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게놈시대, 바이오 벤처에 대한 새로운 인식 갖고 투자 확대해야
포스트 게놈시대, 바이오 벤처에 대한 새로운 인식 갖고 투자 확대해야
  • 이현준 기자
  • 승인 2004.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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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80년대에 바이오 부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후발국으로서 아직 국내 바이오시장 규모는 2002년 기준 약 1조 5천억 원으로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비한 상태이다.

또 기술경쟁력에 있어서도 유전자 재조합 부분은 선진국의 85%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분리정제 및 신물질 창출능력 등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져 전체적인 기술의 수준은 선진국의 60%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산업의 구조와 현황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취약성은 더욱 심각하다.

미국의 경우 바이오산업을 안보와 연계하여 2003년 바이오 분야에 투입된 예산이 286억 달러로 국방비에 이어 2위에 달하고, 유럽은 개별 국가가 아닌 EU 차원에서 성장전략을 세워놓은 상태이다. 그리고 무서운 속도로 미국을 추격하고 있는 일본도 2006년까지 8100억 엔의 연구비 확보, 2010년까지 25조 엔의 시장규모, 1000개의 바이오기업 설립 등의 구체적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002년 기준으로 700개의 바이오기업이 존재하여 그 수에 있어서는 선진국 못지 않지만, 그 실상은 그렇지 않다.

700개의 기업 중 620개가 벤처기업이지만 대부분 영세한 실정이어서 아직 경쟁력을 갖추긴 어렵고, 정부의 투자도 2003년 약 5900억 수준으로 정부 R&D예산 중 10%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벤처의 전망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벤처 붐과 함께 바이오 붐이 일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벤처들이 그동안 설립과 도산을 거듭하면서 어느 정도 경쟁력 있는 벤처들만 남게 되었고, 많은 기업들이 신약개발과 바이오 상품화에 성공하면서 축적됐던 기술력들이 이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바이오시장에서 경쟁력을 얻으려면 국내 바이오시장 구조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바이오벤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투자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한국바이오벤처협회와 인큐비아에서 140여개 바이오벤처기업들을 상대로 조사한 ‘기업 현황 및 애로사항 조사’에 따르면 바이오벤처기업들의 57%가 자금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꼽았으며,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37%의 기업이 투자자들의 바이오벤처에 대한 불안감, 35%의 기업이 예상보다 긴 연구기간을 꼽아 아직도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가 미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벤처에 투입되기로 했었던 벤처펀드가 IT벤처로 용도 변경되어 투입되는 사례 등은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 많은 소위 성공한 벤처들에 대해서 규모가 큰 제약회사들이 기술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주는 대신, 자금력을 바탕으로 합병을 시도하여 아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대다수의 벤처기업들이 상품화에 성공하고서도 도산곂茨痔?기로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바이오벤처가 좀 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좀 더 ‘인내’가 필요하다. IT벤처와는 달리 바이오벤처에 있어서는 좀 더 긴 연구기관과 상품화 준비기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우리대학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한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초기에 많은 자금이 의욕적으로 투입됐던 데 반해서 요즘은 투자자들이 상품화에 걸리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해 오히려 투입했던 자금마저 빼내는 현실”이라며 정부와 투자자들의 인식전환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