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연세대 개방/공유 캠퍼스의 의미
우리대학-연세대 개방/공유 캠퍼스의 의미
  • 정완균(기계) 부총장
  • 승인 2018.05.3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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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들어 유럽 대학들의 가장 큰 변화는 대학 간의 강력한 연합 또는 합병이라 할 수 있다. 독일의 카를스루에 공과대(Karlsruhe Institute of Technology)의 성공적인 합병 이후 프랑스의 뛰어난 두 대학인 이공계 피에르마리퀴리대(Pierre and Marie Curie University)와 인문학과 예술 분야에 특화된 소르본느대(Paris-Sorbonne University)가 분리된 후 40여 년만인 2018년 다시 합병하였다. 역사적으로 대학이 유럽에서 시작됐지만 근래 상대적으로 세계대학 평가에서 미국에 열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의 대학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그리고 대학의 Visibility를 높여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우리대학은 이공계 특성화 대학으로 대단한 발전을 해 왔지만, 오늘날의 대학들이 처한 상황을 보면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계 대학들의 엄청난 투자와 약진, 갈수록 강해져 가는 미국의 최고 대학들, 국내의 학령인구 감소, 점차 요구되는 다학제 간 융합능력 등의 변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대학이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을까.

이런 변화의 급류에 홀로 대처하기란 실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대학들이 마주한 이런 위기 속에서 교육, 연구, 사회 기여라는 대학의 사명에 충실하며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럽 대학들이 시도하고 있는 대학 간의 협력이 타당한 방안의 하나로 보인다. 현재 상황에서 국내의 어느 대학도 혼자 힘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이 되기 위한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사학인 우리대학과 연세대는 이런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우리의 미래를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교육과 연구, 인력과 인프라 등 대학의 경계를 넘어서는 전면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협력 분야의 실질적 추진을 위해 양교에서는 분야별로 △교무·학생 △바이오 △미래도시 △에너지 소재 △블록체인 캠퍼스 등 5개의 분과를 구성하고 교류 및 협력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2018학년도 여름 계절학기 상호 학점교류를 시작으로, 양교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집중 강의(Intensive Course), 새로운 교과목 및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디지털 기반 교육 플랫폼을 통한 교육 콘텐츠 공유 등 기존의 평범한 학술교류와는 차별화된 교류 협력의 시너지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점차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다양한 학문의 융합교육과 이공계 대학이 태생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인문학적인 소양교육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이공계 학과의 학사학위와 함께 경영학이나 역사학, 사회학 등의 부전공·복수전공을 하고 졸업하는 포스테키안은 지금보다 훨씬 더 경쟁력 있는 졸업생이 되지 않을까?

연구 분야에서는 바이오 분야와 미래도시 분야 그리고 에너지 소재 분야부터 공동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양교의 강점을 활용하고 송도의 바이오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바이오 분야의 세계적 연구 거점을 확보하고자 하며, 데이터 기반 지능형 미래도시 솔루션의 실험적 연구를 통해 거대 시장인 스마트시티 분야에 도전하고자 한다. 특히 송도는 스마트시티의 주요거점으로 공동연구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포스코가 관심을 갖고 있는 차세대 에너지 소재인 2차 전지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원천 특허 확보를 통해 산·학·연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협력 모델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두 대학의 우수 교원을 상호 겸직 교수로 임용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팀을 구성하고 추후 공동 Institute 설립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활용해 모바일 학생증, 졸업 증명, 전자 투표 등의 기능을 구현하고 구성원이 블록체인 기술을 더 쉽게 접하게 하여 다양한 분산화 앱(DApp)들을 직접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개발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우리대학-연세대의 개방/공유 캠퍼스라는 두 대학의 실험적인 도전은 한국 대학 사회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믿는다. 이 모델을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어떻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을 것인가. 재료는 준비됐으니 멋진 작품을 만드는 일은 이제 양교의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아 이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