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창의적 인재 조건
역사 속의 창의적 인재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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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1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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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화하고 그에 따라 사회의 요구가 변화하면 사람들은 새로운 유형의 인재를 찾는다. 과거 시험을 통해 입신양명을 꿈꾸던 시절에는 어릴 적부터 유교 경전을 암송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이 높이 평가받아왔다. 요즈음 정보 처리 기술이 발달하면서 암기력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현저하게 낮아지고 있지만, 인류 문명이 탄생한 이래로 기억력은 인재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자질 가운데 하나였다.
근대 인쇄술이 등장하기 이전에 기억력과 암기력은 학문 활동과 생활 문화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수많은 문헌을 정리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얻어내기 위해 중세 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의 기억술을 발전시켰다. 당시에는 정확하게 기억하는 능력과 다양한 자료를 자유롭게 종합하는 능력은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간주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지성을 대표하는 토머스 아퀴나스와 피코 델라 미란돌라와 같은 인물들은 모두 탁월한 암기력과 기억 능력을 통해 당대의 천재로 칭송을 받았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의 모습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르네상스 시대와 근대 초기에는 고대 그리스 로마의 문헌들이 발굴되어 당시에는 잊혔던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됐고 이런 지식을 서로 결합해 창의적 발상을 해냈던 융합형 인재가 주목을 받았다. 화가, 발명가, 기술자, 해부학자로 시대의 경제적 요구를 앞서간 수많은 설계를 하고 불후의 명화를 남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르네상스 시대의 전형적인 천재 유형에 속한다. 그는 자연을 관찰하고 그것을 모방한 뒤에 다시 만들어 보는 방식으로 비행기, 낙하산, 전차, 잠수 기구 등 시대를 앞서간 수많은 창의적인 발명을 해냈다. 천문학과 역학에서 나온 과거의 성과를 종합하여 새로운 근대 역학을 완성했던 뉴턴도 과학혁명 시기를 대표하는 천재 유형에 속한다. 그는 수학적 지식과 실험을 통해 서로 떨어져 있던 다른 영역들을 종합하고 통일적으로 이해하는 데 탁월했던 인물이었다.
과학적 지식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많아지면서 사회는 더는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개인적인 천재들에게만 매달릴 수 없게 됐다. 프랑스 혁명 과정을 통해 근대적인 국가 체제가 출현하면서 국가는 전문 기관을 통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제도적으로 양성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설립된 고등사범학교와 에콜 폴리테크니크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전문 지식을 갖춘 인재들이 대학에서 배출되고 있었지만, 산업계에서는 대학 출신들보다는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장인들이 여전히 주축을 이루었다. 제임스 와트와 토머스 에디슨 등은 산업혁명 시대의 주목을 받았던 발명의 인재 그룹에 속한다. 도구 제작자였던 제임스 와트는 지식인들에게 얻어들은 간단한 지식과 자신이 능숙했던 기계 제작 기술을 결합해 분리 응축기를 창안하고 증기기관을 발명해 산업혁명을 가속했다. 에디슨과 같은 전기 산업의 영웅들도 반복적인 실제 실험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세상을 밝히는 전등을 발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전통적으로 작은 규모로 수행되던 과학기술 분야 내의 연구 형태가 수십, 수백 명의 과학기술자가 연구팀을 짜고 서로 협동해서 연구하는 집단 연구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에 따라 협동 연구를 위해 거대한 연구 집단을 관리하는 능력도 인재가 갖춰야 할 기본 자질로 부상됐다. 거대과학 및 집단 연구에서는 사람들과 빨리 친해지는 능력,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능력, 갈등의 문제를 다루는 능력이 특히 중요하다. 요즈음에 들어와서는 다양한 분야 사이의 상호 교류 능력 및 비언어적 사고 능력이 엔지니어가 지녀야 할 중요한 소양으로 부상됐다. 즉 이성과 감성이 결합하고, 분석적인 논리적 사고와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적 사고가 결합한 새로운 통합 능력이 공학 분야에서 중요하게 됐다.
현대에 들어와서 정보처리 기술이 발달하고 심지어는 인공지능과 스마트 공장까지 등장하면서 암기 능력과 장인적인 숙달 능력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암기력과 손재주는 시대가 변한다고 해서 그렇게 쉽사리 무시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기억을 많이 저장하면 할수록, 즉 경험이 풍부하면 할수록 뇌에서 사고 결합이 그만큼 빨리 나타나고 새로운 종합에 의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머리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하고 경험하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암기력과 숙달을 활용하고, 머리와 손을 결합해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