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살아 숨 쉬는 우리대학 예술품
일상에 살아 숨 쉬는 우리대학 예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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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1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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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일상 속에서는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갔겠지만 우리대학 곳곳에는 다양한 예술품들이 있다. 그 속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포항공대신문은 그 이야기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일호 조각가의 과학탐구상

 

끝없이 탐구하여 내일이 되어라
우리대학 무은재기념관과 대강당 사이에는 지구본 모양의 조각이 있다. 이 조각의 이름은 ‘과학탐구상’이다. 우리대학의 어느 조각상보다도 더 특별한 과학탐구상에 대해 대외협력팀 최혜영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과학탐구상은 이일호 조각가의 작품으로서 포스코가 우리대학을 설립할 때 축하의 의미로 삼성그룹의 故이병철 전 회장이 기증했다. 당시 시가로 5,000만 원 상당이었다고 전해진다. 조각의 정확한 의미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서정주 시인이 헌정한 시를 바탕으로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다음은 서정주 시인의 헌정 시다.
 

“미래과학의 꿈을 안은
 우리의 영재들아,
끝없는 과학문명의 
초석이 되어라.

첨단과학 기술의 요람 
영일만에서, 
그대의 꿈, 활활 타 올라라.

고로의 불길처럼 강인한 
이 겨레의 개척
정신으로,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탐구하여,
한국과학의 내일과 
인류의 등불이 되어라”

과학탐구상을 둘러싼 광장에는 맥스웰, 뉴턴, 에디슨, 아인슈타인의 흉상과 함께 아무것도 올라가 있지 않은 ‘미래의 한국과학자’ 상이 2개 있다. 과학자 흉상은 자연과학에서 2명, 공학에서 2명을 선정해 우리대학 학생들이 이들을 본받기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다. 우리대학에 온 사람이라면 미래를 꿈꾸며 한 번씩 올라 가보는 ‘미래의 한국과학자’ 상은 언젠가 우리대학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미래의 한국과학자’ 상에 올라 입학식 날의 다짐을 되새겨보았다.

 

노벨동산 속 박태준 설립 이사장
노벨동산의 박태준 설립 이사장(이하 이사장)의 조각상은 중국의 조각가 우웨이산(吳爲山)의 작품으로, 이사장이 학교에 올 때 즐겨 입던 코트와 중절모를 착용한 모습을 본떴다. 건립문은 이사장의 평전 ‘세계 최고의 철강인 박태준’을 쓴 이대환 작가가 지었고, 글씨는 솔뫼 정현식 서예가가 맡았다. 이사장은 건립 당시 본인의 조각상이 세워지는 것에 부담을 느껴서 반대했지만, 포항의 여러 시민단체도 이사장이 포항 발전에 기여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당시 조각상 건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2011년에 우리대학 개교 25주년을 기념해 건립됐다. 

백성기 전 총장이 조각가 우웨이산을 만난 계기는 그가 난징대학에 방문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난징대학에서 백 전 총장에게 대학의 보물을 보여준다고 했는데, 그것은 중국조각원장인 우웨이산 교수의 작업실이었다. 그의 예술세계와 작품에 감명받은 백 전 총장은 우웨이산 교수에게 이사장의 일대기를 담은 책을 선물했고, 우웨이산 교수는 그 책을 읽고 깊이 감동해 이사장을 위해 예술혼에서 우러나오는 작품을 창작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 후 우웨이산 교수는 우리대학과 포스코의 두 제철소를 방문하고 이사장과 깊은 대화를 나눠, 이를 바탕으로 조각상을 제작했다. 이사장의 삶에 대해 받은 느낌이 반영됐기에 실제 모습을 본떠 만드는 동상보다는 조각상에 가깝다.

자신을 본뜬 조각상을 만드는 것을 거부했던 이사장의 마음을 돌린 우웨이산 교수의 말을 전한다.

“이대환 작가가 쓴 박태준 평전의 중국어 번역본을 다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한국보다 뒤늦게 근대화에 나선 오늘의 중국 지도층에도 박태준 선생처럼 사익을 추구하지 않는 무사 사상을 철저히 실천하는 인물이 출현하기를 바랍니다. 책 속의 일화 가운데 덩샤오핑 선생이 1978년에 신일본제철을 방문하여 신일본제철 대표에게 중국에도 포스코 같은 제철소를 하나 지어달라고 부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신일본제철 대표는 제철소는 사람이 짓는 것인데, 중국에는 박태준이 없어서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덩 선생은 좀 머쓱해져서 박태준을 수입하면 되겠다고 했습니다. 왜 덩 선생이 박태준 선생을 우리 중국으로 수입하고 싶었는지, 그 책을 다 읽고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박태준 선생을 작품화하는 일은 저의 예술 인생에서 큰 영광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그러니 저의 청을 승낙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사장의 삶이 새겨진 조각상을 보며 그의 발자취를 되새길 수 있었다.

