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즐거운 식사 시간을 위해
모두가 즐거운 식사 시간을 위해
  • 박민해 기자
  • 승인 2018.11.2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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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1일 총학생회 산하 전문기구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모담(이하 모담)’이 출범을 알렸고, 1여 년의 시간 동안 ‘모두를 담는다’, ‘모두와 함께 이야기한다’라는 의미를 내세워 우리대학 구성원들의 인권 의식을 고취하는 데 앞장서왔다. 그리고 모담이 올해 1학기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오랜 기간 추진해온 교내 식당 채식(菜食) 및 소식(小食) 메뉴 건의 사업이 마침내 학생식당 푸드코트 소식 메뉴 운영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학생식당 키오스크의 양식 메뉴 주문 화면.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돼지고기 튀김 덮밥 소식 메뉴가 판매됐다

모두를 담는다, ‘모담’

우리대학 최초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인 모담은 학생 인권, 소수자 인권과 관련된 사안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예를 들어 학생과 소수자에 대한 학내외의 차별이나 인권 침해에 대응하고, 우리대학의 규정, 제도, 정책이나 시설 등이 인권을 침해하지는 않는지 조사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역할을 한다.
모담은 지난 1월 새내기 관련 인권 매뉴얼, MT 인권 매뉴얼의 제작과 배포를 시작으로, △#미투(#MeToo) △장애인 인권 △젠더 이슈 등을 주제로 한 월간 스터디 행사를 진행해 우리대학 구성원들과 의견을 나눴다. 또, 학부 총학생회장단 및 무은재새내기학생회장단 후보에게 인권에 대한 견해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 질의하며, 우리대학 장애 접근성 지도를 제작해 배포하는 등 다양한 인권 보호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는 모두 함께 인권에 대해 생각해보는 ‘인권주간’ 행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해, 인권 친화적 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인권 전시회 △인권 영화 상영회 △인권 토크쇼 △인권 강연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치즈 돈가스와 가츠동 소식 메뉴의 실제 모습. 주요리인 돈가스가 일반 메뉴의 절반만큼만 제공되고, 밥도 일반 스쿱보다 더 작은 스쿱을 사용해 정량보다 적은 양이 제공된다

채식주의자와 소식가를 위해

모담은 해맞이한마당에서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Vegan) 디저트를 판매하고, 학우들을 대상으로 단기간 채식주의 체험 행사를 진행하는 등 채식주의자의 인권 보호에도 힘써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우리대학 구성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단연 채식 및 소식 메뉴 건의 사업이다. 지난달 8일부터 학생식당 푸드코트의 양식 코너에 소식 메뉴가 새롭게 판매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음식을 적게 먹고 싶은 경우에는 기존의 메뉴 이름 앞에 ‘(소)’라고 표시된 소식 메뉴를 주문해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남기지 않고 먹을 수 있다. 덕분에 식사량이 적은 학우들은 전보다 합리적으로 식사를 할 수 있게 됐고, 그렇지 않은 학우들 역시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사실 채식 및 소식 메뉴 건의 사업은 채식 식단이 부족한 학내 환경에서 채식주의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자는 취지의 채식 메뉴 건의 사업으로부터 처음 시작됐다. 채식 메뉴 건의를 위해 학생식당을 이용하는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했는데 그중 학생식당 푸드코트에서 판매하는 메뉴의 음식량이 너무 많다는 의견이 다수 제시됐고, 기존의 목표에 소식 메뉴를 추가해 채식 및 소식 메뉴 건의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먼저 모담은 지난 3월 21일부터 진행한 설문 조사를 통해 △채식주의자, 소식가 여부 △채식 형태 △식단 구성에 바라는 점 △채식 및 소식 메뉴의 도입이 얼마나 시급하다고 생각하는지 △채식 및 소식 메뉴를 이용할 의향이 있는지 등을 알아봤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학우 209명의 응답을 정리해 스낵바에 채식 및 소식 메뉴를 판매해달라고 복지회에 건의했지만, 재정상의 문제와 이미 예정된 스낵바 리모델링 공사 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복지회는 과거 무슬림을 위한 할랄 푸드(Halal food) 메뉴 판매 요청을 수용해 할랄 푸드 메뉴를 운영했지만, 해당 메뉴가 거의 판매되지 않아 인력과 음식을 낭비한 사례가 있었기에, 당시와 비슷한 결정을 내리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었다.
모담의 채식 및 소식 메뉴 건의 팀장 이지은(무은재 18) 학우는 사업 추진 중 겪은 크고 작은 고충으로 ‘수요 확보의 어려움’과 ‘채식주의자에 대한 학내 인식 부족’을 꼽았다. 첫째, 채식주의자의 비율은 여느 다른 학교들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학교 자체 규모가 작아 채식주의자의 절대적인 숫자가 적기 때문에 채식 메뉴에 대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둘째, 학내에서 채식주의와 관련된 논의가 많이 이뤄지지 않아서 채식주의자를 배려하자는 분위기가 우리대학 구성원들에게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지은 학우는 “먼저 채식주의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은 후에 채식 메뉴 건의를 진행해야 했기에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담은 2학기에도 복지회의 사정을 고려한 다양한 방안들을 꾸준히 제시하며 건의를 지속했고, 마침내 지난달 8일부터 3주 동안 학생식당 푸드코트의 양식 코너에 소식 메뉴가 시범적으로 판매됐다. 소식 메뉴는 밥이나 반찬, 수프 등을 제외한 주요리가 일반 메뉴의 절반만큼만 제공되고, 밥도 일반 스쿱보다 더 작은 스쿱을 사용해 정량보다 적은 양이 제공된다. 또한 가격은 소식 메뉴가 일반 메뉴보다 1,000원 저렴하게 책정됐다.
 

