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고교평준화 결정 이후
포항 고교평준화 결정 이후
  • 황희성 기자
  • 승인 2004.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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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간 시설격차 해소·평준화 범위지정 등에 지혜 모아야
찬·반 측 인사 참여하는 위원회 구성해 구체적 논의 필요
현재 전국의 중학생 중 26%는 앞으로 두번의 입시를 경험해야 한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대학입시 외에도 고교입시라는 커다란 관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포항의 청소년들 역시 마찬가지 상황에 처해 있지만, 최근 보도는 이 같은 상황이 약간이나마 호전되었다. 오랜 진통 끝에 경북교육청이 포항시의 고교평준화 시행을 약속한 것이다.

포항시의 고교평준화 운동은 98년 전교조에서 평준화에 찬성하는 시민 5만명의 서명을 얻어낸 것으로 시작한다. 그 뒤 2000년 봄,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이하 참학) 포항지부를 비롯한 포항시의 시민단체들이 평준화 시민연대 결성준비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고교평준화 운동이 시작됐다.

2000년 11월 30일 발족한 평준화 시민연대는 평준화에 대한 공감대를 시민사이에 형성하는 활동에 주력해오다, 2001년 겨울에 학생, 학부모, 교사 등을 대상으로 한 평준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2002년 3월에 집계된 여론조사 결과는 76%가 평준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시민연대에서는 이 결과를 도 교육청에 제시했다. 이에 도 교육청은 교육개발원에 고교평준화에 대한 기본조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하고, 2003년 도 예산에 용역비를 포함시켰다. 예산이 삭감당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교육개발원의 용역조사는 2003년 12월 1일에서야 이뤄졌다. 그러나 5월 말에 내놓기로 한 연구결과를 도 교육청과 교육개발원의 일방적인 연기로 두달간 미뤄졌을 뿐만 아니라 연구 방법상의 심각한 문제 등에 평준화 시민연대는 강력히 반발, 총력투쟁을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도 교육청에서는 8월 초가 되어서야 용역결과 조사를 공개했다.

공개된 조사결과는 포항시의 평준화가 불가피하며, 다만 몇가지 선행과제를 해결한 다음에 도입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시민연대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도 교육청에서는 평준화의 필요성이 명확하게 드러난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차일피일 약속을 미뤄 다시 한번 시민연대의 애간장을 태웠다. 이에 시민연대는 다시 강경 노선을 선택, 8월 6일부터 도 교육청 앞에서 단식투쟁에 들어갔으며, 마침내 20일, 도승희 경상북도 교육감이 평준화 도입을 약속하면서 이들의 긴 싸움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신현자 참학 포항 지회장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었다”며 “각 학교간 시설 격차를 보완하고 평준화 범위를 설정하는 등의 선행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의회가 구성되면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며, 시민연대에서는 2006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시의 경우 도농 복합지역이기 때문에 농촌 지역에까지 그 범위를 확대해야하는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평준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특히 평준화 반대 범시민연대의 경우 “고교 사교육이 증가한다” “하향평준화로 갈 공산이 크다”며 평준화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신 지회장은 “오히려 지금까지는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교육이 더 심했다”고 말했다. 신 지회장은 “중학교 내신 점수를 위해 미술과제물을 대신 그려주는 등의 파행적인 학원 운영은 줄어들지 않겠느냐”며 사교육의 영향을 어느 정도 낙관했다.

또 하향평준화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이야기다. 이질집단이 모여 학습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오래 전부터 나왔으며, 가까운 울산의 경우 평준화를 시행한 후에 대입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이에 대해 반박했다.

현재 포항시의 공식적인 평준화 진행상황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평준화를 찬성했던 측과 반대했던 측이 모두 참여하는 평준화 위원회는 출범이 지연되고 있으며, 포항의 명문으로 꼽히는 포항고 동문회의 반대도 높은 상황이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입에의 고교등급 반영 문제도 평준화 도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평준화 시행이 결정된 이상, 포항의 학생들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희망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