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 없는 소비, 공유경제가 그리는 미래
소유 없는 소비, 공유경제가 그리는 미래
  • 국현호 기자
  • 승인 2018.11.07 1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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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는 에어비앤비의 모토다(출처: 에어비앤비)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는 에어비앤비의 모토다(출처: 에어비앤비)

 

2022년 어느 날, 평범한 취업준비생 A 씨는 면접을 보러 가는 길이다. 집을 나서기 전에, 공유 서비스로 빌린 커피머신으로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신다. 자연스럽게 집 앞에 위치한 공유 스쿠터 정류장에서 요금을 결제하고 스쿠터를 대여한다. 옷장에 정장이 없는 그는 공유 정장 대여점으로 발길을 향한다. 대여한 정장을 입고 면접을 무사히 마친 A 씨는 집으로 돌아왔다. 면접을 보기 위해 잠깐 서울로 왔기 때문에, 집조차 공유서비스를 이용해 대여했다. ‘소비’로 가득 찬 A 씨의 오늘 하루에 ‘소유’라는 단어는 없었다.

 

급격하게 성장 중인 공유경제


이 이야기는 SF 판타지 소설의 내용이 아니다. 지금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다. ‘공유경제’라는 단어는 2008년 미국 하버드 법과 대학 로런스 레식 교수에 의해 처음 사용됐다. 이후 공유경제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중국의 공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내 2016년 공유경제 시장 거래 금액은 한화로 약 573조 7,224억 원에 달했고, 2017년에는 약 806조 9,620억 원을 기록했다. 또한, 2025년까지 중국 GDP의 20%를 차지하게 되리라 전망했다. 일본의 경우 내각부에서 2016년 공유경제 규모가 한화로 약 5조 원에 달했다고 추산했다. 지금 공유경제는 우리의 삶에 침투하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자동차 분야와 주거 분야의 예시를 통해 공유경제가 바꿔놓은 사회를 알아보고자 한다.

우버는 세계 최대 규모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중이다(출처: 우버)
우버는 세계 최대 규모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중이다(출처: 우버)

 

사기에는 너무 비싼 차, 필요할 때만 빌려 쓴다


2018년 9월 국산 차 판매 1위를 달성한 현대자동차의 싼타페 가격은 2,763~4,295만 원에 이른다. 거기에 유지에도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에릭 메이호퍼 우버ATG(Uber Advanced Technologies Group) 대표에 따르면 “현재 도로에 나오는 차는 겨우 5%만이 운행되고 있고, 나머지 95%는 주차장에서 쉬고 있다”라고 한다. 비싼 돈 주고 산 자동차들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사용되지 않는 상태로 존재한다는 말이다. ‘우버(Uber)’는 바로 이런 점에서 착안해 시작된 차량 공유경제 서비스다. 우버의 목표는 누구나 드라이버로 등록해 자신의 차에 남을 태워 요금을 받을 수 있고,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타인의 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차량 대여 서비스에는 우리나라의 ‘쏘카’와 ‘그린카’가 있다. 이들은 대여자가 원하는 시각에, 원하는 시간만큼 차량을 빌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용 절차도 간단하고 최소 대여 시간도 30분으로, 매우 짧은 거리에서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하루나 이틀 이상 대여하는 것이 기본인 기존 차량 렌트 서비스를 공유경제 시대에 맞게 변화시킨 것이다.


이런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우버의 경우에는 2010년부터 엄청난 성장을 이어나갔다. 여러 대규모 투자회사로부터 수많은 자금을 투자받았고, 2018년 1월 기준 82개국 633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현재 우버의 기업가치는 1,200억 달러(137억 1,000만 원)로 미국 자동차업계의 ‘빅3’라 불리는 △포드 △GM △크라이슬러의 기업가치를 모두 합한 것보다 크다. 미국의 도로를 우버가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숙박업에 불러온 변화의 바람, 주거 공유 서비스


매년 성수기가 되면 유명 관광도시의 호텔은 꽉 차기 마련이다. 그럴 때면 숙박료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기 시작한다. 숙박 공유 서비스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그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에어비앤비(Airbnb)’로,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신조 아래에 세계 최대의 숙박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집에 남는 공간이 있다면 에어비앤비의 호스트(집을 빌려주는 사람)로 등록할 수 있다. 잠깐 한 달 정도 출장을 가야 해서 집이 빌 때, 방이 하나 남는데 딱히 사용할 용도가 없을 때, 자신의 집을 대여해주고 수익을 낼 수 있다. 잠시 묵을 공간이 필요한 입장에서도 에어비앤비는 아주 매력적이다. 호텔보다 훨씬 싼 가격에 주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지인들이 사는 공간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에어비앤비의 장점이다. 주거 공간뿐 아니라 지식과 경험마저 공유할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이 역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2018년 기업가치는 310억 달러(약 35조 원)에 달하며 191개국 81,000개 도시에서 500만 개 이상의 숙소가 등록돼 있다. 이제 여행을 갈 때 에어비앤비를 먼저 찾아보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왔다. 자연스럽게 공유경제가 우리 일상에 녹아든 한 예시다.

 

공유경제가 극복해야 할 ‘신뢰’ 문제


자동차와 집 말고도 자전거, 스쿠터와 같은 운송수단부터 옷, 가구 등 우리 일상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물건까지 공유경제는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그와 함께 비싼 물건을 사기보다는 필요할 때만 빌려 쓰자는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공유경제 시장에는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 대여자 입장에서 자동차 공유 서비스 이용 후 시트가 더러워져 있다거나, 집을 빌려줬는데 가구가 부서져 있다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대여자가 악의를 품은 범죄자라면 쉽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상호 간의 신뢰’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대여자와 사용자가 서로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검증할 수 있도록 적절한 절차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거래 이후 피드백을 통해 지속해서 신뢰성을 검사해야 한다. 공유경제는 구성원의 신뢰 없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신뢰 속에서 이루어지는 합리적인 경제활동. 그것이 바로 공유경제가 그려나가야 할 미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