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새로운 시작. 2018 남북정상회담
평화, 새로운 시작. 2018 남북정상회담
  • 장호중 기자
  • 승인 2018.05.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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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평화의 집에서 진행된 2018 남북정상회담(출처: 공동취재단)
▲지난달 27일, 평화의 집에서 진행된 2018 남북정상회담(출처: 공동취재단)

평화와 번영을 심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 간 역사적인 세 번째 만남이 있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난 것이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둔 두 정상은 웃으며 악수를 한 후, 김 위원장이 먼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왔다. 그 후, 김 위원장의 즉석 제안으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북쪽 땅을 밟았다. 서로의 땅을 밟아본 두 정상은 다시 남으로 내려와 평화의 집 마당에서 국군 의장대의 공식 환영식을 받으며 회담이 이루어지는 평화의 집 내부로 이동했다.

 

▲선언문에 서명 후 손을 잡고 있는 김 위원장(좌)과 문 대통령(출처: 공동취재단)
▲선언문에 서명 후 손을 잡고 있는 김 위원장(좌)과 문 대통령(출처: 공동취재단)

 

11년 만의 정상회담,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이번 2018년 남북정상회담은 꾸준한 남측의 대화 요구에 김 국무위원장이 화답하면서 성사됐다. 마지막 정상회담이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으로부터 10년 6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신 베를린 선언 등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지난해 동안 핵 실험이나 미사일 도발 등을 계속하며 미국과의 마찰을 빚어왔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1일,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갑작스럽게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와 남북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밝히면서, 남북관계는 급격한 해빙기에 접어들었다.

지난 1월에는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렸고, 지난 2월에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함과 동시에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두 차례 방남했다. 지난 3월에는 대북특별사절단이 방북해, 김 위원장과 면담을 했다. 이 면담의 결과로 남북은 이번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이번 회담이 성사되기 전까지, 북한이 △남북 정상 간 핫라인 설치 △핵무기·ICBM 개발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선언하는 등의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종전선언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내용을 담은 4·27 공동선언이 발표될 것이라는 온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이번 회담의 남측 대표단은 △문재인 대통령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경두 합동참모의장으로 꾸려졌고, 북측 대표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박영식 인민무력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리명수 총참모장으로 구성됐다.

평화의 집에 도착한 대표단은 방명록 작성과 사전환담을 마친 뒤, 생중계로 모두 발언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순간 이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다”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고, 김 위원장은 “우리가 수시로 만나 걸린 문제를 풀어가고 마음을 합치고 의지를 모으면 잃어버린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지 않겠나 하는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200m를 걸어왔다”라며 감회를 밝혔다. 이후에는 비공개 단독 회담이 있었고 점심시간에는 대표단이 따로 별도 오찬을 가졌다. 오후 행사는 소 떼 길에서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비석과 함께 소나무 기념식수를 하는 행사로 시작됐다. 이후에는 친교 산책과 단독회담 그리고 확대회담이 진행됐다.

회담 일정을 마친 오후 6시에는 평화의 집 앞에서 공동선언이 있었다. 이 공동선언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하 판문점 선언)이라는 이름으로 두 정상이 서명을 함으로써 공개됐고, 두 정상의 입장 발표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결코 뒤돌아 가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판문점 선언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김 국무위원장은 “굳은 의지를 가지고 끝까지 밀고 나가면 닫혀 있던 문도 활짝 열리게 됩니다”라며 통일에 대한 열망과 민족 단합의 의지를 보였다. 선언을 마친 두 정상은 평화의 집 3층 환영 만찬으로 이동했고, 환송식을 진행한 후인 오후 9시 30분에 김 위원장은 다시 북으로 돌아갔다.

 

 

떠들썩했던 지구촌, 회담이 끝난 뒤

북으로 돌아간 김 위원장의 첫 행보는 남북의 시간 통일이었다. 회담 때 판문점에 걸려있던 서울과 평양의 시계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는 것이다. 한편, 한반도 평화의 여파는 지구 반대편까지 영향을 끼쳤다. 스웨덴에서 열린 2018 할름스타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이 27년 만에 여자 단체전 남북 단일팀을 구성한 것이다. 8강에서 만난 남북 두 팀은 국제탁구연맹의 제안으로 단일팀을 구성했고, 치열한 격전 끝에 동메달을 획득했다. 우리 정부도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안으로는 대북 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하고, 밖으로는 국제기구에 북한 경제 재건 협조를 부탁하는 등 발 빠르게 노력하는 중이다.

역사적인 만남이었던 만큼 회담 전후의 세계 각국으로부터의 반응도 뜨거웠다. 중국은 "남북이 이번 정상회담의 공동인식을 실천하고, 지속해서 화해와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하고 믿는다"라며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대해 기대를 밝혔다. 또한, 북한에 왕이 외교부 장관을 파견해 회담을 진행하는 등 북한과의 관계 조율을 계속할 전망이다. 일본은 한반도 정세를 논함에 있어 일본이 배제되는 이른바 ‘재팬 패싱’을 경계하며 북일 정상회담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 또한 이번 회담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지지하는 뜻을 밝혔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나온 북한에 환영의 뜻을 밝혔으며, 문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번 회담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이달 22일에 워싱턴D.C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6월에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신중하게 준비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