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지열발전소가 일으켰나?
포항 지진, 지열발전소가 일으켰나?
  • 김성민 기자
  • 승인 2018.05.3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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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열발전소의 모습
▲포항지열발전소의 모습

작년 11월 15일에 포항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5.4의 지진이 포항지열발전소(이하 지열발전소)로 인해 발생한 지진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지역사회와 과학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김광희 교수,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이진한 교수를 비롯한 국내 연구진은 지난달 27일 사이언스(Science)지에 ‘Assessing whether the 2017 Mw 5.4 Pohang earthquake in South Korea was an induced event’라는 이름의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에 따르면 2015년 11월에 지열발전을 위한 구멍 뚫기를 끝낸 후 지열발전소 주변 10km 안에서 규모 2.0 이상의 지진 4건을 포함한 150건의 지진이 발생했다. 구멍에 물을 주입하자 며칠 뒤 지진 활동이 일어났으며, 물 주입이 끝난 후 미소지진 활동은 급격히 감소했음이 여러 번 확인됐다. 물 주입에 의한 유발 지진의 세기는 주입한 물의 양에 비례했다는 것 또한 확인됐다.

연구진은 작년 4월 15일 지열발전소 주변에서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지열발전소 주변에 지진계를 설치했다.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깊이는 지진계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4.5km로,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지진이 10~20km 깊이에서 일어나는 것과 비교해 얕았으며, 이 또한 포항 지진이 일반적인 지진과는 다르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했을 때 포항 지진은 유발 지진으로 보이며, 물이 단층에 바로 주입됐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규모 5.4의 지진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물의 양보다 더 적은 물로도 지진이 일어났던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반면,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지진 발생 당시 JTBC와의 인터뷰에서 “지열발전소에서 주입한 물의 양으로는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기 어려우며,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작은 규모의 유감지진이 수백에서 수천 번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며 지열발전소와 지진 사이의 연관성을 낮게 봤다.

11·15 지진·지열발전 공동연구단 임재현 시민사회분과장은 “지진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책이 부족해서 포항시의 초기 부실 대응을 초래했고, 이때 이재민 구호 대책에 집중하느라 지열발전소에 대한 민·관의 유기적 대응에 실패했다. 지열발전소와 지진의 관계가 명확해지고 있지만 정확한 입증까지는 어려움이 예상된다”라며, 공동연구단에 우리대학과 한동대 교수가 참여한 것에 대해 “이번 사태가 재난에 대해 지역과 대학이 협력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 점은 매우 높게 평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