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렛 하나만 주세요
리플렛 하나만 주세요
  • 권재영 기자
  • 승인 2018.09.19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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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못하고 계속 소유하고 있는 물건은 누구에게나 하나쯤 있을 것이다. 물건 한두 개를 오랜 시간 소장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특정 종류의 물품을 수집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각종 홍보용 전단, 즉 리플렛을 모으고 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비치된 책자에서부터 영화 및 공연 포스터까지 그 대상은 다양하다. 어떤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가면 그 작품의 포스터는 물론 내가 보지 않은 공연의 것까지 몇 장씩 가져온다. 심하지 않은 수준의 집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국내의 다양한 장소를 방문하며 리플렛을 모았듯, 해외여행을 가서도 리플렛에 대한 수집욕은 계속됐다. 외국어로 적힌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책자 비슷한 게 보이기만 하면 일단 집어 들고 봤다. 결과적으로 읽지도 못하는 생소한 언어의 리플렛이 상당히 쌓이게 됐다. 외국에서 모은 리플렛들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영어 공부에 큰 동기를 부여해 주기도 했다. 지금 소유하고 있는 책자는 물론이고 앞으로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모으게 될 타국의 리플렛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행여 내가 모은 리플렛을 전부 읽어 보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다. 읽어 본 리플렛이든, 읽어 보지 못한 리플렛이든 나에게는 모두 소중한 내 수집품들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질병이나 사고 등의 이유로 인해 활발한 신체적 활동이 불가능할 때 리플렛들은 내게 큰 위안이 될 것이다. 만일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지금껏 모아온 책자를 하나하나 들춰 보고 싶다. 

언젠가 간 적이 있는 장소와 관련된 리플렛을 읽으면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머릿속에 작고 흐리게 저장된 경험을 생생하게 비추는 환등기 역할을 하는 리플렛. 추억을 담고 있는 책자가 메모리얼 아이템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반면 가 보지 않은 곳의 책자나 관람하지 않은 영화의 포스터를 보는 것은 색다른 일임은 물론, 하나의 경험이 된다. 직접 내가 경험하지 않더라도 자그마한 책자 하나만 있다면 얼마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상이라는 경험, ‘가끔은 마음으로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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