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아재가 된다
모두 아재가 된다
  • 김성민 기자
  • 승인 2019.02.1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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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사촌 동생을 만났다. 심심하면 뛰어다니며 사촌 형들을 쫓아다니고, 부모님 휴대전화로 유튜브를 보다가 그만 보라면 울상 짓는 평범한 유치원생이다. 우리도 어렸을 때 지치지 않고 뛰어다니며 부모님을 정신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땐 유튜브가 아니라 비디오테이프를 봤다. 눈치챘겠지만 지금 유치원생들과 우리는 이미 우리와 부모님 세대만큼 달라졌다.
주5일제가 부분적으로 적용되면서 2주에 한 번 학교를 쉬던 시절도 있었다. 토요일마다 달력을 보며 오늘이 가는 토요일인지 노는 토요일인지 확인하는 게 일상이었다. ‘갈토’에는 학급 임원 부모님께서 사주신 ‘콜팝’을 먹었던 기억, 학교 마치고 다 함께 친구 생일파티에 갔던 기억이 난다. 다섯 번째 주 토요일이 최악이었다. 다음 주 토요일까지 두 주 연속으로 학교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영어를 카세트테이프와 책으로 배웠다. 책은 지금까지 그대로지만, 카세트테이프는 CD가 됐고, 마침내 태블릿 PC가 됐다. 되감기와 빨리 감기 버튼을 너무 많이 눌러 고장 난 녹음기도 여러 개였다. 녹음테이프가 늘어나 녹음기에 걸리면 테이프를 빼고 연필을 구멍에 끼워 열심히 돌렸던 기억이 난다. 되감기와 빨리 감기로 다시 들고 싶은 부분을 딱 맞췄을 때는 다트 중심에 화살을 맞힐 때처럼 정말 짜릿했다.
음악방송에서, 거리에서, MP3에서 항상 듣고 만났던 가수들은 전설이 되고 추억이 됐다. 옛날의 아이돌은 형이고 누나였는데 지금 활동하는 아이돌은 우리보다 어리다. 우리가 젝스키스를 보면 드는 생각을 사촌 동생은 동방신기를 보며 하겠지. 아마 동방신기가 원래 2명인 줄 알 것이다. 아니, 동방신기가 누군지 모를 수도 있다. 우리의 어린 시절을 함께한 가수들도 ‘토토가’에 나왔던 90년대의 아이돌처럼 10년 후 방송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스마트폰과 하루를 함께하는 지금, 스마트폰이 없었던 때는 심심할 때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키패드를 누르며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던 피처폰 시대, 그때 즐기던 모바일 게임에는 지금은 찾을 수 없는 키패드 누르는 맛이 있었다. 그때 즐기던 게임이 스마트폰으로 다시 나와서 해 봤지만, 그때의 느낌이 나지 않았다. 잊기 힘든 그 맛을 생각하면 디지털 음원의 시대에 여전히 레코드판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된다. 
젊은 우리에겐 우리도 알지 못한 오래됨이 있었다. 그러나 그 오래됨은 우리의 추억 속에서라면 낡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