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생활에서 꼭 해야 할 것들
대학 생활에서 꼭 해야 할 것들
  • 노준석 / 기계·화공 교수
  • 승인 2018.04.1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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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의 나이로 40대를 곧 맞이하게 될 요즘, ‘슈가맨’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종종 보게 된다. 지금은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옛날 가수들을 소환해 그때를 추억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것을 볼 때마다, 그 노래가 유행하던, 어쩌면 나의 인생의 가장 힘들었던,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장 자유롭고 행복했던 20대 초반을 생각나게 해줘 추억에 젖곤 한다. 

20대에는 참으로 불만이 많았던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대학의 학업 환경, 너무나도 크게 주어진 자유, 불안정한 미래, 선택의 갈림길 등을 마주쳤지만, 뭘 해야 할지를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대학 학부를 8년하고도 반을 더 다녔다. 그간 4년의 학기, 3년의 군대, 1.5년의 휴학이 있었다. 지금 느끼는 단 한 가지는 “그때 정말 잘했다!”라는 것이다. 3학년 1학기에 군대에 가기로 한 이유는 여러 방황을 한 후였다. 외국어고등학교를 나와 기계공학과에 왔기에, 새로운 공학 과목을 따라가기에는 벅찼다. 잘해 나가는 친구들을 보고 좌절감을 맛보며 “내게 이 길은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렇게 방황이 시작됐고, 게임에 매진했으며,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보내게 됐다. 공학이 적성이 아닌가 싶어 변리사 공부도 6개월 해봤다. 역시나 열심히 하지 않았기에 좋은 결과를 맺지 못했고, 아까운 시간과 돈, 노력을 허비했다. 학사경고를 받을 법한 학점이 됐을 즈음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그래서 가기로 한 군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장 중요한 수확은 두 가지, “공부를 하고 싶다”와 “학생 때가 최고다”라는 마음이었다. 사회에서는 그저 내가 뭘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치열한 전투뿐이다. 휴가를 보내고 싶어도 마음대로 갈 수 없다. 그래서 바로 복학하지 않고 “1년간 휴학을 하고 놀자”라고 결정했다. 1년 동안 50여 개국에서 보낸 시간은 아마 앞으로도 평생 다시는 경험해보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여행을 하다 보니, 다시 느낀 것은 “공부를 하고 싶다”였다. 좋아하는 여행이지만,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다가 가끔 쉬는 그때 하는 것이 소위 말하는 ‘꿀’이지, 매일 반복되는 여행은 여행이 아닌 또 다른 삶이었다. 그 후 복학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동원해 공부에 매진했다. 안될 것 같았던 전공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고, 졸업을 맞이할 즈음에는 아쉬움이 남지만, 꽤 좋은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8.5년의 학부 생활을 더 하고도 역시 학생이 최고라는 마음이 변하지 않아 학생 생활을 좀 더 할 수 있는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했고, 평생 외국에서 살아볼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이유로 유학을 결정하게 됐다. 그 뒤로도 여기에 오기까지 힘든 일이 많았지만, 어쨌거나 만 26세에 하나의 큰 선택을 하는 동안 방황한 시간을 다시 되돌아보면 “참 잘했다”라는 것이다.

포항공대생에게 묻는다. 대학을 졸업하고 뭘 하고 싶은지, 뭘 해서 먹고 살 건지 말이다. 선택하기 쉽지는 않다. 나는 미래를 향해 착실히 달려가는 다른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저 현실은 “왜 이런 집에서 태어난 걸까”, “왜 난 공대에 왔을까” 등 수많은 불만으로 가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땐 그렇게 불만이 많았을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게 된 것 같다. 또한, 오랜 시간 방황했지만, 그때 내가 해볼 수 있는 최대한 많은 것을 해왔기에, 지금은 아쉬움도 미련도 많지 않고, 현실의 삶에 충실할 수 있는 것 같다. 

포항공대생이 누릴 수 있는 SE, 단기유학, 연구 참여 등 모든 활동을 직접 해봐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많은 학업 외 활동들은 ‘대학생’이 끝나는 순간 절대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대학 생활이 끝나면, 사회인으로서 ‘월화수목금’, 어쩌면 ‘월화수목금금금’, 수많은 무겁고 빠져나올 수 없는 책임을 지는 위치에서 살아가게 된다. 20대의 대학 생활은 그중에서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고, 한 가지를 선택했을 때 하지 못할 나머지 것들에 대한 기회비용이 두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경험을 하고 나면 그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자신을 믿고 선택한 후에는 본인의 모든 것을 쏟는다면 어떤 선택이 되든지 간에 성공할 수 있다. 포항공대생은 누구나 자신의 선택을 옳은 것으로 만드는, 즉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다만 내가 그랬듯이 뭘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부디 대학 생활에서만 할 수 있는 많은 경험을 하기 바란다.