 

도서관 분위기 메이커, Air
무은재기념관에 등을 맞대고 걷다 보면 맞은편 나무 뒤로 거대한 원형의 회색 건물이 보인다. 우리대학 학우들이라면 모두 한 번쯤은 가봤을 그 건물은 우리대학의 도서관, 박태준학술정보관이다.

박태준학술정보관에는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철제서가, 무채색의 내부 등으로 인해 다소 차가운 느낌을 주는 건물의 분위기를 보완하기 위해 설치된 예술작품들을 누구나 한 번쯤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박태준학술정보관 5층으로 이어지는 출입구에 들어가면 천장에 매달려 있는 다소 난해한 구조물을 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번데기모형, 어떤 사람은 구름모형이라는 등 다양한 추측들이 난무하는 이 구조물의 작품명은 ‘Air’이다. 설치미술가 홍성도의 작품으로, 작품설명에 의하면 정적인 도서관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움직임을 통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함이 작가의 의도로 보인다. 유상진 학술정보팀장에 따르면 작품 ‘Air’는 누에고치를 형상화한 것으로 누에가 알에서 깨어나 고치, 번데기, 나방, 명주실로 되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듯, 우리대학 역시 소수 영재를 모아 질 높은 교육을 통해 국제적 고급인재를 양성하고 사회와 인류에 봉사한다는 대학 건학이념에서 착안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Air’ 외에도 박태준학술정보관 5층 출입구 쪽 휴식공간과 2층 대출실 뒷면에는 커다란 캔버스에 그려진 원색의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작품의 제목은 ‘색색風景(풍경)’으로 화가 이인의 작품이다. 작품에서 적색은 불을, 검은 청색은 밤하늘, 녹색은 숲의 이미지를 나타내며, 복잡한 현실의 삶을 잠시나마 떠나 사색과 명상의 시간에 잠길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또, 1층 출입구에는 ‘새벽하늘’이라는 제목의 그림도 전시돼있다.

도서관에 오면 매번 보는 구조물, 그림들이지만 그 뜻에 대해서는 잘 몰랐을 것이다. 도서관을 아름답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훌륭한 뜻을 담고 있는 예술품들이 조용하고 단조로운 도서관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있다. 앞으로 도서관에서 예술품을 볼 기회가 있다면 한번 그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어떨까?

 

KIRO의 수호신, Thinking robot
우리대학 도서관 1층 출입구로 나와 효자시장 쪽으로 걷다 보면 마치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로봇을 가져다 놓은 것처럼 커다란 빨간 로봇모형을 볼 수 있다.(이 로봇모형의 이름은 ‘Thinking robot’으로, 2007년에 강리나 작가가 제작하였다) 이 로봇모형의 이름은 ‘Thinking robot’, 생각하는 로봇으로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이하 KIRO)에 자리 잡고 있다. KIRO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유일의 로봇 분야 전문생산연구소로서, 인간을 위한 로봇을 현실로 만드는 ‘실용로봇’에 중점을 두고 있는 연구기관이다. 

우리대학 학생들 사이에서는 KIRO의 ‘생각하는 로봇’이 매달 자세를 바꾼다는 괴담이 있는데, KIRO의 신입직원 중에도 로봇이 움직이는 줄 알고 계속 쳐다봤다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07년에 조형물 기획을 시작했을 때 로봇 머리를 움직이게 하거나 사람이 다가오면 반응하는 기능을 넣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기술적으로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해 KIRO의 철학만 반영하자는 것으로 움직이는 기능을 넣지 않았다고 한다.

생각하는 로봇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같은 자세를 하고 있다. 로봇기술 연구 개발에 몰두하는 과학자들을 모습에 모티브를 얻어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로봇을 디자인했는데, 그래서 작품명도 ‘생각하는 로봇’이다. 실제로 KIRO의 연구원들은 출퇴근 때마다 ‘생각하는 로봇’을 보며 열정적으로 연구하는 자신의 모습이 담겨있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큰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로봇의 전체를 감싸고 있는 붉은색은 아름다운 영일만의 일출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인 철강 도시로 도약하는 포항과 포항시민의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열정을 의미한다. ‘생각하는 로봇’에는 로봇이 사람과 함께 공존하면서 다가올 미래에 우리에게 더욱 윤택한 삶과 신체적 도움을 줄 것이며,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메시지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나아가 ‘생각하는 로봇’은 사회와 국가의 미래 발전이라는 책임감으로 로봇을 연구 개발하고 있는 KIRO를 굳건히 지켜주는 수호신과도 같은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