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시장에서의 최저임금
아르바이트 시장에서의 최저임금
  • 장호중 기자
  • 승인 2018.11.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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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2018년 현재,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7,530원이다. 용돈벌이를 목적으로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는 나는 최저시급인 7,530원을 받으며 편의점에서 일한다. 그리고 앞으로 한 달을 더 일하면, 나는 2019년 최저임금인 시간당 8,350원을 받으며 일을 하게 된다. 나는 최저임금 인상의 일차적 수혜자인 아르바이트생이지만,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만은 않는다.
내가 지금까지 아르바이트해본 편의점은 두 군데이다. 처음 근무했던 곳에서는 손님이 가져오는 물건을 계산해서 팔고 물건을 봉투에 담아주는 정도의 일만 했다. 지금 근무하는 편의점 점장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초등학생 데려다 놔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상품 및 서비스 판매 △배달 온 상품 검수하고 정리하기 △상품 전진 배치하고 재고 진열하기 △매장 바닥 쓸고 닦기 △매장 내 쓰레기통 비우기 △매장 앞 거리 청소하기 등으로 근무시간에 여유를 가지기 힘들뿐더러 퇴근 후에는 침대에 쓰러지는 게 일상이다. 개인적으로 돈을 조금 덜 받더라도 더 쉬운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최저임금 때문에 그럴 수 없다.
근대국가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가 처음 시작됐을 때, 그 목적은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노동시장에서 수요·공급은 임금이 하락하면 노동 공급이 감소해 다시 임금이 적정 수준을 찾아갈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와 다르게 작동한다. 한번 낮아지기 시작한 노동시장에서의 최저임금은 먹고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과잉된 공급으로 바닥을 치게 된다. 최저임금 제도는 이런 노동시장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한 보완 방법이다. 이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의 공급을 폭등시키지 않는 선이라면 확실히 그렇다.
현재 최저임금이 과연 그런 수준인지는 의문이다. 지금 편의점에서의 시급이 7,530원임을 고려하면, 첫 편의점에서 했던 훨씬 쉬운 일이 7,530원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일은 아니다. 최저임금이 지금 상태와 다르다면, 일이 적은 곳에서는 적은 시급으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일이 많은 곳에서는 높은 시급으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것이다. 적은 시급이라도 편한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일을 덜 하고 적은 시급을 받을 것이고, 어려운 일을 하더라도 시급을 많이 받고 싶은 사람은 어려운 일을 하고 시급을 많이 받아 갈 것이다. 굉장히 이상적으로 인적 자원이 분배된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의 최저임금 제도는 일이 적은 곳에서도 최저시급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고, 일이 많은 곳에서는 갑자기 높아진 최저임금 탓에, 시급을 더 지급하기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아르바이트생들은 같은 시급이니 편한 일을 선택하게 되고, 힘든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생은 시급이 다른 일자리에 비해 높을 때 보다, 성실한 노동력을 제공할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된다. 아르바이트 시장이 효율적인 인적 자원 분배라고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런 이유로 지금의 최저임금 제도의 시행은 본래의 목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현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하나로 최저임금을 인상한 것이다. 일단 서민들의 소득을 늘리면, 그로 인한 소비로 내수 경제가 활성화되고, 결국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견해다. 이 이론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위에서 언급한 효율성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진행되는 정책인 만큼, 유의미한 결과로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