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퀀텀닷 이용한 탐사 약물로 오류 없이 초기 암 찾아내는 기술
형광·퀀텀닷 이용한 탐사 약물로 오류 없이 초기 암 찾아내는 기술
  • 김성지 / 화학 교수, 정예빈 / 화학 통합, 이준화 / 화학 통합
  • 승인 2018.05.1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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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Glu structure and spectra
▲CV-Glu structure and spectra
▲대장 내시경으로 스프레이를 도포해 대장암을 진단하는 과정
▲대장 내시경으로 스프레이를 도포해 대장암을 진단하는 과정

통계청에 따르면 대장암은 2015년에는 10만 명당 52.6명이 발병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암 중 위암에 이어 2번째를 차지했고, 2016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사망률은 10만 명당 16.5명에 이르러 암 사망률 중 3순위로, 2001년에 비해 15년 만에 73%나 증가했다. 대장암을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경우 생존율은 매우 높으나, 3기 이상이면 절반 이하로 떨어지므로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내시경 검사는 초기 대장암의 진단을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지만 육안으로 진단하기 때문에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하며, 특히 돌출되지 않거나 평평한 구조의 경우 진단에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또한, 정확한 분석을 위해 내시경 검사는 주로 조직을 떼어낸 뒤 동결 절편 병리검사를 통한 조직병리학적 생체검사 진단과 함께 사용되지만 채취하는 조직 개수의 제한으로 인해 대장의 넓은 영역을 동시에 검사하기 어려우며, 신속한 탐지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우리 연구팀은 스프레이 형식으로 간편하게 바를 수 있는 형광 프로브(Probe, 탐침)를 개발해, 대장 내시경과 동시 사용으로 대장암을 진단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한편, 암은 동일한 기관에 발생하는 암이더라도 환자마다, 또는 암의 진행 상황(Stage)에 따라 매우 다른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단일 인자만을 이용한 암의 진단보다는 다양한 인자를 통한 교차 검증이 진단 오류를 낮출 수 있어, 본 연구에서는 동시에 여러 종류의 진단 프로브를 사용해 그 결과를 교차 검증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연구는 효소에 감응하는 비율계량 형광 프로브와 양자점-항체 복합체 프로브를 동시에 이용해 대장암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비율계량 형광 프로브의 경우 대장암에 과발현되는 특정 효소 활동에 감응해 형광 신호의 파장이 변화하며, 두 형광 파장에서의 신호비를 통해 효소 활동을 감지할 수 있다. 양자점-항체 복합체는 형광 신호를 가진 양자점과 대장암에 과발현되는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를 연결해 만든 것으로, 항체가 선택적으로 결합함에 따라 해당 항원의 발현 여부를 양자점의 형광 신호로 감지할 수 있다.

비율계량 프로브는 프로브의 형광 등의 신호비를 이용해 목표로 하는 환경을 표지하는 프로브를 말한다. 이런 프로브는 프로브의 분포 및 표적 환경의 분포에 관한 정보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체내 특정 분자 등을 탐지하는 비율 계량 프로브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본 연구실에서는 크레실 바이올렛(Cresyl violet) 형광 염료에 글루탐산(Glutamic acid)을 결합한 유도체 CV-Glu(Cresyl Violet-Glutamic acid)를 합성했다. CV-Glu 분자체는 대장암에 과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진 GGT(Gamma-Glutamyl Transpeptidase) 효소에 기질로 작동할 수 있으며, GGT 효소에 의해 펩티드결합이 끊어지면 분자구조가 변화하면서, 580nm의 형광을 가지고 있다가 원래 CV의 형광 파장인 620nm로 형광 신호가 변하게 된다. 따라서 GGT의 활성에 따라 형광 파장이 변화하게 되며 620nm, 580nm에서의 두 가지 형광 신호의 비는 GGT의 활성에 비례하게 된다. 이에 따라 GGT 효소 활성의 정도를 두 가지 형광 신호의 비를 통해 비율 계량적으로 나타내는 프로브로 응용했다.

