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 어떻게 뽑을 것인가
대학 총장, 어떻게 뽑을 것인가
  • 박민해 기자
  • 승인 2018.11.0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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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기본권 중 교육권을 규정하는 헌법 제31조에 따라,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 즉, 대학은 학내 구성원에 의해 자주적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대학 행정의 중심에 총장이 있는 만큼 총장 선출 과정에 학내 구성원의 참여가 보장돼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여러 대학에서 총장 선출 과정에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민주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예컨대 서울대에서는 지난 7월 6일 총장 최종 후보자였던 강대희 교수가 성희롱·성추행 논란 끝에 후보직을 사퇴했는데, 이사회에서 이미 강 교수의 성추행 혐의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 교수를 총장 최종 후보자로 선출했던 것으로 드러나 학생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에 서울대 총학생회는 총장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의 폐단에 그 책임을 물으며 총장 선출 제도의 개선을 강력히 요구해왔고, 지난달 18일에도 교수·학생·직원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총장 선출 과정에서의 학내 구성원 참여 보장을 재차 주장했다.


이처럼 학생 사회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총장 선출 절차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우리대학에서도 총장 선출 절차의 변화에 대한 논의가 촉발됐다.

지난 9월 17일 서울대 총학생회는 행정관 앞에서 ‘민주적 총장선출을 위한 서울대인 대규모 행동’ 집회를 열어 총추위 학생 참여를 요구했다(출처: 대학신문)
지난 9월 17일 서울대 총학생회는 행정관 앞에서 ‘민주적 총장선출을 위한 서울대인 대규모 행동’ 집회를 열어 총추위 학생 참여를 요구했다(출처: 대학신문)

 

우리대학의 총장 선출


우리대학 규정집 제1편의 총장선임규정에 따르면, 우리대학은 전임교원 5명, 법인 이사 4명, 외부인사 최대 2명으로 구성된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에서 2명 이상의 총장 후보자를 추천한 후, 이사회에서 심의를 통해 차기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규정은 2015년 10월 27일에 개정된 것으로, 이전까지는 전임교원만으로 구성된 총추위에서 총장 후보자를 추천하고, 법인 이사만으로 구성된 총장후보선임위원회(이하 총선위)의 심의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차기 총장을 선출했다. 그러나 제6대 총장 선출 이후 총추위는 이분화된 위원회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의견 병합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건의했고, 이에 따라 두 위원회가 합쳐져 전임교원과 법인 이사가 함께 단일 총추위를 구성하게 됐다. 2015년 9월 1일에 선출된 김도연 현 총장 역시 개정 전의 방식에 따라 선출됐고, 현재의 개정된 규정은 제8대 총장을 선출할 때 처음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학생들의 생각은


학부총학생회(이하 총학)는 지난 9월 6일부터 12일까지 총장 정책 및 선출 절차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시행했고, 학부생 311명이 응답한 결과가 9월 28일 총학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공지됐다. 우선 김도연 총장의 정책 중 △SES 프로그램 △신입생 전원 무학과 선발 △연세대학교 개방·공유 캠퍼스 △MOOC 학점 인정 △해동 아우름홀 리모델링 △공학동 광장 폰드 리모델링 △조정팀 창단의 각 정책에 대한 만족도와 더불어 정책 전반에 대한 만족도를 물었고, 그 결과는 5점 만점에 4.26점이었다.


또한 현행 총장 선출 절차에 대한 만족도와 함께 △총추위(구성원별 대표) △간선제 △직선제 △혼합형의 네 가지 대학 총장 선출 방식을 제시하고 각 방식이 우리대학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물었다. 총추위(구성원별 대표) 방식은 현재의 총추위와 달리 교원대표, 직원대표, 학생대표, 그리고 외부인사로 구성된 총추위에서 총장 후보를 추천하고, 그 후에는 현행과 같이 이사회에서 의결해 선출하는 방식이다. 간선제와 직선제는 역시 구성원별 대표로 구성된 총추위에서 총장 후보를 추천하지만, 간선제의 경우 총추위 위원들의 투표, 직선제의 경우 모든 학내 구성원의 직접 투표를 통해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혼합형은 총추위와 직선제를 혼합한 형태로, 총추위의 평가 점수와 학내 구성원의 투표 점수를 정해진 비율로 합산해 선출하는 방식이다. 설문 조사 결과 현행 총장 선출 절차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46점이었고, 총장 선출 방식 적합도의 경우 중복 응답을 허용해 △현행에 대해 168명 △총추위(구성원별 대표)에 121명 △간선제에 대해 66명 △직선제에 대해 103명 △혼합형에 대해 170명이 우리대학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총학에서 시행한 총장 정책 및 선출 절차에 관한 설문 조사의 포스터(출처: 총학 페이스북 페이지)
총학에서 시행한 총장 정책 및 선출 절차에 관한 설문 조사의 포스터(출처: 총학 페이스북 페이지)

 

총학의 계획


그렇다면 총학은 왜 총장 정책 및 선출 절차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자 했을까? 이에 본지는 김동석(컴공 12) 총학생회장을 인터뷰했다.

