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고 싶다
군대 가고 싶다
  • 장호중 기자
  • 승인 2018.05.10 15:25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군대에 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괴로웠다. 어른들이 장난스럽게 던지는 군대 관련 농담 한마디에도 기분이 종일 울적해지곤 했다. 언젠지 모를 정도로 옛날부터 내 마음 한편에는 군대를 향한 강한 거부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해외 도피 관련 병역 기피에 대해 알아보다가 유승준 방지법을 발견하고 실망했던 어릴 적의 내 모습은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랬던 내가 요즘은 군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군대는 가끔 대학생에게 도피처가 되곤 한다. 실패한 인간관계 때문에 친구들에게서 도망칠 수도, 망쳐버린 전공 학점 때문에 학교로부터 도망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대한민국 육군이 되고 싶은 것이다.

내가 이렇게 태도를 바꾼 이유는 군대에 대한 나의 인식이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내 주변 군필자들이 다들 요즘 군대 분위기가 좋다고 한다. 그리고 국방부에서 제작한 육군 웹 드라마들을 시청해보면 군 생활이 오히려 재밌어 보이기까지 한다. 군대에 가면 훈련과 작업 등으로 생활은 지금보다 훨씬 힘들겠지만, 바닥을 치는 체력과 잃어버린 지 오래인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에 입학하고부터 줄곧 동경해왔던 건전한 생활습관을 갖추는 것이다.

게다가 군대에 가면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기도 하다. 나는 살아오면서 “넌 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되지”라는 말을 수백 번도 더 들은 것 같다. 항상 웃어넘기는 말이지만, 항상 격하게 공감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내가 스스로 어른스럽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에는 항상 유치하고 나태하며 게으른 어린아이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군인의 모습은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업무를 다하는 더할 나위 없이 성숙한 성인이다. 나는 지금까지의 어른답지 못했던 나를 벗어던지고,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목표는 있지만, 의지는 부족한 나에게 군대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대 2병에 걸려서 충동적인 사고를 하는 건지, 아니면 이게 내 진심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 멋있는 군인의 모습을 동경한다니 마치 예전보다 더 어린아이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군복을 입고 총을 짊어지고 있는 나를 상상하며, 군 생활에 대해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