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어떻게 할 것인가-영어 왜 필요한가] 자신의 경쟁력 키우는 중요한 도구
[영어, 어떻게 할 것인가-영어 왜 필요한가] 자신의 경쟁력 키우는 중요한 도구
  • 심상규 / 전자 박사과
  • 승인 2000.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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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 입장에서 본다면 영어는 단연코 외국어이다. 한국 사람이 한국말만 하며 살아도 안될 것은 없지만 외국어 중에서도 영어 만큼은 피해가며 살기에 불편함이 많은 시대라는 것도 인정하여야 할 것 같다. 중·고등학교에서는 국·영·수를 잘해야 성적이 상위권에들고 대학원생들의 경우에는 국제 학회나 국제 저널에 논문을 싣기 위해서는 영어로 논문을 써야 하니 영어 공부는 여러 모로 피해갈 수 없다.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서 과학과 기술의 참된 인재 양성과 세계 속의 포항공대 위상 만들기를 주창하는 우리 학교가 대학 졸업생들에게 TOEFL 성적 550점을 졸업 요건에 포함시키거나 대학원 입학 요건에도 그러한 조건을 덧붙이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필자가 이 글에서 한 번쯤 생각해보고자 하는 것은 ‘영어는 도구이다’라는 말이다.

사실 필자는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절감하며 지내온 편은 아니다. 영어 때문에 고민하거나 자만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순간 순간의 요건을 넘기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다. 영어를 듣고, 읽는 것에 만족하고 외국인으로서 이 정도 하면 된 것이지 하는 식의 자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전에 외국에서 있었던 국제 학회를 다녀오고 나서 그것이 얼마나 안이한 생각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영어권의 사람들과 비교하면 같은 외국인임에도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뚜렷이 밝힐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분명히도 나보다 대단한 ‘경쟁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 언어란 의사 소통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의사 소통이란 상대의 생각을 이해하고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며, 그것은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어로 앞에 서서 발표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말하는 것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한국어가 우리의 모국어이고 누구나 한국어를 여반장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모두가 조리있게 글과 말로써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하물며 외국어인 영어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오늘날의 국제 사회에서 대단한 ‘경쟁 무기’를 가진 셈이다.

‘지식으로서의 영어’가 아니라 ‘도구로서의 영어’가 얼마나 우리에게 주요한 경쟁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다 같이 생각해보자. 주변 사람들이 글 쓴 것을 보면 would와 should의 구분을 생각하며 글 쓰는 사람은 많아도 모국어로 글을 쓰면서도 문어체로 쓸 것을 구어체로 쓰는가 하면, ‘-든지’와 ‘-던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으로서’와 ‘-으로써’를 잘 구분하여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영어 철자가 틀림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많은데 국어 맞춤법이 틀림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공대생들이 많은 질책을 받는 부분은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는 것도 있지만, 머리 속에 지식과 사고법을 기르는 것 만큼이나 표현력도 중요한 것이고 표현력은 영어든 모국어든 언어라는 도구를 잘 사용하는 것에 있다는 것을 환기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도구로서의 언어에는 현대의 시대 흐름상 영어를 포함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포항공대 때문에 빛나는 나’가 아니라 ‘나 때문에 빛나는 포항공대’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이해와 표현 도구로서의 영어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한번쯤 상기하고 넘어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