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주한미군주둔의 문제점] 미군 공여지로 인한 주권침해 심각
[시론-주한미군주둔의 문제점] 미군 공여지로 인한 주권침해 심각
  • 박대흥 / 주한미군철수 국민운동본부 연대사업국장
  • 승인 2000.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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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의 “상호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용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는 규정에 기초하고 있다. 이 조항은 1904년 2월 러일 전쟁을 도발하면서 일본 제국주의가 자신들의 군사적 목적을 위해 대한제국에게 강제하여 체결한 한일의정서 제 4조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군사전략상 필요한 지점을 수기수용(隨機收用)할 권리가 있다”는 규정과 비교해 보면 미군주둔의 성격이 분명히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한강 독극물방류사건, 매향리 사격장 문제, 미군기지 환경오염문제 등에서 보듯이 주한미군의 주둔에 의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본권인 생활권, 생존권, 환경권에 대한 권리등 우리의 기본주권이 심각히 침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객이 전도되어도 이만저만 전도된 것이 아니다.

현재의 한미관계는 너무도 불평등할 뿐만 아니라 미군주둔에 의해 한국의 주권이 심각히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을 국가의 첫 번째 요소인 영토의 문제를 미군공여지를 대상으로 검토해 봄으로써 우리가 되찾고 지켜야할 주권의 문제를 심각히 고민해 보고자 한다.

여의도 면적 600배의 땅이 무상공여

현재 미군이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무상으로 영구히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우리땅이면서도 우리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곳이 바로 미군 공여지이다.

미군 공여지는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에게 기지, 시설, 군사훈련 등에 필요한 땅을 한국정부가 미군에게 공여해 미군이 사용권을 가지고 있는 땅을 말한다. 여기에는 미군기지와 시설을 포함해 미군의 군사훈련을 위해 확보한 땅 등이 포함된다.

한미주둔군 지위협정에 의거 주한미군에게 공여된 땅은 96년말 통계 전용지역 4천 172만평, 지역권지역 1천 27만평, 임시지역 2천 826만평으로 전국 96개소 총 8천 25만평이며, 자산가치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12조 6천 3백억원이다.(97년 국정감사 국방부 자료)

이중 97년에 동두천 사격장 606만평(군유지 314만평, 사유지 292만평)이 반환되었고, 99년에는 경기도 포천군 영평사격장 106만평 등 107만평을 연내에 반환키로 합의하였다. 하지만, 이는 전체 미군공여지중 겨우 8.8%에 불과하다. 99년 국정감사에 따르면, 99년 9월 1일 현재, 주한미군 공여지는 전용공여지 3천 5백만평, 지역권 공여지 968만평, 임시 공여지 2천 932만평으로 아직도 총 7천 4백만평에 달하는 토지가 미군공여지로 묶여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군 공여지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로 기지 사용에 대한 별도의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영국과 필리핀에서는 개개의 기지마다 협정을 체결하여 임대기한이 만료되기 몇해 전부터 이른바 ‘기지협상’을 통해 기간을 연장해 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둘째로 어떤 이유로도 침해될 수 없는 기본권인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 셋째로 자산가치가 공시지가 기준으로 12조 6천억원에 달하고 여의도광장의 600배에 달하는 땅을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금까지 소유권자에게 알리지 않고 무단으로 공여된 사유지가 많다는 것이다. 헌법 제 23조에는 ‘재산권 보호조항’에는 국가가 공공필요에 의해서 사유지를 징발하는 경우 적법한 법률에 근거하고 본인에게 알려 정당한 보상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규정되어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그리고 현행 한미행정협정에 따르면 정부가 미군 공여지가 되어버린 사유재산을 개인에게 되돌려주려 해도 미군당국이 ‘허락’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 공여지의 ‘군사적 필요’에 대한 판단이나 반환여부는 전적으로 미군당국의 의사에 달려 있는 것이다. 미일협정의 경우 미군의 기지사용에 대한 필요성이 소멸되면 즉시 반환하도록 되어 있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인 규정이다.

SOFA의 근본적 개정 시급히 이뤄져야

미국은 자국위주로 유리한 너무 현상적인 것만 다룰 것이 아니라 공여지에 대한 근본적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적극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현행 SOFA(한미 주둔군 지위에 관한 협정)는 공여지에 대한 환경오염과 관리권에 대해 전혀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번 한강 독극물 불법 방류와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환경관련규정의 신설을 포함해 SOFA의 근본적 개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미군부대내 환경오염에 대한 근본적 해결은 환경오염의 발생지인 시설과 구역 안에서 미군의 관리권(경찰권과 사용권)을 100% 부여한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을 개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행 한미행정협정은 시설과 구역의 유효기간의 무기한성은 물론이고 미군부대 안에서 뿐만 아니라 시설과 구역 주변에도 보안조치권을 부여해 미군의 배타적 경찰권과 사용권을 지나치게 확대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미국·필리핀 협정은 시설기지 임대기간이 25년이고, 시설기지 안에서의 미군의 위험한 무기반입과 미국의 군사작전은 사전에 필리핀 당국과 협의하게 돼 있다. 미국·일본 협정도 시설구역 유효기간이 10년이며, 미군시설과 구역 안으로의 위험한 무기반입과 군사작전은 일본당국과 사전협의를 하도록 돼 있다. 또한 필리핀과 일본의 행정협정 모두 시설과 기지주변에까지 보안조치권을 한미행정협정처럼 지나치게 확대 부여하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매향리 사격장 소음피해에서 알 수 있듯이 현행 한미행협에 따르면 미군의 시설과 구역으로부터 흘러나오는 폐수로 인해 인근어장과 농토가 폐허가 되어도 미군기지안의 환경오염실태를 조사할 권리가 없다. 독일보충협정은 미군기지 안에 독일환경법상 환경기준을 적용해 독일땅의 환경오염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SOFA는 형사관할권 뿐만이 아니라 환경조항이 반드시 신설돼야 할 것이다. 그 예로 독일 보충협정 제 54조와 제 64조 처럼 미군기지로부터의 환경오염피해에 대한 미군당국의 배상의무, 한국 환경법규의 기지내 적용, 환경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소송절차조항을 신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문제의 더 근본적인 해결은 환경조항신설을 넘어 미군시설과 구역의 관리에 대한 한국과의 사전협의 의무의 명문화 등에 관한 한미간의 새로운 조율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