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방학나기를 위한 제언] 참사랑도 함께 배운 지난 겨울학교
[현명한 방학나기를 위한 제언] 참사랑도 함께 배운 지난 겨울학교
  • 정향미 / 화공 2
  • 승인 2000.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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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하지 못해서일까. 겨울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지난 겨울은 내게 유난히도 춥게 다가왔다. 추위를 잊기 위해 많은 행사에 참여했다. 바쁘게 살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많은 일들 중에서 내 삶에 가장 선명한 발자국을 남긴 것은 ‘겨울학교’이다.

이 지역의 중학교 1, 2학년 학생들과 함께 2주간 학교를 꾸려나가는 것이 바로 ‘겨울학교’ 라는 행사다. 중학교 1, 2학년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들의 지식이 모자라서, 또는 그들이 잘 따라 주지 않아서가 아니다. 항상 내가 그들의 입장이 되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하나를 구상하더라도, 그리고 어떤 이벤트를 꾸미더라도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중학생의 입장에서 중학생의 눈으로 그것들을 바라보고 그것이 유익한지, 재미있는지 또는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중학교 시절을 지나온 지 채 5년도 되지 않았건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고심해서 만들어 낸 프로그램에 아이들이 즐겁게 동참해 주었을 때는 세상을 얻은 듯하였다. 겨울학교를 하는 동안 느꼈던 그 어려움과 그 기쁨. 그것이 그 동안 잊고 살았던 ‘배려’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그들을 가르쳤다는 말은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해야할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 학업에 매여 자기만을 생각하기 쉬운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아니 꼭 우리 학교 학생만이 아니더라도 모두에게 필요한 것일 것이다.
짧은 2주간의 만남이었지만 그들은 내게 새로운 삶을 알게 해주고 떠났다. 마지막날 끝내 울음을 터트리던 친구들의 사랑스런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의 겨울 방학.

바쁜 일과로 인해 육체적 에너지는 충분히 축적할 수 없었지만, 심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다양한 색깔의 에너지로 가득 채울 수 있던 보람된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