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소비 트렌드 ‘Wag The Dog’
2018 소비 트렌드 ‘Wag The Dog’
  • 정유진 기자
  • 승인 2018.09.1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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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많은 사람이 ‘YOLO(You Only Live Once)’를 외치며 한 번뿐인 인생을 후회 없이 살고자 했다. YOLO는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2017년 소비 트렌드로 제시한 것으로, 지난 한 해 각종 미디어를 통해 퍼져 나갔다. 이는 사람들이 일상 속 즐거움을 찾게 했을 뿐만 아니라 훌쩍 여행을 떠나게 했다. 그렇다면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뽑은 2018년의 소비 트렌드는 무엇일까?

 

2018년 소비 트렌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내놓은 2018년 소비 트렌드는 바로 ‘웩더독(Wag The Dog)’이다. 웩더독은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라는 뜻으로 주객이 전도됨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판매 물품보다 사은품을 갖고 싶어 하는 것과 같이 비주류가 주류를 뛰어넘는 것이다. 웩더독은 소비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9개 소비 트렌드를 나타내는 문장의 첫 글자를 합성한 것이기도 하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한 플라시보(Placebo) 소비 △적당히 벌고, 적당히 살기를 원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 △고객과 점원의 만남을 최소화한 언택트(Untact) 기술 △나만의 공간, 케렌시아(Querencia) △만물의 서비스화 △매력의 자본화 △신념을 나타내는 미닝아웃(Meaning out) △비용과 편익을 고려한 대인관계 △자신을 위한 소비가 9개의 소비 트렌드이다. 그중 사례를 통해 △웩더독 △소확행 △미닝아웃을 살펴보고자 한다.

 

꼬리로 몸통을 흔들다, 웩더독
커피를 좋아하는 A 씨는 연말이 되면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 더 자주 들린다. 바로 스타벅스의 신년 다이어리를 얻기 위해서이다. 스타벅스는 음료 17잔 이상 구매 시 신년 다이어리를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해 커피마니아들의 관심을 끌었다. 음료를 마시지 않아도 구매할 방법이 있지만, 소비자들은 음료를 마시면서 신년 다이어리를 무료로 얻을 수 있다는 데 집중했다. 매년 스타벅스 다이어리의 물량을 늘릴 정도로 다이어리의 수요는 끊이질 않고 있다. 실제로 스타벅스에 따르면 다이어리 증정 행사 기간인 11월과 12월의 매출이 전년 대비 약 8% 증가한다. 증정품인 다이어리가 본 상품인 커피의 판매 증가를 가져온 것이다. 이처럼 꼬리인 증정품이 몸통인 본 상품을 흔들어 소비자가 구매하게끔 하는 웩더독 마케팅이 올해 성행하고 있다. 

증정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본 상품을 소비하는 것을 불필요한 소비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으나, ‘증정품을 사면 본 상품이 따라서 온다’라고 말하며 ‘증정품을 얻기 위한 비용으로 본 상품 가격이 합당하다’라는 의견도 늘고 있다. 소비자들은 원하는 상품을 받을 수 있고, 기업에서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웩더독 소비 트렌드는 계속해서 주목받고 있다. 

스타벅스의 2018 신년 다이어리(출처: 스타벅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요즘 소비자들은 소확행을 좇고 있다. 소확행이란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여태 현대인들이 목표로 해왔던 주택 구매, 취업, 결혼 등은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을 하기 어렵다. 이를 이루기 위해 드는 노력이 매우 크다. 이에 요즘 소비자들은 큰 행복을 좇지 않고 일상 속 성취하기 쉬운 행복을 좇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 소확행이라는 단어는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처음 나왔다. 책에서는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된 옷을 볼 때를 예로 들었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소확행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에 다양한 기업들이 일상의 사소함에 주목한 소확행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카카오의 제조 인프라 플랫폼으로, 지난 7월, 누적 매출액 500억 원을 넘었다. 2016년 출범한 카카오메이커스의 성공 원인이 바로 소확행이다. 카카오메이커스가 판매하는 상품들은 주로 독특한 아이디어 제품이다. △통째로 세탁하는 기능성 베개 △김 서림 방지 안경클리너 등 사소한 불편함을 해소하는 제품들이 많아 ‘소확템’이라 부르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전하는 제품을 홍보한다. 카카오메이커스 외에도 많은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소확행’을 제공해 ‘소확행 제공이 확실한 기업’으로의 자리매김을 이어가고 있다. 

 

나를 표현하는 소비, 미닝아웃 
과거에는 사람들이 개인의 취향과 견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자신의 의견을 드러냄으로써 사회와 문화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됐다. 이런 시대 흐름에 맞춰 떠오른 소비 트렌드는 ‘미닝아웃(Meaning out)’이다. 미닝아웃은 ‘나를 표현하는 소비’로 일컬어진다. 이는 견해와 신념을 의미하는 미닝과 ‘벽장 속을 나온다’라는 ‘커밍아웃’이 합쳐진 단어로,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선언하고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미닝아웃은 △SNS의 해시태그(#) △특정 메시지를 담은 문구를 넣은 슬로건 패션 △축제 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유기동물 보호소 후원 쇼핑몰 ‘비코’의 로고와 슬로건(출처: 비코)

 

개인은 동물 실험을 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거나,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는 등 신념을 갖고 소비하고 있다. 제품 선택에 있어서 기업의 가치관과 신념이 자신과 일치하는지를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비코’는 미닝아웃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반려동물의 의미를 되새기고 유기동물 실태의 변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쇼핑몰이다. 비코는 제품 판매 수익으로 유기동물 보호소 물품을 지원하고 봉사를 진행한다. 이에 유기동물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구매를 통해 비코를 후원하는 중이다. 이외에도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소비자들을 겨냥한 친환경 포장 △생명존중의식을 가진 소비자들을 겨냥한 비동물실험 강조 등 기업들의 미닝아웃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