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스마트폰, 게임 시장을 삼킨 모바일 게임 돌풍
너도나도 스마트폰, 게임 시장을 삼킨 모바일 게임 돌풍
  • 장호중 기자
  • 승인 2018.12.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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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지난달 2일부터 이틀간,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전 세계 Blizzard 팬들의 축제 ‘BlizzCon’이 개최됐다. 블리즈컨은 세계적인 게임 기업 Blizzard의 연례 게임 행사로,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하스스톤 시리즈들을 홍보하는 한편, △오버워치 월드컵 △WCS 글로벌 파이널 △HGC 파이널 등의 Blizzard 게임의 최고위 대회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중에서 단연 행사의 꽃이라 불리는 것은 바로 Blizzard의 새로운 콘텐츠 발표 시간이다. 새로운 즐길 거리에 대한 관중들의 기대와 실시간 스트리밍을 지켜보는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순간, Blizzard는 전설적인 롤플레잉 게임 시리즈 디아블로의 신작 ‘디아블로 이모탈’을 공개했다. 팬들을 가장 충격에 빠뜨린 것은 이번 작품 디아블로 이모탈이 스마트폰으로만 즐길 수 있는 모바일 전용 게임이라는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PC 게임 시장이나 특정 콘솔 게임 시장을 주 무대로 위력을 떨치던 Blizzard였기 때문에, 팬들은 “Blizzard 주가 폭락의 원인이다”, “역대 최악의 BlizzCon으로 기록될 것이다”라며 디아블로 이모탈 출시에 대한 비평을 쏟아냈다. 이런 팬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Blizzard 같은 대형 게임사들이 모바일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마트폰의 보편화, 커지는 모바일 게임 시장
정보통신기술과 전자기기 산업의 눈부신 발전으로, 우리는 스마트폰 시대를 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Newzoo는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 수는 올해 30억 명을 돌파해, 2021년에는 38억 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70억 인구의 절반 정도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의 성장은 곧 모바일 게임 시장 팽창과 직결된다. Newzoo에서는 2018년 전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를 700억 달러로 예측했는데, 이는 △콘솔 △PC △모바일 게임 등을 합친 전 세계 게임 콘텐츠 시장 규모 1,400억 달러의 50%에 달하는 크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자료도 한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이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를 뛰어넘어 5조 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의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던 PC나 콘솔 게임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바일 게임이 가지는 특성에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게임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적다는 점 △비교적 적은 규모의 개발진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점 △플랫폼(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 등)을 통한 게임 유통 과정이 간편하다는 점 등이 새로운 게임들의 탄생을 장려한다. 또 플레이어로서는 △스마트폰 이외에 특별한 콘솔이 필요 없다는 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적다는 점 △방대한 종류의 게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 △비교적 조작이 간단하다는 점 등이 소비자층을 두텁게 만들고 있는 요소다.

모바일 게임 시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
모바일 게임 시장의 가장 특이한 점은 게임의 수익 구조에서 드러난다. 인기 있는 PC 게임이나 콘솔 게임은 주로 게임을 한번 구매해서 끝까지 플레이하게 되는 패키지 게임의 형식으로 판매된다. 대부분의 경우, 대형 자본이 블록버스터급 투자로 AAA급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흥행 요소이다. 그러나 모바일의 경우는 다르다. 대형 자본의 투자로 AAA급 게임을 만들기보다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게임을 개발해 무료로 배포한다. 그러고는 광고로 사용자를 모은 뒤, 게임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아이템이나 정보 등을 유료화해서 판매하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인앱 결제가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모바일 게임에는 보편화된 사행성 요소로 ‘Pay to win’과 ‘Gotcha’ 방식이 있다. Pay to win은 게임에서 더 많은 돈을 사용해 자신의 캐릭터를 강화한 플레이어가 이길 수 있게 만드는 과금 시스템이고, Gotcha는 확률적으로 희귀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뽑기식 과금 방식이다. 이는 게임 내에서 강해지는 데 시간을 투자하기보다는 차라리 돈을 투자하는 쪽을 선택하는 모바일 게임 플레이어들의 선호를 파악한 결과로 추정된다.
소비자들이 지적하는 모바일 게임에서 두드러지는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양산형 게임이 판을 친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모바일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양산형 게임에 대한 불만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제작사들이 새로운 게임 개발은 거부하고 기존에 성공한 △오토 사냥류 RPG △팡게임 △일러스트 수집 등의 게임을 재생산하는 것에만 몰두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제작사들이 양산형 게임을 출시하고, 유명한 연예인을 섭외해서 광고 한번 하고, 사용자를 모아서 과금 유도로 한철 장사한 후, 곧바로 서비스를 종료하고 다음 게임 제작을 준비한다는 의견은 많은 게임 유저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이로 인해 모바일 게임에 싫증을 느끼고 거부감을 표현하는 유저들도 나오고 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전망
스마트폰의 보급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게임의 최대 사양을 결정지을 수 있는 스마트폰 기술이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 게임의 돌풍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모바일 게임의 한계점 때문에, PC 게임이나 콘솔 게임이 다시 그 입지를 되찾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내 게임 대기업 3N(△Nexon △Netmarble △NCsoft)의 자본력을 앞세운 광고 공세에 ‘중소기업도 해볼 만한’이라는 수식어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옛말이 돼가고 있다. 모바일 게임 산업이 게임 시장을 넘어서, 콘텐츠 산업의 강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시장 구성원들의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