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부재 속, 실천교양 폐지와 PAM 제도
소통의 부재 속, 실천교양 폐지와 PAM 제도
  • 정유진 기자
  • 승인 2018.11.0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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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M 마일리지 적립 기준
PAM 마일리지 적립 기준

 

2018학년도부터 전체 학부생을 대상으로 POSTECHIAN 활동 마일리지(POSTECHIAN Activity Mileage, 이하 PAM) 제도가 시행됐고, 2019학년도부터 실천교양 교육과정(이하 실천교양)이 폐지될 예정이다. PAM은 학생들이 비교과 학생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교육혁신센터에서 추진해 만들어졌다. 18학번부터는 비교과 학생활동 관련 졸업요건이 없으나, 17학번까지는 실천교양 7 units을 채워야 졸업할 수 있다. 그러나 실천교양이 폐지되면서 17학번 이전 학생들은 채우지 못한 unit을 마일리지로 채워야 한다. 이에 17학번 이전 학생들은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실천교양의 폐지와 PAM 제도 시행 결정에 당황스러움을 표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PAM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조사하고 교육혁신센터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본지는 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우리대학 학부생을 대상으로 PAM 제도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는 156명이 참여했으며 그중 17학번 이상은 119명, 18학번은 37명이었다. 설문조사는 17학번 이상과 18학번을 구분해 이뤄졌다. 첫 번째로, ‘PAM 제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9%(99명)는 ‘PAM 제도의 시행 시기와 PAM 지급 활동 등 기초적인 사실을 알고 있다’라고 응답했다. 더 나아가 그중 50명은 ‘자신에게 미칠 영향을 알아봤다’라고 응답했다. ‘unit이 마일리지로 대체되면서, 채우지 못한 unit 수만큼 마일리지(1 unit당 300 마일리지)를 채워야 졸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4%(100명)가 ‘예’라고 응답했다. 대부분 학생이 PAM 제도를 알고, 300 마일리지가 1 unit으로 대체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PAM 제도로의 전환이 17학번 이상 학생들이 졸업하는 데 어느 정도의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88.3%(105명)가 ‘unit보다 마일리지를 채우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응답했다. 대부분의 17학번 이상 학생들이 PAM 제도의 도입이 졸업에 어려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unit이 마일리지로 대체된다는 사실을 정책 결정 이전에 학교나, 관련 단체에 안내받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59.7%(71명)가 ‘아니오’, 16%(19명)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응답했다. 실제로 제도 안내가 이뤄졌는지 조사한 결과, 정책 결정 이전 안내가 진행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정책 결정 이후인 2018년 2월 20일, 메일과 POVIS 교내회보를 통해 처음으로 실천교양 폐지와 PAM 제도 시행 안내가 이뤄졌다. 그 후, △총학생회장단 △학생교육위원회 △교육혁신센터로 이뤄진 PAM 제도 스터디를 통해 마일리지 지급 항목을 지정했다. 마일리지 지급 항목을 담은 GUIDE BOOK은 메일과 POVIS 교내회보를 통해 지난 2월과 9월에 안내됐다. 이에 17학번 이전 학생들은 PAM 제도가 졸업에 미치는 영향이 큼에도 불구하고 정책 결정 이전 학생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이다.

17학번 이전 학생들의 실천교양 미이수자 수와 이수해야 할 평균 unit 수
17학번 이전 학생들의 실천교양 미이수자 수와 이수해야 할 평균 unit 수

 

‘PAM 제도가 학생들의 적극적인 활동 참여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17학번 이전 응답자 중에서는 68.1%(81명), 18학번 응답자 중에서는 78.4%(29명)가 ‘아니오’라고 응답했다. 그 이유를 물어봤을 때, ‘예’라고 응답한 17학번 이전 학생들 중 대부분은 졸업 요건을 이유로 삼았다. 비교과 학생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나, 이는 마일리지를 채워야 졸업할 수 있기 때문이며 능동적인 활동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단순히 졸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능동적인 활동이 가능하리라 생각해 ‘예’라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은 매우 낮았다. 과반수의 학생은 실천교양 폐지와 PAM 제도 시행 결정 전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았고, 적극적인 비교과 학생활동 참여에 도움을 주지 않으리라 판단했다.  


본지는 위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전상민 교육혁신센터장(교무처장), 교육혁신센터 김경선 박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PAM 제도에 대한 안내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자주 해왔는가?


