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그 넓고도 깊은 이야기
토지, 그 넓고도 깊은 이야기
  • 김성민 기자
  • 승인 2018.10.1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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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 1969~1994 발표 / 작가: 박경리
토지 / 1969~1994 발표 / 작가: 박경리

 

필자의 인생 목표 중 하나는 토지를 읽는 것이었다. 박경리 작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만들어낸 한국문학의 결정체 가운데 하나라서 더욱 읽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더 단순하게는 토지가 아주 긴 소설이라는 것 자체가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대학에서 처음으로 맞은 여름방학에 토지 읽기에 도전해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토지의 무대는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를 시작으로 경성과 일본 그리고 만주까지 뻗어 나간다. 그리고 1897년 한가위부터 1945년 광복까지의 사람들의 삶을 담았다. 평사리의 양반가 최참판댁의 주인이던 최치수가 살해된 뒤, 그의 딸 최서희가 여러 고난을 이겨내며 가문을 지키는 것을 중심 줄거리로 주변의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얽히고설키며 내용이 진행된다.


농민 용이와 무당 월선의 애타는 사랑 이야기, 독립운동에 삶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 최서희의 집을 빼앗은 조준구의 아들이지만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기를 거부한 곱사등이 조병수 등을 통해 작가는 한(恨)과 생명사상을 작품 전체에서 탐구하고 있다.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조건으로 이룰 수 없는 것이 생길 때 사람은 한을 갖게 된다. 용이와 월선은 신분이 한이었고, 조병수는 신체적 조건과 탐욕스러운 부모가 한이었다.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가진 한을 간직하고 살아가며 성숙해진다. 이때, 그들의 삶 속에서 생명의 소중함이 드러난다. 


워낙 긴 소설이고 사투리가 많이 나와 읽기 힘들겠지만, 끝까지 읽어보면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리고 삶에 대한 통찰을 얻음과 동시에 완독했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