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 설비의존서 지식기반기술 육성으로 전환할 때
철강산업, 설비의존서 지식기반기술 육성으로 전환할 때
  • 이현준 기자
  • 승인 2004.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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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 생산국들의 맹추격

현재 우리나라의 철강산업은 규모 면에서 2003년 4630여만톤으로서, 세계 5위의 생산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생산기술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해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철강대국의 반열에 속해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해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이 생기고, 중국 등의 후발 생산국들이 계속해서 추격해 오면서 그 동안 우리나라를 이끌어 온 기간산업으로서 ‘산업의 쌀’이라고까지 불려온 철강산업도 이제 변화하는 국제환경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 폭등의 여파 속에 각국들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자국의 원자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도나 미국 등과 같은 주요 광물 수출국들은 자국의 산업보호를 이유로 광물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비철금속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중국의 철강업계들은 급증하는 국내 원자재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등 국외로 진출해 광산을 사거나 아예 현지에 공장을 세워 철강과 비철금속들을 생산하고 있다.

또, 중국은 이미 생산량에 있어서는 전 세계 철강생산량 9억t 중 2억t을 생산하고 있어 세계 정상급의 철강생산국이다. 또 앞으로도 많은 사회간접자본사업(SOC)이 예고되고 있고, 철강생산설비 자체를 짓는 데에도 엄청난 양의 철강이 소비되므로 중국의 철강산업은 계속 가파른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중국의 철강생산과 함께 철강수요도 굉장히 높으므로 세계 철강산업계에 위기 보다는 기회로 중국철강시장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어느 정도 중국의 철강생산과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이 이루어지고 난 후에 중국철강시장에 철강 공급이 과잉되는 시점이 온다면 잉여철강이 엄청난 속도로 세계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되어 그 시점에서의 세계 철강 산업의 일대 지각변동과 함께 철강가격의 대규모 하락도 예상되고 있다.

지식기반 산업으로 전환 필요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주로 철강 생산 시설 확충에 노력을 기울
여왔다. 즉, 설비기반기술(facility-limited technology)에 주로 의존하여 철강산업을 발전시켜 온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생산설비의 규모면에서 또 장비의 우수성 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 사실이나 그로 인해 이제 설비확장이나 새로운 장비 개발에 의존하여 국제 철강사회에서 비교우위를 주장하기에는 이제 그 한계에 봉착하게 되었다. 또, 중국을 위시한 후발 철강 생산국들의 설비도 빠른 속도로 평준화되고 있어 새로운 경쟁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무조건 강도나 순도가 높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 철강 소재의 특징이다. 용도에 따라서 각기 요구되는 강도나 물리적인 성질이 다르다. 따라서 앞으로의 철강산업에서는 누가 같은 설비를 가지고도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철강을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서 성패가 갈리게 된다. 즉, 모든 산업부문에 있어서 적용되는 말이지만 같은 설비를 운용하면서도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식기반기술(knowledge-limited technology)의 육성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현재도 구조용 강재를 고강도로 만들 때 함금첨가를 최소화 하면서 고순도화, 고청정화를 이루어 내는 것이 부가가치 창출에 있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철강소재산업에 있어서 나노기술(NT), 정보통신기술 (IT) 등과의 결합을 통해서 기술의 융합(fusion technology)에 적극 노력하고, 철강의 성질을 정밀제어하는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라이프라인 스틸(life line steel: 상수도, 전력, 가스 공급에 쓰일 생활밀착형 강제), 메가 스틸(mega structure steel: 해양구조물, 지하구조물, 초고층 건물 등 용도의 첨단구조용 강재) 등의 개발도 가능할 전망이며 실제로 국가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POSCO에서도 고급강 생산설비투자와 동시에 고급 자동차용 강재 기술개발, 고급 API용 강재 기술개발 등의 6대 전략과제와 고급 고탄소 강재 제조기술, 선급 TMCP 강재 제조기술 등의 6대 중점과제를 추진하고 우리대학의 철강대학원이 종전의 교육중심기관에서 전문성을 갖춘 철강전문연구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연구기반 구축에 힘쓰는 등 R&D를 강화해 지식기반기술 발전에 노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