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부금은 어디에
나의 기부금은 어디에
  • 박민해 기자
  • 승인 2018.09.1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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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사단법인 ‘새희망씨앗’의 기부금 횡령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새희망씨앗은 지역의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명목으로 기부를 유도했고, 약 5만 명으로부터 기부금 약 128억 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중 실제로 아동 후원금으로 사용된 돈은 약 2억 1,000만 원뿐이었고, 이마저도 현금으로 지원된 것이 아니라 복지시설에서 잘 쓰지 않는 인터넷 강의 이용권이나 태블릿 PC 800여 대 등으로 대신한 것이었다. 나머지 약 126억 원은 새희망씨앗의 회장과 대표, 그리고 지점장들이 아파트나 고급 외제 차 구매, 해외 골프 여행, 요트 여행 등의 호화 생활을 하는 데 썼다.

당시 이 사건으로 인해 충격을 받은 대중은 “누굴 믿고 내 돈을 기부할 수 있겠느냐”라며 배신감을 내비쳤고, 나 또한 그랬다. 그리고 1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당신의 기부금이 어디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관심을 두고 있는가? 그저 겉보기에 그럴듯하고 말만 번지르르한 단체에 기부하고 있는 건 아닌가?

누구나 살면서 여러 단체에 기부해봤을 것이다. 난 초등학생 때부터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그리고 작년부터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에 기부하고 있다. 내가 착해서도, 돈이 많아서도 아니다. 다만 나와 뜻을 같이하는 단체가 있는데 직접 도움을 줄 방법이 없어서, 적은 기부금으로나마 그들에게 지지를 표할 뿐이다. 그렇기에 같은 돈으로 밥 한 끼를 먹을 때보다 더 꼼꼼하게 그 단체를 조사한다. 이 단체를 믿어도 될지, 즉, 내 돈이 정말 필요한 곳에서 정직하게 사용될 수 있을지를 말이다.

가장 먼저, 난 앞서 말한 두 단체의 특별한 사명감을 적극적으로 신뢰한다. 한 부부의 외아들이 학교폭력 피해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자살했다. 부부는 학교폭력으로 인해 고통받는 청소년이 더는 없어야 한단 생각에,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고 우리나라 최초로 학교폭력 예방과 치료에 힘쓰는 비정부 기구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을 설립했다. 또, 언론 탄압에 대항해 파업하다 일자리를 잃은 기자들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를 구성해, 일체의 광고나 협찬 없이 기부금만으로 ‘뉴스타파’라는 비영리 독립 언론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내가 관심을 가진 문제를 직접 당면하고 나아가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건 사람들이다. 난 차마 그럴 용기가 없기에 한 아이를 보호하는 데에, 한 사실을 보도하는 데에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묵묵히 그들을 응원하는 것이다.
더불어, 나의 소중한 후원금이 정말 쓸모 있는 일에 사용되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정 금액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자는 기부금품의 모집과 사용에 대해 계획은 물론, 결과도 등록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은 매년 독립적인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재정 보고를 통해 수입과 지출 결산을 공개한다. 누구든지 이 단체가 어떤 사업에 얼마의 돈을 사용했는지 조회해 제구실 하고 있는지, 정말로 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언젠가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사무총장님을 만나 뵙게 된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기부하려는 단체의 지명도보단 투명성에 대해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우리에게 맡겨진 역할은 감시자가 되는 것이다. 기부금의 사용처를 철저하고 꾸준하게 의심할수록 그 돈은 비로소 제 가치를 지니게 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부하고는 기부라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며 자기 만족했던 적은 없는지, 스스로 되돌아보자. 모두가 기부금의 행방에 좀 더 의구심을 가질 때,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는 더 건강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