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안 앞에서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안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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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0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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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은 최근 매우 큰 도전을 받고 있다. 바로 국방부가 검토 중인 전문연구요원제도 4년 내 폐지안이다.


1971년에 100만 명에 달했던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30년만인 2001년에 그 절반인 약 50만 명으로 감소했다. 그 후 20년을 조금 넘긴 몇 년 내에 또 절반인 25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즉, 반감기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런 인구 절벽 현상은 내수 침체라는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대학의 경우, 정부가 몇 년 전부터 선제적으로 입학정원 감축을 유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곧 고교 졸업생 수가 전체 입학 정원보다 적어지면서 대학들이 문을 닫기 시작할 것이다. 1971년생은 우리대학 개교 초기의 입학생에 해당하며 2001년생은 내년과 후년의 입학생에 해당한다. 개교 이후 지난 30년간 이런 인구 절벽 현상에 더하여 이공계 기피, 의대 선호,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 등이 나타났는데, 이에 따라 우리대학을 포함하여 지방에 위치한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들은 해가 갈수록 우수 학부생과 대학원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야구선수들의 병역면제 건이 도화선이 돼 여러 병역특례제도를 이참에 폐지하라는 여론이 들끓었었다. 그동안 우리대학을 포함한 우수 이공계 대학원의 많은 학생은 이공계열 석사학위 취득 후 박사과정에 재학하면서 전문연구요원으로 편입돼 3년간 수학함으로써 병역의 의무를 이행했다. 뛰어난 연구자가 되고자 하는 꿈이 있는 이공계 대학생들이 현역병 복무에 따르는 학업과 연구의 단절 없이 석·박사학위과정을 마칠 기회를 전문연구요원제도가 제공해 왔다. 그래서 그동안 많은 수의 대학생들이 우리대학 및 국내 이공계 대학의 대학원에 진학했고, 이들의 우수한 연구성과로 우리나라 대학원들이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병역자원 감소 문제를 완화하고자 전문연구요원제도를 4년 내 폐지하는 안을 검토해 왔는데, 아시안 게임 직후 병역특례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업고 이 폐지안을 더욱 강하게 주장했다. 최근 5개 상위권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 제도가 폐지되면 해외 대학원으로의 진학을 선택하겠다는 비율이 응답자의 약 절반에 달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대로 간다면 학령인구 감소에 더하여 전문연구요원제도마저 폐지되면서 우수 지원자가 급격히 감소해, 우리대학은 ‘과학기술분야 인재양성을 통한 사회 및 인류에의 봉사’라는 건학 이념의 실현에 전대미문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이렇게 전문연구요원제도가 그동안 우리대학의 건학이념을 구현하는 데 그리고 우리나라 과학기술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향상하는 데 큰 도움이 돼왔다면, 우리는 그냥 시간이 흘러서 몇 년 후 이 제도가 폐지되도록 수수방관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당연히 우리대학의 리더인 총장을 비롯한 보직 교수들은 어떻게 하면 이 제도의 폐지를 막을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대학의 김도연 총장은 교육부의 ‘2022학년도부터 수능위주전형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라는 권고를 공개적으로 거부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렇게 큰 반향이 일어난 이유는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의 그 어느 총장도 정부의 권고에 맞서 대학의 자율성을 수호하겠다고 당당히 선언하고 나선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반향은 전문연구요원제도의 폐지를 막으려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제 아시안 게임이 끝난 지도 약 석 달이 돼 병역면제제도에 대해 감정적으로 들끓던 여론이 이성을 찾아가고 있다. 최근 국정 감사에서도 야구 선수 선발과 관련해 병역면제제도를 정치 쟁점화하려는 한 국회의원의 시도가 있었지만, 여론이 대표 선수를 선발한 선동열 감독을 지지하면서 상황은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따라서 김 총장의 지난 용기 있는 선언을 많은 국민들이 아직 기억하고 있는 바로 지금, 우리대학이 다시 한번 목소리를 내어 국민들에게 사이다 같은 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하면서 그들을 설득해 지원과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대한민국의 다른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 우리대학만큼 정부의 예산지원과 영향력이라는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기에, 더욱 우리대학이 이 문제에 대해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깊어가는 가을 야구의 시즌에, 김도연 총장과 보직교수들의 ‘연타석 홈런’을 우리 구성원들도 목청 높여 응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