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분리수거 운동에 대한 제언
교내 분리수거 운동에 대한 제언
  • 황동수 / 환경·융합생명 부교수
  • 승인 2019.01.05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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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네시아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향유고래의 위장에서 6kg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접했다. 우리나라 어민들이 평소에 다양한 수산물의 위장에서 수많은 플라스틱과 비닐봉지를 발견한다는 내용은 텔레비전을 시청하다 보면 자주 듣는 이야기이다. 해양 관련 연구를 하고 친환경 플라스틱 연구와 사업도 진행하다 보니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은 더 깊이 다가온다. 현대 인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지구에 저장된 화석 연료의 도움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현대 인류는 오랫동안 저장된 화석 연료를 짧은 기간에 낭비하는 동시에 플라스틱화해 지구 역사상 가장 독성이 강하고 난분해성인 쓰레기들을 후세에게 물려주면서 살아가는 무책임한 집단이기도 하다.

대부분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잘 안 되고, 소각돼 다이옥신 등의 난분해성 위험 물질을 환경에 배출하기도 하며, 자연에 그대로 버려져서 궁극적으로 미세플라스틱화된다. 이런 난분해성 위험 물질과 미세플라스틱은 다양한 생태계의 청소부들에 의해서 먹이사슬에 진입하게 되고, 결국 먹이사슬 정점에 서 있는 인류의 체내에 유입되면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인간의 건강을 해치고 있을 것이다. 환경친화적인 고분자와 해양생물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파괴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결론이지만, 조금만 부지런하게 버려진 플라스틱을 분류하고 재활용하는 것이 플라스틱의 역습에 대한 현실적인 차선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대학 캠퍼스라는 조그만 사회에서의 플라스틱 재활용은 어떨까? 먼저 대부분의 포스테키안은 1인 가구이기에 1인당, 단위면적당 캠퍼스 내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전국 최상위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예측해본다. 생활관, 강의실, 연구실에서 수많은 배달음식이 소비되고, 엄청난 플라스틱 폐기물들이 나올 텐데 학교에서는 실태 파악도 못 한 상태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가정에서 소비되는 배달음식의 플라스틱 용기들은 재활용이라도 되지만, 캠퍼스 안에서 소비된 플라스틱은 재활용을 위한 분류 없이 쓰레기 소각장으로 직행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이다.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세워진 우리대학 내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어떻게 할까? 아쉽게도 현재 우리대학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의 대부분은 청소를 담당하는 분들에게 떠밀려지고 있다. 그분들이 우리처럼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이라는 사명 때문에 이 캠퍼스에 오셨을까? 그리고 그분들께서 우리대학의 재활용까지 해야 할 의무가 있는가? 그럼, 대학본부에서 재활용에 대한 안건을 내려서 기숙사나 연구실에 머무는 학생들에게 재활용을 시키는 것이 좋은 방안일까?

작은 우리대학 사회에 한 가지 운동을 제안해본다. 생활관자치회나 학생회 쪽에서 학생들에게 플라스틱 재활용과 분리 운동을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에서 진행하는 것처럼, 배달음식을 먹은 후, 플라스틱을 세면대에서 씻고 분류해서 생활관의 한 공간에 보관하고, 일주일의 하루를 정해서 플라스틱 분리수거 차량을 초청하고 학생들 주도적으로 분리수거를 재활용업체에 넘기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소정의 쓰레기 재활용비도 나오니 기부 등의 작지만 아름다운 나눔도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조금 귀찮더라도 학생식당에서 식사하는 것도 지구를 위한 조금의 배려가 될 것 같다.

인류에게 번영을 가져다주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도 과학자로서 중요한 목표이지만, 교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쓰레기들을 재활용하고 분리수거해서 후세에게 물려주는 채무를 줄여줄 수 있는 노력과 자체적인 운동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평소에 존경하는 분의 고별설교를 인용하면서 이 제언을 마치고자 한다.

“모든 인간은 누군가의 손을 빌려 이 세상에 태어납니다.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받아주지 않으면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에 죽고 말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죽을 때에도 누군가의 손을 빌려 이 세상을 떠나갑니다. 연고자가 없는 걸인도 죽으면 누군가의 손을 빌려 매장되거나 화장되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모든 인간은 누구에겐가 빚을 지며 태어나 누구에겐가 빚을 지며 세상을 떠나가는 빚쟁이들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누구에겐가 그 사랑의 빚을 갚아 나가야 하는 채무자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이재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