소식 메뉴 시범 운영, 그 후

3주 동안의 소식 메뉴 시범 운영이 끝난 후 모담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4일까지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고, 조사에는 79명이 참여했다. ‘소식 메뉴가 출시됐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8.1%(38명)가 ‘매우 긍정적’, 38%(30명)가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이들이 소식 메뉴를 긍정적으로 여긴 이유는 ‘평소 메뉴의 양이 많아 남기는 일이 많아서’,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어서’ 등이었다. 반대로 소식 메뉴를 부정적으로 여긴 응답자들은 ‘가격이 합리적이지 못해서’, ‘한 끼 식사가 되지 못해서’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소식 메뉴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6.7%(29명)가 ‘매우 필요함’, 53.2%(42명)가 ‘필요함’이라고 응답했다. 또, ‘앞으로 소식 메뉴가 지속해서 운영된다면 얼마나 자주 이용하실 계획인가요?’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9%(7명)가 ‘주 3회 이상’ △31.6%(25명)가 ‘주 1~2회’ △8.9%(12명)가 ‘2주에 1~2회’ △24.1%(19명)가 ‘월 1~2회’ △20.3%(16명)가 ‘이용하지 않음’이라고 응답했다.
모담은 이와 같은 설문 조사 결과에 대해 “학우들이 소식 메뉴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소식 메뉴 운영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해석해, 3주 동안의 시범 운영에 그치지 않고 소식 메뉴를 지속해서 운영함으로써 정착시킬 계획이다. 또한 소식 메뉴 운영의 아쉬운 점으로 꼽힌 ‘양에 비해 비합리적인 가격’과 ‘제한적인 메뉴 선택권’에 대해서는 복지회에 추가 건의가 이뤄진 상태다. 이에 복지회는 가격과 양 조절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고, 소식 메뉴 종류 확대에 대해서는 당장은 어려우나 추후에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모담은 학우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더 많은 학우가 소식 메뉴를 이용하고, 더 만족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채식 메뉴와 관련해서는 모담이 채식주의자와 복지회 양쪽이 공감할 수 있는 절충안을 모색해 몇 번이고 제시하고 있다. 이지은 학우는 “최근 복지회와의 미팅에서 △스낵바 리모델링 이후 입점할 프랜차이즈를 선정할 때, 채식 메뉴 선택이 가능한지 여부를 고려 △학생식당 푸드코트와 카페테리아에서 한 가지 이상의 채식 메뉴를 고정적으로 판매 △지곡회관 매점 등에서 채식 도시락 판매를 제안했다”라며 “복지회 측에서도 채식 메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지만, 재정과 인력 문제 때문에 당장 건의를 수용할 수 없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우리도 이를 인정하는바, 채식 메뉴 운영은 조금 더 장기적인 과제로 여기기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모담에서 시행한 소식 메뉴 시범 운영 만족도 조사 결과의 일부

모두를 배려한 식탁

하루 세 번 기다려지는 식사 시간. 채식주의자, 소식가를 포함해 모두를 배려한다면 다 같이 행복한 식사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모담은 채식 및 소식 메뉴 운영뿐만 아니라 학생식당 식단에 알레르기 성분과 채식 단계를 표시하는 사업 역시 준비하고 있으며, 다가오는 겨울 방학 중에 이와 관련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복지회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학우는 “학내에 채식주의자 등의 소수자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들이 겪고 있는 불편함을 인지해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그들을 배려하는 학내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나아가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지 함께 고민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라며 “모담은 학우들의 더욱더 편한 학교생활을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잘 지켜봐 달라”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