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가 꿈이었던 소년, 책상에서 일어나다
학자가 꿈이었던 소년, 책상에서 일어나다
  • 권재영, 김주희, 이신범 기자
  • 승인 2018.10.11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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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신문 이광림(산경 94) 초대 편집장
지난 8월 개최된 포항공대신문 창간 30주년 기념식에서 이 전 편집장은 축하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8월 개최된 포항공대신문 창간 30주년 기념식에서 이 전 편집장은 축하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포항공대신문의 기틀을 다진 기자’라고 한다면, 전 편집장 이광림(산경 94) 동문을 가장 먼저 손꼽아야 할 것이다. EY (Ernst & Young, 언스트앤영) 컨설팅을 업으로 하는 그는 학부 1학년 시절부터 포항공대신문사에 몸담았다. 편집장에서 물러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기자 생활을 하며 습득한 통찰력 및 사실 파악 능력은 여전하다. 이 전 편집장은 “포항공대신문사에서의 경험이 현재의 직업에도 직접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죠”라고 덧붙이며 넉살 좋은 웃음을 지었다. 이어 그는 반짝이는 눈으로 대학 시절을 회상했다.


우리대학 진학 당시, 이 전 편집장의 최우선적인 목표는 이른 시일 내에 학문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이었다. “공학 분야에서 어엿한 학자의 역할을 하고 싶었다는 욕심이 컸다”라며 멋쩍게 웃은 그는 포항공대신문 기자와 학생이라는 두 역할 사이의 작은 방황을 떠올렸다. “학교 공부에만 집중해서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제가 한국적인 교육환경에 길들여져 있었다는 증거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당시에는 기자 생활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었죠”라며 지난 세월을 되새겼다.


오랜 시간의 기자 생활 동안 많은 글을 쓴 이 전 편집장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에 대한 물음에 그는 망설임 없이 리처드 파인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세계적인 석학들의 학문적 성과나 일생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에 대해 우리학교 교수님들이 써주셨던 연재기사가 있어요” 그 중 첫 번째가 바로 파인만에 대한 글이었다. “해당 석학분들을 실제로 만나 뵙거나, 지도교수로 모시면서 있었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이었거든요. 우리대학 신문이 아니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기사죠” 마침 포항공대신문사에서는 대학신문의 사회적 역할과 그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다. 그는 때맞춰 기획한 연재기사가 포항공대신문의 존재 의의와 흥미, 둘 모두를 잡은 성공적인 기획이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 기자, 특히 전 편집장으로서 당시의 학보사가 추구했던 가치와 현재의 학보사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한 견해를 전했다. 그는 “당시 추구했던 가치는 대학신문으로서 최소한의 사회적 역할과 과학기술중심 대학신문으로서 차별화된 역할, 모두를 잡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제가 일했던 시기에는 많은 사회적 변화가 있었고, 이에 기인한 다양한 갈등이 있었어요. 우리학교 특성상 아주 큰 고민은 아니었지만, 당시 대학생 운동권 중심이었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집회에 참석하는 등 시대에 맞는 역할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에 병행해서 대학신문 최초로 인터넷 신문을 운영하는 등 우리학교 특성에 맞는 일을 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썼습니다” 


현재 포항공대신문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할까. “기술적인 관점에서의 고민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 때로는 황색 언론으로 비판받는 허핑턴포스트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고민해 올바른 방향설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글로벌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영어신문에 대한 균형 있는 발전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우리학교는 세계적 무대에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도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당시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냐는 물음에 대해 이 전 편집장은 “우리대학에 입학했을 당시, 모두가 그렇듯 저 역시 다양한 활동을 하기보다는 공부에만 매진하여 공학계에서 인정받는 훌륭한 학자가 되는 것이 목표였어요”라며 멋쩍게 웃음 지었다. 학보사 기자로서의 활동에 대해 고민했던 당시를 떠올리는 듯 잠시 사색에 잠긴 그는, 이내 “제가 입학한 해에 김호길 총장님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학자로 훌륭한 삶을 산다는 게 어떤 것일까 뜬금없는 고민을 하게 되었죠. 그러던 중, 당시 신문사에 기자 지원자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고, 학생기자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일을 살아보자며 학보사에 지원했죠”라고 말했다.


몇 번의 사담 이후, 이 전 편집장은 “연구과제 수행이나 논문저술 등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공학적인 수리 모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생각을 이해하고, 이를 글로 쓰는 것 같아요. 학보사 기자로서 했던 일들이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죠”라며 수년간의 학보사 활동이 지금의 자신에게 미친 영향을 언급했다. 


이 전 편집장은, 마지막으로 현직 기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며 인터뷰를 끝마쳤다. “사회적 역할관점에서도 기자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아요. 대학이 가져야 하는 사회적 역할과 학보사가 가져야 하는 대학 내에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우리 기자들은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다만, 인터넷의 발전으로 언론의 전통적인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만큼, 주변 흐름에 맞추어 새로운 역할을 찾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