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과 포스텍의 미래
대학교육과 포스텍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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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1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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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이란 학생이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가르쳐서 건전한 심신을 가진 사회인이 되게끔 하는 활동이다. 교육의 기본은 물론 지식의 전달이다. 하지만,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만 전달하면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 기존 지식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식의 전달이 반드시 요구된다. 보통 새로운 지식은 기존 지식의 토대로부터 나오는 것으로써, 기존 지식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이처럼 기존 지식 배경에 새로운 지식을 도출해 내는 것을 연구라고 한다. 따라서, 대학은 기본적으로 연구를 하는 곳이다. 대학이 교육중심대학 또는 연구중심대학으로 나뉘는 것은 대학교육의 잘못된 이해로부터 생겼다.

 “우리대학은 우리나라와 인류사회 발전에 절실히 필요한 과학과 기술의 심오한 이론과 광범위한 응용방법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소수의 영재를 모아 질 높은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지식과 지성을 겸비한 국제적 수준의 고급인재를 양성함과 아울러, 산·학·연 협동의 구체적인 실현을 통하여 연구한 결과를 산업체에 전파함으로써 사회와 인류에 봉사할 목적으로, 1986년 12월 3일 국내 최초로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며 설립되었다” 이상은 우리대학 건학이념의 일부다. 아이러니하게도 1986년 이전에는 우리나라 대부분 대학이 대학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하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대학은 대학다운 대학을 표방한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이다. 우리대학의 건학 이념과 설립 배경은 그 후 우리나라 여러 대학이 진정한 교육 즉, 연구를 중요시하는 풍조가 생기는 데 많은 공헌을 했다. 현재 소수의 대학이 세계적인 경쟁력에 가까운 연구성과를 보여주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건학 3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우리대학은 초기 설립배경인 연구중심의 교육을 더 발전 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가 됐다. 현재 전 세계에서 대학과 연구소 간의 연구 경쟁이 치열하여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이론 연구 및 실험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알파고가 프로바둑기사 이세돌을 이긴 세기적 사건을 기점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대중으로 확대됐다. 심지어 인공지능의 수월한 능력을 이용하여 공학뿐만 아니라 기초학문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새로운 연구 분야가 부상하면 그쪽으로 자원이 몰리는 현상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가 기존의 해오던 연구를 제쳐두고, 주변 환경 때문에 연관 관계가 별로 없는 새로운 분야로 방향을 돌리는 연구 풍토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게 되면 항상 새로운 것을 쫓는 연구자가 양성되고, 이는 독창적인 지식 창출에 그리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연구자 개인이 새로운 지식 및 학문분야를 일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성실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여러 학문 분야에 있어서 패스트 팔로워로서 단기간에 많은 성과를 냈으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독창적인 연구성과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남이 창조한 연구를 유행에 따라서 좇고 성과를 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심지어 작금의 연구 정책은 그런 연구에도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자기만의 독창적인 연구 분야를 오픈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설립 당시부터 연구중심을 표방한 우리대학이 우리대학만의 브랜드로 독창적인 연구 분야를 오픈한 것이 무엇인가의 질문을 받으면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30년간 우리대학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독창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앞으로는 닦아진 기반 위에 우리대학만의 특화된 연구 브랜드를 가지려고 하는 노력과 대학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우리대학이 위기 상황이라고들 말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우리대학이 왜 존재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보여줄 기회이다. 향후 기존의 패스트 팔로우정신을 못 벗어나면 우리대학은 위기 후에 다시 일어나기 힘들 것이다. 반대로 진지하고 독창적인 학문 연구가 널리 퍼지는 교육 상황에서는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고, 앞으로 우리대학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세계에서 주목받는 대학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들의 진지한 고민과 더불어 대학은 독창적인 연구 분위기를 위한 환경 조성을 독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