18학번 이후 학생들에게는 ‘대학생활과 미래설계’ 수업을 통해 1학기와 2학기 각각 한 번씩 안내했다. 전체 학생들에게는 메일과 POVIS 교내회보가 각종 행사나 정책을 공지하는 일반적인 창구이다. PAM 제도 시행 및 실천교양 폐지 안내 또한 위 두 창구를 통해 진행했다. 2018학년도 1학기 개강과 동시에 안내했고, 꾸준히 메일을 보내 학생들에게 공지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PAM의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는 소통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마일리지 지급 기준을 마련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었고, 학생단체 활동에 지급하는 마일리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논의되고 있어 안내가 잘 이뤄지지 못했다. 추후 자세한 정보를 담은 홍보를 계속할 예정이다.

 

PAM을 쌓는 것이 7 units을 채우기보다 어렵다는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히려 PAM 제도를 통해 한 학기에 받을 수 있는 unit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를 받을 수 있어 학생들이 졸업 요건을 채우기 수월해졌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실천교양 ‘자원봉사’를 통해 봉사시간 30시간당 1 unit을 얻고, 최대 2 units 이수가 가능했다. 이와 달리, PAM 지급 기준에는 봉사 시간의 제한이 없으므로 방학 때 150시간을 하면 1500 마일리지가 쌓이고, 이는 5 units으로 인정된다. 특정 활동만 열심히 해도, 다양한 활동을 조금씩 해도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으므로 졸업 요건을 채우는 데에 다양성이 증가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학생들이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 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강의 계획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비교과 활동을 찾아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참고로 ‘대학생활과 미래설계’와 ‘문화콜로퀴움’은 앞으로도 기존과 같이 각각 2 units과 1 unit을 얻을 수 있다. 2019년 1월 15일에는 포스테키안 활동 통합관리 시스템(pams.postech.ac.kr)이 오픈되므로 다양한 활동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PAM 제도로의 전환 목표는 무엇인가?


우선, 2018학년도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교육과정 재정립의 일환으로 실천교양 개편과 함께 PAM 제도 결정이 이뤄졌다. 기존 실천교양 7 units을 채우는 것은 졸업요건으로, 학생들에게 부담을 줬고 무의미한 활동을 계속하게 했다. 이에 불만을 품는 학생들은 폐지할 것을 요구해 왔다. 따라서 2017년 11월 30일 교육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학생활과 미래설계’와 ‘문화콜로퀴움’은 정규 교과목으로, 실천교양은 PAM 제도로 전환됐다. 18학번 이후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비교과 학생활동을 하거나, 하고 싶지 않다면 졸업 요건이 아니므로 안 해도 좋다. 학생들 각자가 원하는 비교과 학생활동을 설계하고 활동해 유의미한 학교생활을 하길 바란다.

 

실천교양 폐지 결정과 PAM 제도 시행 이전, 학생들에게 안내가 된 적 있는가?


안내한 적은 없다. 11학번부터 17학번까지의 학생들에게 졸업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이 실천교양 시행 중 계속 나왔다. 이런 의견을 수렴해 실천교양 폐지를 결정했고, PAM 제도를 마련했다. 실천교양 폐지와 관련해 2017년도 총학생회장단과 논의했고, 기존의 교육과정보다 더 나은 교육과정으로의 변화라는 판단 하에 폐지 결정 이전에 안내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우리대학 학생들의 SNS에 ‘마일리지제도의 도입에 따라 침해된 자유로운 학습권 보장 및 2017학년도 입학생까지의 실천교양과목의 과목개설유지보장에 관한 안’의 안건제목을 갖고 서명을 받는다는 게시물이 공유됐다. 이는 하루 만에 100명 이상의 연서를 받았고 현재 전체학생대의원회의 소집과 학생총투표 개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실천교양 폐지와 PAM 제도를 통해 18학번 이후 학생들에게는 자율적으로, 자신에게 유의미한 활동을 해나갈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그러나 17학번 이전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 무의미한 활동을 찾아서 해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PAM 제도가 소급 적용 돼 17학번 이전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줌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시행되는 학기에 공지를 받았다. 이에 교육혁신센터 측에서는 더 나은 교육을 위한 변화이므로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길 바라며,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해 나가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을 받는 것은 우리대학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교육으로의 길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학교 측에서 이뤄졌다. 연서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아, 17학번 이전 학생들의 일부는 실천교양의 폐지와 PAM 제도 시행에 대해 학교 측과는 의견을 달리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 결정에 있어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일지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