”며 충분한 계획없이 CEO를 목표로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충고하고 있다. 또한 박성주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장은 “이제는 CEO라는 막연한 관심이 아닌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진정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학교·학과행사 참여에서부터 많은 사회생활을 미리 경험해 볼 것을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