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동(賞冬)
상동(賞冬)
  • 국현호 기자
  • 승인 2018.12.1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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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머리를 땋던 나무들은 잠시 새 단장을 하더니, 어느새 사람들의 발자국 밑으로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지퍼를 끝까지 잡아 올리고, 바람은 그 좁은 틈새를 비집어온다. 동틀 때면 지저귀던 새들도 하나둘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다. 어디 갔나 했더니 남쪽으로 떠나고 있다. 어느덧 겨울이 다가온다. 상춘(賞春)도 있는데 상동(賞冬)이라고 못할까. 몇 자 적어 본다.
뉴스 속 앵커는 담담하게 눈 소식을 알린다. 서울에는 벌써 첫눈이 내렸다. 그것도 발목까지 쌓일 정도로 왔다고 한다. 달력을 보니 11월이었다. 딱히 눈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왠지 첫눈을 너무 빨리 뺏긴 것 같아 억울하다. 포항은 서릿발만 칠 뿐 눈이 쌓이지는 않았다. 올해 안으로 포항에 눈사람이 빚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과메기는 최근에 먹어봤다. 구룡포가 유명하다는데, 생선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감칠맛 나게 생겨서 한번 먹어보고 싶었다. 청어나 꽁치를 내걸어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해서 만든다고 한다. 그냥 얼고 녹기만 반복했는데 맛있어진다니 참으로 신기하다. 한편으로는 청어랑 꽁치가 무슨 죄가 있기에 그런 수모를 겪나 불쌍하다. 맛있는 것도 죄라면 할 말이 없다.
이제 종강도 얼마 안 남았다. 크리스마스도 곧이다. 최근에 부산을 갔는데, 벌써 크리스마스 준비가 한창이더라. 거리에는 전등을 얼기설기 달아놓고, 성탄절이면 환하게 켜질 크리스마스트리도 간간이 보인다. 불이 반짝반짝 빛나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구경하겠지. 나는 아마 방에 틀어박혀서 크리스마스가 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곧 동장군이 붕어빵, 다코야키 파는 노점 문을 열게 할 터이다. 호떡, 군고구마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외출할 때면 옷을 두툼하게 입고, 지갑에도 지폐 몇 장 챙겨야 한다. 겨울이 달리 겨울일까. 거리에서 다코야키 하나 사 먹으면 그제야 겨울이 온 것을 실감한다. 가쓰오부시 밑으로 나무 꼬치를 깊숙이 꽂으면 알맹이가 따라온다. 식기 전에 먹으라는 사장님 말에 한 입 크게 베어 물면 아뿔싸, 입을 데어버리기에 십상이다.
상동(賞冬)에 매서운 바람은 필요 없다. 눈은 아직 쌓이지 않았지만, 마음속에 따뜻함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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