 

총장 정책 및 선출 절차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시행한 의도가 무엇인가?


현행 총장 선출 절차에 아쉬움을 느꼈다. 지금은 전임 교원 대표와 이사회가 후보를 추천하고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학생과 직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공식적인 경로가 마련돼 있지 않다. 다양한 집단이 참여할수록 다양한 관점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총장 선출 절차에 안정성을 더하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학우들도 이런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 방식을 선호하는지 확인하고 가늠해보고자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한편, 다른 대학에서 있었던 총장 선출 절차 변화의 움직임을 보며 본 주제의 시의성과 실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설문 조사에서는 현행 외의 총장 선출 방식으로 △총추위(구성원별 대표) △간선제 △직선제 △혼합형의 네 가지 방식을 제시했다. 다른 총장 선출 방식을 위 네 가지로 선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 8월 13일 ‘UNIST 총추위 규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해, UNIST 김성엽 교수님의 ‘타 대학 총추위 규정 비교 및 검토’ 발표를 들을 수 있었다. 발표는 국내 25개 대학 규정·세칙을 비교 검토한 내용이었으며, 다양한 총장 선출 방식을 △총추위(구성원별 대표) △간선제 △직선제 △혼합형의 네 가지로 크게 구분했다. 신뢰도 있고 구체적인 내용이라 판단해, 설문을 구성하는 바탕으로 삼았다.

 

총학생회장단은 설문 조사의 결과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는가?


인상적인 결과다. 응답자 수가 311명으로 총학에서 시행했던 설문 조사 중 매우 높은 편이다. 현행 총장 선출 절차에 대한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높으며, 김도연 총장님께서 부임하신 이후에 입학한 16학번 및 이후 학번 응답자의 만족도가 16학번 이전 학번 응답자의 만족도보다 뚜렷하게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설문에서 함께 조사한 정책 만족도 또한 매우 높았다. 앞서 언급한 UNIST 김성엽 교수께서 “모든 것은 결국 신뢰의 문제다. 현재의 제도로 좋은 총장을 뽑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불편한 논의를 할 필요도, 공청회를 열 필요도 없다”라고 하신 것이 떠올랐다. 설문 조사 결과에서 총장 선출에 대한 우리 학내의 높은 신뢰를 엿볼 수 있었으며, 김도연 총장님에 대한 높은 지지가 현행 총장 선출 절차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총장 선출 방식 적합도 평가에서는 현행과 더불어 혼합형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학내 구성원의 투표로 총장을 선출하는 직선제는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학우들이 총장 선출 과정 참여의 필요성을 느끼는 한편, 학내 구성원의 직접 참여로만 선출하기보다는 다른 방식과 병행해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총학에서 추후 진행할 사업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번 설문 조사에서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은 다른 학내 구성원 집단의 의견을 알아보고 싶다. 대학원총학생회, 교수평의회, 직장발전협의회와 협력해 설문 조사를 추진해보려 한다.

총학에서 시행한 총장 정책 및 선출 절차에 관한 설문 조사 결과의 일부(출처: 총학 페이스북 페이지)
총학에서 시행한 총장 정책 및 선출 절차에 관한 설문 조사 결과의 일부(출처: 총학 페이스북 페이지)

 

법인 측의 입장


법인 역시 총학에서 총장 선출 절차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는 사실과 그 결과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총장선임규정을 개정하려면 사전에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충분히 검토한 후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므로, 제8대 총장 선출 절차 진행을 바로 목전에 둔 현시점에서 당장 이번 총장 선출 절차에 이런 변화를 적용하기에는 일정상 무리가 있다는 견해이다.


총장 선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법인 실무자는 “현행 규정상 총추위에는 법인 이사를 비롯해 우리대학 교수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이 총추위에 직접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총 12명의 이사 중 동문 출신 이사도 있으며, 총장 업적 평가를 하거나 총장 후보자를 물색할 때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수렴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더 넓은 범위의 학내 구성원 집단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한다면, 총장 선출 과정 중에 위원회 등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결과가 나오는 대로 법인에 직접 전달해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도연 총장의 연임 여부는 임기 만료일 250일 이전, 즉 오는 12월 25일 이전까지 이사회의 의결을 통해 결정되며, 연임 여부에 따라 후속 업무가 진행된다. 만약 현 총장의 불연임이 결정되면 내년 1월에 이사회에서 총추위가 구성되고, 6월에 이사회의 의결에 따라 새로운 총장이 선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