양자점은 나노 단위 크기의 반도체 결정으로, 아주 작은 공간에 갇혀 있다는 특징으로 인해 벌크 반도체와 달리 에너지띠 간격이 입자의 크기에 민감해져 그 크기에 따라 광학적 특성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발광 효율이 높고 광 안정성이 높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특성으로 인해 반도체, 태양 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으며 최근 프리미엄 TV에 활용되며 큰 주목을 모으기도 했다. 생체에 응용하기 위해서는 생체 적합성을 고려해야 하나, 기존 연구되어 오던 양자점들이 카드뮴(Cd), 납(Pb), 수은(Hg)과 같이 독성의 원소들을 포함하고 있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로 인해 양자점의 생물학적 응용을 위해 중금속 원소를 포함하지 않는 비독성 양자점 또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으며, 본 연구에서는 황화은인듐(AgInS2) 물질 기반으로 중금속을 포함하고 있지 않은 양자점을 이용했다.

한편, 양자점은 일반적으로 우수한 광학 특성을 갖고 크기 조절이 편리하도록 유기 용매 상에서 합성하며, 합성된 직후에는 소수성 리간드로 양자점 표면이 둘러싸여 있다. 이런 양자점을 생체 프로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용액 상에서 안정적으로 분산될 수 있도록 친수성 리간드를 양자점 표면에 도입해야 하며, 비특이적인 결합이 적어 표적 물질 없이는 생체 분자와 결합하지 않도록 하면 더욱 좋은 생체 프로브가 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하나의 분자체 내에서 양이온과 음이온을 동시에 가져서 다양한 생체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분산되며 비특이적 결합이 적은 양쪽성 이온 리간드를 합성해 양자점을 분산시켰다. 이렇게 준비된 양자점에 대장암 환경에 대한 특이적인 결합 능력을 부여하기 위해서 항체를 도입하고자 했으며, 항체 표면에 많이 존재하는 아미노기(-NH2)와 쉽게 연결할 수 있는 카복실기(-COOH)를 가진 리포산(Lipoic acid)을 표면 리간드로 함께 사용한 후 대장암에 과발현하는 것으로 알려진 MMP 14(Matrix metalloproteinase 14, 기질금속단백질분해효소)와 결합하는 MMP 14 항체를 표면에 결합했다.

CV-Glu 비율 계량 프로브 및 MMP 14 항체-양자점 복합체 프로브의 암 미세환경 감응 능력을 마우스 및 인간 대장 조직에서 검증했다. 대장암 마우스 모델을 이용한 실험 결과 대장 조직에 CV-Glu 비율 계량 프로브 및 MMP 14 항체-양자점 복합체 프로브를 처리했을 때, 형광 신호가 암 조직에서만 명확하게 나타났으며, 육안으로 암 여부를 판별하기 어려운 조직에서 강한 형광 신호를 보이는 부분들은 조직 병리검사를 통해 암의 초기 진행 과정인 선종으로 확인되었다. 5mm 이하의 작은 암 조직도 진단할 수 있었으며, CV-Glu 비율 계량 프로브는 도포 후 5분 만에 형광 신호가 변해 신속한 대장암 감지가 가능함을 보였다. 또한, 인간의 대장암 및 정상 대장 조직에서도 두 프로브가 모두 작동해, 실제로 인간의 대장암 진단에 사용 가능함을 확인했다.

한편, 동일한 조직에 처리한 항체-양자점 복합체와 CV-Glu 비율 계량 프로브의 신호를 겹쳐서 확인한 결과, 대부분 암은 두 프로브가 공통으로 표지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각 프로브가 따로 신호를 보이는 부분 또한 존재했다. 이는 환자 또는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암의 특성이 달라지는 종양 이질성으로 인한 것으로, 이를 통해 MMP 14 항체-양자점 복합체 프로브와 CV-Glu 비율 계량 프로브를 복합적으로 사용해 진단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비율계량 형광 프로브와 양자점-항체 복합체를 동시에 사용하면 5분 안에 빠르게 대장암을 찾을 수 있고, 조직검사 결과 5mm 정도의 작은 조직으로도 암 진단이 가능해져, 빠르고 정확한 대장암 조기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백색광을 이용한 일반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초기 암 조직까지 영상화해 조기암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연구는, 대장 내시경 중에 장 외벽에 스프레이 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대장암 이외에도 식도암, 방광암, 자궁내막암 등 내시경을 이용해 확인하는 암 진단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