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나는 효자시장 이야기
사람 냄새 나는 효자시장 이야기
  • 박민해 기자
  • 승인 2018.05.3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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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대학에서 대학로(大學路)란 효자시장 그 자체다. 캠퍼스로부터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효자시장은 인근 주민들과 우리대학 학생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다양한 음식점과 술집, 노래방, 당구장 등이 모여 효자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데, 포항공대신문은 그중에서도 우리대학 학우들이 창업한 ‘아지트’와 ‘노래고래 코인노래방(이하 노래고래)’을 방문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꿈을 실현하는 우리들의 ‘아지트’

▲아지트 매장 내부의 모습
▲아지트 매장 내부의 모습

그냥 술집이 아니다.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아지트’다. 아지트는 원래 낮에는 카페, 밤에는 펍(Pub)으로 영업하는 것이 유명했는데, 지난겨울에 진행된 내부 리모델링을 통해 깔끔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로 탈바꿈함과 동시에 이제는 카페가 아닌 펍으로만 남게 됐다. 특유의 커피 향으로 사랑을 받는 더치 맥주는 여전히 판매된다고 하니, 너무 슬퍼하지는 말자.

아지트는 사실 우리대학 학우들이 모여서 만든 일종의 동아리다. 같은 게임을 즐기는 친구들끼리 단체 채팅방을 만드는 것처럼, 창업, 스포츠, 술 등 여러 분야에 대한 흥미를 공유하던 친구들끼리 모여 자연스럽게 아지트라는 이름의 모임이 구성됐다. 아지트의 구성원들은 서로를 동료라는 뜻의 ‘크루(Crew)’라고 부르는데, 현재 아지트의 크루는 그 수가 점점 늘어 30~40명 정도다.

효자시장에 위치한 아지트 매장은 크루들이 동아리방과 같은 어떤 모임의 장소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해 만든 공간이다. 아지트가 카페 겸 펍으로 시작된 것도 크루들이 실제로 커피와 수제 맥주를 즐겼고, 이 역시 문화 콘텐츠라고 생각해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원래 횟집이었던 공간을 구해서, 직접 콘크리트 벽을 뚫고 관을 매립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해 지금의 아지트가 탄생했다. 최근에 이뤄진 리모델링 역시 크루들이 직접 공사한 것이다. 공사를 하는 동안 아지트의 바로 왼쪽에 위치한 치킨집 ‘닭나루 치킨 하우스’ 사장님과 친해져, 설 연휴에는 사장님께서 “설인데 집에도 안 가냐”라며 어묵탕을 끓여주시기도 했다고 한다.

아지트의 또 다른 특징은 단순히 술집이나 모임 장소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공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아지트에서는 우리대학 동문 창업자들을 초청한 강연이나 멘토링 카페 프로그램, 나아가 소규모의 음악 공연까지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POSTECH Tech. Review’는 우리대학 기술창업교육센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데, 우리대학 대학원생 또는 동문이 자신의 연구 분야를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일반적인 학술 세미나와 달리 누구나 아지트에 방문해 가볍게 강연을 들을 수 있고, 편안한 분위기 덕에 더욱 자유로운 생각들이 오가며, 강연 내용은 온라인에 공개될 뿐만 아니라 책자로도 발간된다. 실제로 아지트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회사에 인턴을 가거나, 같이 창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한 크루는 아지트를 소개해달라는 말에 “누군가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를 바로 시도할 수 있는, 함께 꿈을 실현해줄 사람들이 있는 공간이다”라며 “그런 재미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면 누구든지 함께할 수 있으니, 같이 이 공간을 빛내주길 바란다”라고 대답했다. 우리대학 사람들이 모여 자기 생각, 철학, 문화를 공유하고, 그 안에서 더 많은 문화적, 예술적, 공학적 콘텐츠가 전파됐으면 한다는 소망도 덧붙였다.

 

추억을 노래하세요, ‘노래고래’

▲노래고래 코인노래방의 공동 창업자들. 왼쪽부터 박민제(신소재 12), 이승규(전자 15), 이현승(컴공 12) 학우
▲노래고래 코인노래방의 공동 창업자들. 왼쪽부터 박민제(신소재 12), 이승규(전자 15), 이현승(컴공 12) 학우

과거 효자시장에 노래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효자시장에 생겼으면 했던 특별한 노래방이 있었으니, 바로 ‘코인노래방’이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마시듯이, 코인노래방은 현금을 넣고 정해진 곡 수만큼 노래할 수 있는 좁은 노래방 부스의 집합소다. 특히 코인노래방에는 노래를 한두 곡만 부르고 싶거나 혼자 노래 부르고 싶은 경우처럼 일반 노래방을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모두가 막연하게 ‘생겼으면 좋겠다’라고만 생각했던 이 코인노래방을 직접 차린 학생들이 있었으니, 바로 △박민제(신소재 12) △이현승(컴공 12) △이승규(전자 15) 학우다.

노래고래의 공동 창업자들은 모두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각자는 우리대학의 보컬 또는 합창 동아리에 소속돼있었고, 효자시장의 노래방에도 자주 다녔다. 그러던 중 이현승 학우가 ‘마케팅’ 과목을 수강하면서 가상으로 코인노래방을 창업했고, 이를 계기로 실제 설문 및 시장 조사를 진행해 다른 창업자들과 함께 창업을 실행에 옮기면서 노래고래가 만들어졌다. 주변 지인들에게 노래고래를 알렸고, 이것이 입소문으로 전해지며 쏠쏠한 홍보 효과를 보게 됐다.

노래고래에는 총 8개의 노래방 부스가 있는데,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특히 많이 북적거려서 모든 부스에 사람이 있는 경우가 잦다. 기껏 찾아왔는데 빈 부스가 없어 헛걸음하게 될까 걱정된다면, 노래고래에 미리 전화로 문의하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 빈 부스의 수를 알려줄 것이다.

효자시장에서 창업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아지트가 그랬듯, 노래고래 또한 전문 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상가 자리를 조사해 노래방 기계를 설치하는 등 창업자들의 손길이 곳곳에 묻어있다. 영업 중에 뜻밖의 일을 겪을 때도 있다. 이승규 학우는 “늦은 시각에 미성년자들 여럿이 찾아와 위덕대학교 학생들이라고 주장하며 출입을 허용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라며 실랑이를 하다가 학생들이 매장에 있던 화분을 깼고, 결국 경찰서까지 다녀왔던 아찔한 경험을 회상했다. 또, 어떤 손님들은 매일 노래방으로 출석을 하기도 한다. 이승규 학우는 “그런 분들이 심지어 한두 곡도 아니고 오천 원, 만 원어치를 부르고 간다”라며 “서로 이름은 모르지만, 얼굴은 알아 인사도 하고, 학교 안에서 가끔 마주치면 반가움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승규 학우는 “노래고래가 우리대학 학우들에게 단순한 코인노래방이 아닌, ‘추억이 남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노래고래에는 창업자들의 추억도 물론 서려 있지만, 노래고래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추억도 함께 남았으면 하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